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대행 2명 문 닫은 기감 본부
이규학 측, "무력 충돌 피하려고 폐쇄"···소화춘 측,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 2010년 06월 09일 (수) 11:54:45 [조회수 : 1316] 이기철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서울시 광화문 감리교회관 16층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 출입문이 굳게 잠겼다. 이를 지시한 사람은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 대행이었다. 그는 "불법적으로 본부를 점거하려는 가짜 직무 대행(소화춘 직무 대행)과 무력 충돌을 피하고자 본부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3일 전·현직 감독이 소집한 총회가 천안 하늘중앙교회(목사 유영완)에서 열렸다. 총회에서는 이규학 직무 대행을 불신임하고, 소화춘 목사를 새로운 직무 대행에 추대했다. 소화춘 직무 대행은 총회 후 기자 회견에서 6월 4일부터 본부로 출근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이규학 직무 대행은 본부를 폐쇄하며 대립했다. 소화춘 목사는 예정보다 3일이 늦은 6월 7일에야 본부에 나타났지만 굳게 잠긴 문을 열지 못했다. 본부 출입이 불가능하자 같은 건물 13층에 위치한 서울남연회(감독 임영훈)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시무 예배를 했다.
이규학 직무 대행의 폐쇄 조치에 따라 감리교회관 엘리베이터는 본부가 있는 16층은 그대로 통과하고 있다. 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도 신호음만 들릴 뿐이다. 본부 측(이규학 직무 대행 측)은 당분간 별도의 장소에서 개교회 민원과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한다고 했다. 6월 7일 본부 직원에게 전체 문자를 보내 "각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차질이 없도록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부를 폐쇄한 이규학 직무 대행은 천안 총회는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은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6월 3일 천안 총회에서는 사회법은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규학 직무 대행은 목회 서신에서 총회 소집을 주도한 연회 감독 7명에 대해 "특정인을 감독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하수인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직무 대행이 2명이 되면서 혼란에 빠진 157만 기감 교인들에게는 총회 측(소화춘 직무 대행 측) 주장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규학 직무 대행은 조사 결과 총회를 요구했다고 알려진 806명 중 139명은 대의원 자격이 없거나 총회에 동의한 적이 없음이 드러났고, 따라서 이번 천안 총회의 참석자 명단도 공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소화춘 목사는 2008년 이후 마비 상태에 있던 기감 행정이 천안 총회를 거치며 복원됐다고 했다. 대의원 1,404명 중 760명 이상이 참석한 합법적인 총회라며 본부 측 지적을 일축했다. 본부 직원들에게는 "본부 폐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행정이 복원됐으니 복귀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명단 공개는 유보했다. "본부 측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 "이규학 직무 대행이 총회 개최를 거절해 총회에서 불신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회 측 현직 감독들은 지난 5월 17일 이규학 직무 대행에게 총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이 직무 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회를 외면한 이규학 직무 대행이 스스로 의장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총회 측은 본부 측이 공고한 재선거 일정을 철회하고 새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반면, 이규학 직무 대행은 이미 공고한 대로 재선거를 치루겠다고 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감독회장을 선출하겠다는 양 측은 "교단이 분열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감 내·외부에서는 평행선을 긋다가 결국 분열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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