기독논단/제비뽑기 시행 첫 총회를 기대하면서
2001년 07월 13일 (금) 12:00:00 전영근
지난 85회 총회에서 총회 임원 선거를 제비뽑기 방식으로 결정하고 총회결의에 따라 현 임원들이 선거 규정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선거 업무가 진행되고, 이미 입후보자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또한 전국 장로회는 제비뽑기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참정권의 실종이라고 주장하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오는 9월 제86회 총회가 개회벽두부터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조금은 염려스럽다. 이번 총회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드러난 문제점에 대하여 생각해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우리들의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
첫째, 지난 총회에서 제비뽑기 선거방법을 채택결의 하면서 그 선거 규약 제정을 임원회에 맡겼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무리한 일이 됐다. 차기 임원에 입후보하는 분들이 선거규약을 만드는데 참여하게 되고, 따라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었다고 하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둘째, 선거관리위원회의 태도가 총회를 혼란시키고 있다. 우리 총회 임원 선거는 전국을 3개 구도로 나눠 지역 순환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제비뽑기 원년인 금년에는 목사부총회장을 어느지역으로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선거규정에 ‘시행원년에는 목사부총회장의 지역을 〈중부지역〉이라고 명시해 놓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 인사가 3인이나 출마하고 있다.
총회가 3개구도를 인정한 96년도(제81회) 총회 이후 호남과 중부가 후보의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규정에 〈중부〉라고 명시해 놓았을텐데도, 선관위는 호남인사 서류를 제한없이 받아놓고 전전긍긍 하고있기 때문에 총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본다.
셋째, 제비뽑기 제도를 채택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난립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선거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입후보했다고 하겠지만, 인물검증은 현재 제시된 일반적 조건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후보 난립이 초래된 것이다.
넷째, 입후보자들에게 받는 공탁금과 그것의 반환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공탁제도가 성경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고, 성직을 돈으로 매매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탁금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반환 제도까지 있다보니, 입후보 해서 낙선이 되어도 후보는 속된 표현으로 ‘밑져봐야 본전’이란 계산이 가능해지니, 현행 제도는 후보 난립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탁금을 내고 임원에 입후보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교단에 기여하고싶은 인물들이기에 낙선되어도 이미 내놓은 등록비 등은 교단 발전 기금으로 내 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심히 아쉬운 것은, 제비뽑기 제도를 시행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공청회 한번 없었다는 점이다. 규정을 만든 분들 역시 지혜를 짜내느라고 수고를 많이 했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 한번 실시하지 않고 제비뽑기에 관한 선거법을 확정실시한데 대한 유감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전국장로회에서 제비뽑기가 비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예의 주시해야할 것이다. 왜 한 총회 안에서 비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장로들의 견해가 있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서로 대화해야할 것이다.
막상 총회를 개회한 후에 성경적, 비성경적하면서 갑론을박을 한다면 금년 9월 총회는 임원 선거 때부터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총회를 대비한 충분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교단 밖에서는 우리교단의 제비뽑기에 대하여 예의주시하며 우리 교단의 선거결과를 보고나서 자기 교단의 선거 문화를 변화시켜 보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9월 제비뽑기 총회는 한국 교회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총회를 앞두고 교단 전체가 신속 예리하게 통찰하여 총회를 준비하며 원만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차 힘을 써야 한다.
이경원 목사(대전 혜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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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반대 목소리 인정하는 자세 보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