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우 기자
Subject ‘제비뽑기 채택’ 서명운동 돌입키로
“여론지지 자신 … 기각 대비한 차선책” … 장개위 대응 주목
"감리회 현실 직시하고 부패사슬 끊어야"
제비뽑기로도 후보검증 충분히 가능 … 장개위 수용 않으면 서명운동 할 밖에
새로운감리교회운동협의회(새감협)는 오는 10월 25-27일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 제26회 총회 정기입법의회를 앞두고 내달부터 입법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새감협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에서 임시회의를 갖고, 현행 장정 상 ‘입법의회 재적회원 1/3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안 및 법률개정안을 발의 또는 제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감협 관계자는 “입법의회에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장정개정위원회에 감독선거법 개정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최근까지 장정개정위원회로부터 이에 대한 어떠한 공식·비공식 통보도 오지 않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 필요성이 폭넓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입법의회 회원들을 상대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9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명운동이 최선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장정개정위원회가 새감협이 제안한 감독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해 입법의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한다면 별도의 서명운동은 중단하고 회원들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감협이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차선책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함으로써 이에 대한 장정개정위원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제25회 총회 정기입법의회에서 36표차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으로 볼 때 1/3 이상의 서명을 받는 것은 무난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고, 나아가 입법의회 회원 과반 이상이 서명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정개정위원회가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의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여론수렴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새감협 측은 “입법의회 회원 2/3에 육박하는 서명을 받으면 개정안의 통과는 확실한 것 아니냐”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 최근 기독교타임즈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전화 51%, 인터넷 77.4%)가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하는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장정개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장정개정안의 전체적인 방향과 개정 필요성이 있는 조항들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개정위원회는 향후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권역별 공청회 등을 거쳐 내달 20일 전후해 최종 장정개정안을 공고하게 된다.
오는 10월 정기입법의회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다.금품·조직선거 행태가 신앙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행 선거풍토에서 감독 후보자들 대부분은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당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거제도 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한 새로운감리교회운동협의회(새감협) 대표 김한옥 목사(용두동교회, 사진)를 만나 제안배경과 법안의 내용, 향후 추진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제비뽑기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10여년 전에 당시 감독회장으로부터 모든 연회 감독선거에서 사용된 선거비용을 따지면 최소 5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나 자신도 교단 정치권에 한 발 쯤은 담그고 있으면서 경험을 통해 그 이야기가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몇 년전 본의 아니게 내가 감독후보로 거론됐을 때에도 몇몇 사람들이 찾아와서 “선거를 치르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그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재 우리 감리교회의 현실이다.
민주주의에는 절차와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결국 빗나간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감리교회의 현실은 지금 대단히 어둡고 부패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선거제도와 풍토 아래서 어떠한 과정으로든지 일단 당선이 되고 나면 바로잡기가 불가능하다. 당선자나 낙선자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같이 부패의 고리에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감리교회의 비극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이번 입법의회에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제비뽑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후보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감리교회에서 정상적인 목회를 해왔다면 누구라도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이번에 새감협에서 제안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에 이를 위한 장치를 두었다.
우리가 마련한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을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5·3·1’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총대들은 입후보자 가운데 5명을 기표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고, 이를 개표해 다득표자 3명을 추린다. 그런 다음 이 3명의 후보자가 직접 제비를 뽑아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총대들이 5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후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게 된다.
@ 또 다른 측면에서 후보에 대한 최종 선택을 제비뽑기 방식을 통해 함으로써 개인의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개체교회에서 담임자를 청빙할 때에도 기획위원회에서 후보자를 확정하더라도 마지막에는 감독의 파송을 받는다. 비록 형식적이더라도 감독의 파송을 받는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 교회에 담임자를 선택해 보내셨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제비뽑기도 이런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총대들의 참정권은 이미 1차로 5명을 선택할 때 이미 행사한 것이며, 최종 감독회장의 선출은 하나님께 맡겨 드리자는 것이다.
@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처벌규정을 강화해서 선거풍토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지난 2003년의 입법의회에서도선거법이 대폭 강화됐지만 선거풍토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지키지도 못할 처벌규정만을 자꾸 만들 것이 아니라 금품·조직 선거풍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후보자들이 과다한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제안한 ‘5·3·1’제도에서는 총대들이 5명을 기명투표 해 다득표자 3명이 뽑히더라도 최종 제비뽑기 단계가 남아 있으므로, 후보자 입장에서는 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제안한 ‘5·3·1’ 방식의 제비뽑기 선거법 개정안은 개인의 참정권을 침해하지도, 건전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선거운동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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