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되살아난 ‘차떼기 악몽’ 총선 덮치나 전전긍긍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글자크기ll l발목
www.bambooshop.info이 기사 어땠나요?
유익해요
후련해요
공감해요
화나요황당해요
5일 한나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했다. 초선인 고승덕 의원(55)이 소문으로 떠돌던 전당대회 ‘돈봉투’ 거래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 내부의 ‘금권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쇄신논쟁이 사그라지고, 4월 총선 전망도 암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승덕 의원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직 당 대표가 전당대회 때 보낸 300만원 봉투를 돌려준 사실을 공개했다. 고 의원은 특정인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홍준표 전 대표(58)는 아니라고 했다. 이에 시선은 자연히 박희태 국회의장(74)·안상수 전 대표(66)로 몰렸고, 두 사람의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의원들이 봉투의 전달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오전 중에 침묵을 지키던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에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안상수 전 대표도 “고 의원은 내가 당대표 되고 나서 국제위원장으로 중용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당내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18대 국회 들어 3차례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엄청난 액수가 담긴 돈봉투가 오갔다는 당내의 공공연한 소문이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폭로됐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대다수 주자들이 모두 돈봉투를 뿌렸을 것이다. 돈 안 받은 의원들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두가 ‘공범’이라는 말이다.
후폭풍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전직 대표들이 모두 의혹을 부인한 만큼 누가 돈을 뿌렸는지 ‘진실논쟁’이 한동안 당을 뒤덮게 될 것이고, 자연히 비대위발 쇄신논쟁도 가려질 수 있다.
선거 전에 전직 대표와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을 어렵게 했던 ‘차떼기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것도 치명적일 수 있다.
당의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지게 만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능가하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사자들이 계속 부인하면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부패집단’ ‘돈 선거 하는 집단’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상대책위원회에선 “당 윤리위원회나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먼저 조사하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그 정도로 의혹이 해소되겠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60)은 “국민 사이에 의혹이 퍼지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비대위는 고 의원의 디도스 검증위원회 내정도 취소했다.
한편에선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3차례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대표와 최고위원들 대다수가 ‘친이계’이고, 이들 모두에게 “돈을 살포했다”는 ‘심증’이 덧씌워질 수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고 의원 발언파문 화살은 친이계를 향할 수밖에 없고, 총선 공천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 정강·정책의 ‘보수 삭제’ 논쟁을 덮고 물갈이 여론을 퍼뜨리기 위해 사건을 키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권은 일제히 공격했다.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당 대표까지 돈으로 사는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인가”라며 “돈을 뿌려 당대표가 되신 분이 먼저 사실을 고백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도 “한나라당은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을 명백히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관련자들은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
|
0
17852
1191
1 
민주당도 ‘돈봉투’ 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