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권윤현 2009-04-15 07:16:07 조회: 17
제비뽑기, 이대로 좋다.
총회 선거방식을 거론하는 글이 지면에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보니 총회가 다가오는 모양이다. 매년 총회가 임박할 때마다 선거방식을 들먹이는 이러한 현상이 이제는 낯설지 않는 일이 되었다. 김기철 목사님의 “제비뽑기는 고육책, 이젠 대안을 찾아야” 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도 그러한 들먹거림의 한 몸짓일 것이다. 총회 때가 되면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1. 들먹거림, 그 원인
무엇에 대한 들먹거림은 그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없는 것, 혹은 공동체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 들먹거리게 된다. 들먹거림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총회의 선거방식이 해마다 거론되고, 이의를 제기하는 발언들이 집요하게 일어나는 것은 선거 방식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다.
제비뽑기 선거방식은 이미 작년 총회에서 그대로 유지하기로 총회원들이 결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욕망이 몹시 강하거나, 총회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망 때문일 것이다. 후자라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대부분이 전자이기에 문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우리 교단에 선거방식보다 훨씬 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한 둘이 아닌데,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유독 선거방식에만 집착하는 듯한 모양새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임, 임시목사제, 전도목사법 등과 같은 것이다. 위임, 임시목사제가 왜 필요한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가결했으면 담임 목사(위임목사)가 되는 것이고, 가결되지 않았으면 청빙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임시목사가 없는 것이고, 위임목사, 임시목사를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전도목사도 동일한 목사인데 투표권, 피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차별이다. 이렇게 불합리한 법은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그 저의를 의심하게 만든다.
2. 제비뽑기는 비성경적인 것인가
발전을 위하여 논의하고 토론하는 것은 참 아름답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제비뽑기’는 결코 폐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고육지책이니, 금권선거방지를 위한 임시 방편이니 하는 발상들은 쓰레기처럼 버려야 한다.
제비뽑기 반대자들은 흔히 “제비뽑기는 현실에 맞지 않다. 제비뽑기로는 최상의 지도자를 뽑을 수 없다. 제비뽑기는 비성경적이다. 제비뽑기는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임시 방편일 뿐이다”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제비뽑기가 21세기 민주주의가 극치를 달리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일까? 제비뽑기로는 과연 최상의 지도자를 뽑지 못할까? 제비뽑기가 과연 비성경적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말들은 그들의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제비뽑기는 가장 성경적이다.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라는 것은 성경을 펼쳐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사례가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많이 논의된 바 있다.
구약시대는 제비뽑기가 선택의 수단이었다.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제사장들은 제비뽑기를 사용했다. 우림과 둠밈이 대표적이다.
제비뽑기는 하나님의 뜻을 표현하는, 하나님이 만드신 제도이다. 하나님은 제비뽑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종들은 그 결과에 순종했다. 제비뽑기는 사소한 일에 장난처럼 사용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중차대한 일에 아무런 결함없이 사용되었다. 사울왕을 뽑을 때 그랬다.
제비뽑기는 구약시대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신약시대에도 사용되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가룟유다의 탈락으로 결원된 자리를 보충할 때 사용되었다.(행1:26) 예수님의 제자 자리는 어떤 자리보다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자리의 사람을 뽑을 때 예수님의 남은 제자들이 제비뽑기를 사용하였다. 예수님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제자들의 갸릇한 마음에서 였을 것이다.
일곱 집사를 뽑을 때는 교인들에게 선발하도록 했다. 일곱 집사는 제자의 자리만큼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사용하는 직선제 선거방식은 아니었다. 교인들이 추천하고 사도들이 추인하는 방식이었다.
초대교회 때 바울을 비롯한 사도들이 제비뽑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직선제 선거방식을 사용했다는 증거도 성경에 없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 교단 몇 몇 목사들은 제비뽑기를 비성경적으로 보려 하는가. 이 보다 더 성경적인 것이 어디 있다고 더 성경적인 것을 찾아 헤매는가.
3. 제비뽑기는 과연 비현실적인가
제비뽑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결코 비현실적이 아니다. ‘제비뽑기는 구약시대의 방식이지 신약시대의 방식이 아니다’ 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현대에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하나님은 제비뽑기의 효능을 중단시킨 적이 없다. 신약시대인 초대교회 때도 사용하셨다. 문제는 사람이다. 제비뽑기는 이제 폐기처분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제자 결원 충원 제비뽑기는 성령님이 오시기 전의 일이다. 성령님이 오신 이후에는 성령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신다.” 라고. 그러나 성령님은 오순절 다락방에 역사하시기 전에도 이미 와 계셨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성령님은 예수님의 약속대로 오셨다. 오순절 다락방 사건은 성령의 은사가 나타난 것이지 성령님이 처음으로 임재하셨다는 것은 아니다.
오십보 백보 양보하여 성령님이 오순절 다락방 사건 때에 오셔서 더 이상 제비뽑기를 사용하시지 않고 직선제 방식을 사용하셨다 하자. 그렇다면 왜 직선제에서 금권선거가 판을 치고, 금권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었는가. 성령님이 그렇게 하셨는가. 아니다. 그러한 직선제에는 성령님이 역사하시지 않은 것이다.
직선제는 오히려 비성경적이다. 성경에는 직선제의 역사가 없다. 직선제를 통하여 하나님이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지금도 하나님은 제비뽑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실 수 있다. 아니 더 확실하게 표시하실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통해 하나님이 의사를 전달하시기는 어렵다. 사람의 마음이 타락했기 때문이며 순순히 하나님의 의사를 받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기에는 제비뽑기가 가장 적합한 수단일 것이다.
만약 하나님의 종들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원하다면 제비뽑기를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4. 제비뽑기는 최상의 선택에 부적합한가.
하나님은 사람보다 사람을 더 잘 아신다. 우리가 사람을 선택하기 보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런데도 사람이 자꾸 사람을 선택하려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며 자기 욕망의 발로이다.
하나님은 사람의 욕망을 잘 아시기에 어느 정도 사람에게 자율권을 주셨다. 자격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게 하셨다. 선발권을 주신 것이다. 제자들이 결원된 제자를 충원할 때 제비뽑기에 앞서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발했다. 그 조건은 ‘주 예수께서 우리 가운데 출입하실 때에 항상 우리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었다.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을 선발했다. 바사바와 맛디아였다. 그런 후 기도하여 제비뽑기 했다. 많은 사람들 중에 후보를 사람들이 선발하고 최종 낙점은 하나님이 하셨다. 바로 이것이 최상의 선거방법이다.
만일 사람들이 적합하지 않은 후보를 선발하여 제비뽑기 한다면 하나님은 그 후보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실 것이다. 그러기에 어떤 후보를 선발하느냐는 사람의 책임이다. 좋은 지도자를 세우고 싶으면 좋은 후보를 선발하면 된다.
그런데도 제비뽑기로는 최상의 지도자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면, 자신들의 검은 욕망을 실현하려는 술책일 뿐이다.
5. 제비뽑기 선거방식의 보완점
현재 우리 총회가 하는 제비뽑기는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제비뽑기는 원래 후보 당사자가 뽑는 것이다. 선거인단(총대)에 의한 간접적 제비뽑기는 사실상 성경에는 없다.
총회의 이러한 방식은 아무래도 총회 회원들을 고려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회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무마시키고, 다소 흥행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는 너무 싱겁게 끝나게 된다.
내 손으로 지도자를 뽑아보겠다는 기대에 가득 찬 회원들에게 허무감을 안겨 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만이 고조되고 “금권 선거도 좋으니 내 손으로 총회장을 뽑게 해 달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절충적 선거방식을 하나님도 이해하실 것이다.
제비뽑기를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선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보자가 중요하다. 좋은 후보자, 훌륭한 후보자를 선발하기만 하면 어떤 후보자가 선출되던 상관이 없다. 그냥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지켜 보기만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후보자 선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령, 부총회장 후보자를 각 지역 노회에서 선발하게 한다. 총회장으로서 충분한 자질이 있는가를 점검하고, 정견을 발표하게 하여 회원들의 투표로 한 명을 선발한다. 그렇게 선발된 후보자를 지역별로 모아 제비뽑기로 한 명을 선발한다.
그렇게 해서 영남권, 호남권, 강,충청권, 경기권 등 권역별로 한 명의 후보자를 선발하여 총회에서 이들 중 한 명을 제비뽑기로 선택한다. 이렇게 하면 순번으로 권역별 후보자를 낼 필요가 없고, 모든 권역에서 후보자를 낼 수 있다. 그러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하나님이 얼마나 좋아하시겠느냐.
다른 임원들은 원하는 자가 입후보하게 하되 자격을 철저히 검증하고, 입후보자가 많을 경우 1차로 제비뽑아 몇 명의 후보자로 압축하여 총회 때 제비뽑기로 선출하면 된다. 아니면, 임원들을 따로 선출하지 말고 총회장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총회장과 팀웍을 이루려면 그러한 방법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자질없는 사람이 총회장이 될 일은 거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꾼들이 서로 결탁하여 후보를 선정할 수 없도록 전 노회회원들(전도목사 포함)에게 투표권을 주어 소신껏 투표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제비뽑기 선거방식을 폐지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 이 이상 더 좋은 선거제도가 어디 있는가. 단순히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가. 이런 제도를 두고 자꾸 세상 방식을 따라가려 하니 참 답답한 일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정주의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본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다. 총회도, 노회도, 교회도 하나님의 나라다. 주권이 회원들, 혹은 교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 그것을 안다면 하나님께 지도자 선택권을 내어드리는 것은 하나님 백성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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