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두 목사 ‘명예회복’ 공감대 형성
길자연-이광선 목사 ‘공동 합의문’ 발표 배경
2011년 06월 08일 (수) 15:41:41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공동 기자회견 통보, 측근도 직무대행도 전혀 몰라
범대위 ‘진정성’ 시험대 … 개혁의지 있었나 확인
대표회장 인준 거부로 파행을 겪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이해 당사자인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와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전격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두 사람의 합의는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양측 화해를 위해 교계 원로와 정치인, 그리고 법원이 파송한 김용호 대표회장 직무대행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뾰족한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수개월간 서로를 폄하하며 극한 대립만 보여 왔다.
최근까지도 김용호 직무대행이 내놓은 특별총회 3가지 안건을 두고 대리인들이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오후 한기총 사무실에서 양측의 공동기자회견이 1일 예정되어 있다는 연락이 전달된 것이다.
1일 공동 기자회견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길자연-이광선 목사는 다섯 가지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첫째 이광선 목사의 개혁안 수용, 둘째 특별총회 시 대표회장 인준과 개혁안 동시 상정, 셋째 특별총회의 민주적 진행을 위해 대행자에게 절차 위임, 넷째 위 사항 원만한 진행 후 한기총 관련 민-형사 소송 취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기총 정상화와 한국 교회의 거룩성 회복을 위해 복음적 사명과 사회적 책임 감당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두 사람의 합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회견 석상에서 길자연 목사는 “이광선 목사와 대화하던 중 개혁에 대한 공감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한기총에 대한 그리고 한국 교회를 향한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합의 과정에 있어서 주변인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용호 직무대행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법적 대리인인 김 직무대행이 총회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두 사람의 합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평신도에게 중재를 맡긴 법원에 대한 불만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 바 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목회자들이 평신도의 중재로 마지못해 합의했다는 이미지를 풍기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길자연 목사의 최측근에서 한기총 사태 전면에 나섰던 홍재철 목사 역시 공동 합의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홍재철 목사는 31일 저녁 “공동 기자회견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의아함을 표시했다. 이후 상황을 파악한 홍 목사는 “아마도 합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일 기자회견에서 공동 합의서가 발표된다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놀라긴 범대위도 마찬가지였다. 이광선 목사는 기자회견 하루 전인 31일 저녁 8시, 서울의 모처로 범대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목사는 “아마 내일 길자연 목사와 합의가 있을 것이다. 어떤 내용인지는 모른다. 만나 봐야 알 것 같다”고 가능성만을 공개했다. 그 뿐이었다.
다음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범대위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도 없이 5가지 합의안만 공개한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며 합의에 대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튿날 범대위는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합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이 과정을 유추하면 길자연 목사의 말대로 ‘두 사람’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10일까지 원로들을 만나 합의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만 해놓은 상태다.
양측의 합의와 별도로 김용호 직무대행은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며 정관개정안 내용을 공개했다. 그리고 7월 7일로 예정된 총회 일정과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교단에 통보를 마쳤다.
지난 1월 총회부터 장장 6개월을 끌어온 한기총 사태는 이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하다. 불신과 반목으로 서로를 비난했던 길자연-이광선 목사의 합의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교계 일각에서는 ‘범대위’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광선 목사의 합의에 불만을 표한 범대위는 실질적인 사건 당사자다. 소송도 이광선 목사가 아닌 범대위 소속 16명의 이름으로 제기됐고, 취하 역시 이들 손에 달려있다. 합의는 이광선 목사가 할 수 있지만 범대위의 동의가 없다면 사건은 종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시작으로 선거무효로 성격이 바뀐 ‘총회결의 무효소송’ 등 본안이 남아 있는 한 길자연 목사의 직무는 수행이 어렵다.
얼핏 보면 열쇠는 ‘범대위’가 쥐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합의로 오히려 시험대에 오른 쪽은 범대위다. 길자연 목사의 인준 거부 이후 금권선거 등을 폭로하며, 한기총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범대위가 길 목사측의 개혁안 수용과 양 당사자의 전격적인 합의를 거부할 경우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혁안 수용을 주장해온 범대위가 이번 합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결국 ‘이면’에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이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은퇴를 앞둔 두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 길자연 목사는 내년에, 이광선 목사는 올 연말에 은퇴를 앞두고 있다. 두 목사는 더 이상 소모적인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수용하고, 인준을 허락하며 한국 교회가 주장하는 한기총 정상화에 다가서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명예 회복의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떠한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화해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 범대위가 진정성을 가지고 합류할 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행일 : 2011년 06월 12일 (일)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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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광선목사님께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