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총회6신>임원선거, 지역 경선 없앤다
<합동총회6신>임원선거, 지역 경선 없앤다
미자립교회에 최저생계비 지급...상비부도 제비뽑기 여론 들썩
주재일 jeree@newsnjoy.co.kr [조회수 : 861]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서기행 목사) 총회는 현 임원선거 규정을 개정해 지역경선을 없애고 입후보자 모두를 대상으로 총회 현장에서 제비뽑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 도시 농어촌 미자립 목회자에 정부가 규정한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회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확정했다.
합동총회는 지금까지 지역에서 제비뽑기로 선출된 2인을 대상으로 총회 석상에서 결선 제비뽑기를 실시해왔다. 입후보자 자격에 총회상비부 임원 경력을 삽입하고, 현행 무흠 만 15년인 자에서 무흠 5년인 자로 조건을 완화했다.
선관위의 임원선거 규정 수정안에 대해, 총대들은 지역 제비뽑기를 없애는 것은 수용했다. 그러나 입후보자의 자격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상비부 임원 선거를 놓고 금품이 오가는데, 총회 임원 자격에 상비부 임원 경력을 넣으면 상비부 임원 선거를 더욱 혼탁하고 과열시키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는 "이러한 조건을 걸면 죽으라고 정치하는 사람만 총회장 된다"고 반발했다. 나아가 김경원 목사는 "상비부 임원 선거도 제비뽑기를 실시해 금품 선거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자"고 제안했다.
실제 여러 총대들은 상비부 선거에서 적지 않은 금액의 금품이 오간다고 증언했다. 서기행 총회장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혼탁한 상비부 임원선거 풍토를 간접적으로 시인할 정도. 상비부 임원 선거도 제비뽑기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와 있어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총회 마지막 날로 미뤄졌다.
'무흠 5년'으로 입후보자의 도덕 기준을 대폭 완화한데 대해서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사회를 보던 서 총회장이 "선거제도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이선호 목사는 "누구 봐줄려고 5년으로 줄였냐"고 강하게 항변했다.
선관위 개정안, 도덕 조건은 내리고 정치 조건을 올리고
길자연 선관위원장이 "다양한 부서에서 두루 활동한 사람이 총회 임원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수정안을 올렸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총회 분위기는 도덕적인 잣대를 대폭 낮추면서 정치꾼에게는 유리하게 선거규정을 수정한 선관위를 강하게 질타하는 쪽으로 흘렀다.
결국 강력한 반대여론에 밀려 선관위 개정안은 폐지되었고, 제비뽑기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여러 총대들이 "입후보자가 총회발전기금을 냈다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돌려받는 것은 옳지 않다" "입후보자의 총회발전기금은 신학생 장학금 등으로 유용하게 쓰자"고 주장해, 총회발전기금은 반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총회발전기금 얼마가 적당한가
총대들은 총회발전기금을 어느 정도 내야 하는지를 놓고도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김윤배 목사(세광교회)가 논쟁에 불을 당겼다. 김 목사는 "총회발전기금을 1억 원 내지 2억 원을 내게 해서 아무나 등록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이 정도 돈을 낼 수 있어야 총회장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정동만 장로(온천제일교회) 등도 "총회장을 하려면 최소한 1억 원은 내야 되지 않겠냐"고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상당수의 총대들을 자극시켰다. 정준모 목사(성명교회)는 "돈 없는 목사는 총회장도 못하느냐"며 "돈 가지고 총회장 자격을 제한하는 발상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리영숙 목사(서문교회)도 "돈의 액수로 총회장 자격을 평가하는 것은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격이다"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가난한 신학생과 전도사 시절을 거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편, 서기행 총회장이 "지역경선 없이 총회당일에 바로 제비뽑기를 하면 초상집이 한 둘이 아닐텐데" 하고 걱정하자, 전대웅 목사가 "입후보자들은 총회발전기금도 많이 냈으니, 제비뽑기할 때 떨어진 사람의 구슬은 500만 원짜리 금구슬로 만들자"고 제안해 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04년 09월 24일 14: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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