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주장했던 교갱협, 지금 입장은?
직선제 요소 가미한 제비뽑기 개정안 지지…"금권 선거 방지하고 교단 지도력 세워야"
2010년 10월 06일 (수) 17:42:09 이명구
▲ 예장합동은 2001년부터 제비뽑기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제비뽑기는 금권 선거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예장합동이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비뽑기 제도를 처음 주장한 그룹은 교단 내 갱신 그룹인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였다. 고 옥한흠 목사를 필두로 1996년 창립한 교갱협은 총회 임원 선거가 금권 선거로 얼룩진 현실을 개탄하는 성명서를 매년 발표했다. 교갱협은 금권 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 제도 공청회를 여는 등 머리를 맞대었고, 그 결과 제비뽑기로 선거 제도를 개정하자는 헌의안을 2000년 제85회 총회에 상정했다. 매년 돈 봉투가 살포되는 교단 현실을 염려하던 총대들은 제비뽑기 제도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제비뽑기 제도를 시행한 86회 총회부터 금권 선거에 대한 우려는 크게 잦아들었다. 하지만 갈등 요소는 잠재해 있었다. 최소한의 자격 요건만을 통과한 인물이 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가 난립할 수 있는 틈이 생긴 셈이다.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에 대한 시비가 일었고, 그런 인물들이 총회장이 되기도 하자 직선제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서서히 형성됐다.
총회 때마다 직선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과 제비뽑기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제비뽑기를 제안했던 교갱협도 선거 제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고심했고, 그 결과 교갱협의 대략적인 입장은 제비뽑기 개정안으로 모아졌다. 규칙부 주관으로 95회 총회 전에 열린 선거 제도 공청회에서 박현식 목사(교갱협 상임회장·대길교회)가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하는 제비뽑기 개정안을 제안했다. 김찬곤 목사(교갱협 총무·안양 석수교회)는 선거 제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고민하다가 제비뽑기 개정안으로 교갱협의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제비뽑기 개정안은 정치부에서는 통과됐지만, 규칙부에서 부결됐다. 교갱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서현교회)는 어느 정도 금권 선거를 막고, 총회 지도력을 세울 수 있다고 예상한 개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결된 개정안에 대해 김 목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으로 비유했다. 잘만 시행되면 금권 선거 방지와 교단 지도력을 세우는 것 두 가지를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목사는 "총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금권 선거이고, 어떤 제도든 금권 선거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허나 지도력을 세우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자질이 미달되는 후보가 임원에 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거인단을 제비로 뽑고 30%의 총대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안을 지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갱협은 11월 2일 열리는 임원회에서 선거 제도 부결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선거 제도 개정안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교갱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는 어느 정도 금권 선거를 막고, 총회 지도력을 세울 수 있다고 예상한 개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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