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master
ㆍ작성일 2008-04-24 11:20
ㆍ추천: 10 ㆍ조회: 169
엄두섭목사
“ 믿음과 함께 행실 바로 하여 세속화 막자”
창간 31주년 특별대담 / 은성수도원 설립자 엄두섭 목사
대담자=조효근 목사(본지 발행인)
한 평생 목회를 해오다가 60이 넘은 후 은퇴, 신교(기독교)에서 ‘수도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손수 퇴직금 등을 보태서 은성수도원을 설립했던 엄두섭 목사를 만났다. 구순의 나이인 올해 엄두섭 목사는 경기도 인근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수도원은 엄 목사의 뜻을 이어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엄 목사가 소속한 예장(통합) 교단의 산하 신학대인 장신대에게 위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엄두섭 목사를 만나 오늘의 한국교회 현상들, 그리고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도움을 구했다. <편집자 주>
▲ 목사님 연세가 있으셔서 더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그리고 뭔가 하시고 싶은 말씀을 더 자주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몸이 제대로 말을 안들어
-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요. 두 달 전 광명시 청결수도원과 은총수도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제직수련회에 강사로 초청을 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소가 4층이어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올라갈 때는 그런데로 올라갔는데, 90분 강의를 끝내고 내려올 때는 부축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 같아, 구경거리가 된 것 같아 창피했어요. 오래 사는 게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 그러실 수도 있으셨겠어요. 그렇지만 목사님 연세에 이 정도면 정정하신 겁니다.
- 4월이면 우리 나이로 90입니다. 우리 가족 중에는 이렇게 오래 산 사람이 없어요.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모르겠어요. 스스로 민망하기도 합니다. 나이 90이 된 이들 많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 신체적 지장 있는 이들이 있지요. 저는 아직까지 청각에 좀 문제가 있어요. 멀리서 말하는 것은 잘 못들을 때가 있어요.
시력은 장애가 있어서 백내장 수술도 받아서 글씨도 잘 보입니다. 그런데 기억력도 조금 지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증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일 큰 지장입니다.
강의할 때는 원고를 준비해서 제대로 하지만 가족과 대화할 때, 이렇게 얘기할 때도 표현이 제대로 안됩니다. 어제도 친구 목사가 기도해 달라고 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노화된 징조가 ‘말의 표현’이 잘 안되는 것에서 더 많이 느껴집니다. 허리도 잘 못쓰고 말이지요.
제 스스로도 깜짝 놀랍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글도 쓰긴 하지만 구상 등을 하기도 힘들어요. 설교나 강의는 이제 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오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아직도 건강하신데요.
- 1년 더 살지 어떨지 모르지만 임종할 때까지 수치스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동안 혼신을 다해 사역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후회 없으신가요?
- 과거 목회나 수도원 등 전부가 잘못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수도원 시작할 때부터 충분히 기도하고 시작한 게 아니고 ‘좋겠다, 정말 필요하다, 더 나갈 길은 그거다’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지금은 모두 잘못이고, 교인들 상당수가 지옥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습니다.
▲ 왜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 최근 심령 과학자의 글을 봤는데, 지옥 구경을 했다는 사람의 얘기가 나와요. 지옥은 예수님을 믿지 않은 이들만 가는 줄 알았는데, 믿는다고 말하는 자들 중에서도 지옥에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불가마 속에 많은 이들이 빠졌는데, 거기에는 목사도 있었답니다. 그는 거기서도 설교하는 제스처와 성경 읽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목사인데 왜 지옥에 떨어졌을까요.
예수 그리스도는 큰 교회를 원하지 않습니다. 지옥에 떨어진 목사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지 않았고, 교인들 비위에 맞추는 데 더 신경썼다더군요. 재림이나 지옥에 대해서는 말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나님이 너무 좋은 분이기에 다 구원한다’고 말한 목사도 지옥에 들어왔다고 설명하고 있었어요. 형벌은 언제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다고, 지옥은 분명히 있다고 글쓴 자는 말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낼 모레라도 임종할지 모르지만 천당을 자신할 수 없어요. 내 목회도 분명 그런 목회의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설교를 잘 못해서 지옥 간 이들이 많을 것이고, 정통주의자나 복음주의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교인들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잘못하면 지옥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 의외의 생각을 하고 계시군요. 그럼 지옥에 가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 그것은 자꾸 회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것까지 끊임없이 회개해야 합니다. 구원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보혈의 공로로만 가능한 만큼 이것을 꽉 붙잡고 나가야 합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고, 다른 사람은 잘못 아니라는 생각만 듭니다. 이제 더 하라고 해도 할 맘도 없고, 겁납니다. 잘한 것이 없으니 더 그렇습니다.
▲ ‘목회할 때 목사님의 설교 들은 신자 중에서도 지옥 갈 것 같다’는 말씀은 참으로 심각한 얘기입니다.
- 신교는 참으로 결함이 많이 있습니다. 신앙, 예배, 교역자 선발 과정 등에서 말이지요. 천주교로 개종할 마음은 없지만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교의 중심을 확고히 하면서 천주교나 정교회 등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합니다.
▲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까요.
- 수도원을 직접 개원해서 운영해 봤으니 가톨릭에 대해서는 웬만큼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루터가 강조해 온 ‘오직 믿음, 은혜로만’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분명 구원의 길인데, 그것만 강조하다 보니까 실생활에서는 행실을 무시하다시피 하고, 교역자들도 언급하지 않아 속화가 빠르고, 세상화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믿음과 생활은 조화가 쉽지는 않지만 일치시키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 보다 낫지 아니하다’ 라는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신교는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기도하고, 결점이 너무 많은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 진정한 상속자, DNA 같아야
▲ 루터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것은 한국적 상황에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울의 ‘믿음으로만’이라고 한 것을 우리는 너무 관념적으로만 받은 것이 아닐까요?
바울의 믿음은 관념이 아닌 ‘주님이 내 안에 사시는 것을 믿는 것’(갈 2:20)인데, 우리는 추상적인 믿음으로 받은 것 같습니다. 바울의 믿음은 생명의 일체를 말하는 것, 예수님의 DNA(본성, 본체)와 우리의 DNA가 일치하는 것인데, 우리가 그렇게 배우지 못한 것 아닌가요?
가톨릭은 그것을 구체화하려고 화체설을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체·종부 성사를 신교도 지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기독교보다 덜 썩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상속자는 본질 자체가 완전히 같아야 합니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 자체는 미완의 가르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골고다’가 우리가 가야 할 종점인데 우리는 요한복음 11장과 12장에서 놀고(만족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요한복음 13장 이후의 골고다, 그 골고다의 주님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성경을 다시 배워야 하고, 루터의 개혁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말씀이라고 한 그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진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안식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채찍을 동원해야 합니다.
- 종교개혁 직후에 개혁교회는 강단에서 은혜가 없어지고 신자들은 도덕적으로 부패하고 분열했습니다. 종교 개혁으로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요한 아른트는 ‘진정한 기독교’를 강조했고, 진젤돌프도 경건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루터의 종교개혁이 미완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천주교를 향해 ‘마귀’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독교의 세속화와 지도자의 타락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스웨덴 벅이 “루터를 지옥에서 봤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대들던데,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적인 태도는 고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런 태도의 화근은 신학교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힘들 것입니다.
▲ 루터 살아생전에 그토록 개혁을 원했지만, 그는 나중에 가진 자인 귀족편에 서서 약한 자인 농노를 핍박했던 결과를 가져왔지요. 농노를 대변하며 운동했던 토마스 뮌처는 “루터는 아들 딸 낳고 경제적으로도 누릴 것 다 누렸다”면서 루터를 개혁의 실패자라고 얘기했습니다.
이처럼 지금의 기독교 역시도 개혁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없이도 성경이나 성령을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 예수를 상대시각 아닌 절대시각으로 봐야
- 루터의 순수를 유지하려면 장삿속으로 신학교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목회자 수급에 맞춰서 신학생을 배출해 내야 합니다. 교회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성경에 다 있습니다. 그것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요. 오늘날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대적으로 보는 게 문제입니다. 절대시각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 30년 전에는 개혁 얘기만 하면 목회자들도 두려움에 차서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며 개혁의 필요성을 묵살합니다. 저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 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35년 전인 중년의 나이에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착한 종이 돼서 열심히 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자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싶어 깊은 기도 중입니다.
화제를 바꿔보지요. 현재의 한국교회, 이대로는 안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김준곤 목사(엄 목사와는 오랜 지인 사이)의 CCC에서 한일교역자 성장대회를 20여년 전에 하면서 나한테 1시간 강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김 목사가 그러더군요. “엄형, 일본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은 빠지고 젊은이 300명이 왔는데, 한국에서는 200명이 왔어요.
일본인 숙소 근처에는 휴지 하나 없고, 강의에 앞서서 모두들 앞자리에 앉고 하는데, 한국 목사와는 차이가 있더라구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은성수도원 너머에 절이 하나 있는데, 석가탄신일이 가까워 오면 목탁 소리가 더 빈번해지고, 강해집니다. 그런데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돈돈돈'으로 들리더군요. 기독교에서도 대형집회나 개 교회 집회 때 ‘할렐루야’를 강조하곤 하는데, 나는 그 소리가 ‘돈넬루야’로 들리니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어떤 집회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설교를 하지 못하게 하면서 ‘내려오라’, ‘저런 사람에게는 강사료 주지도 말라’, ‘너나 바로 살아라’며 항의를 받고 곤욕을 치뤘던 때가 기억됩니다. 예언자적 소리, 지금은 함부로 부르짖지도 못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기도 싫어합니다.
목회자에게는 사명감도, 개혁 정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쓴소리를 해서 결점을 고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소리는 다들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죽기 전에 자기 인생이 보이더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그래요. 지난 생애가 다 떠올라요. 그리고, 다 잘못됐다는 생각 뿐이예요.
# 12시면 끝인데, 지금이 바로 3분 전
▲ 들소리도 언젠가는 이사야처럼 멋지게 목이 잘리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작년 창사 30주년 행사를 하면서,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가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의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기독교마저 윤리운동 쪽으로 전환해 ‘종교화’ 되려는 경향이 짙어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 하나님의 시계는 12시면 끝인데 바로 지금이 3분 전이라는 말이 있어요.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싶네요.
▲ 제 자신을 생각해보면 미친 자처럼 살아왔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살림을 했다고 자부했는데 벌써 31년입니다. 그렇게 맨날 해봐야 되지 않는 것을 요즘은 절감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오늘 주님께 가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요. 세상의 끝은 우리가 알 수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환영 보다는 하나님의 현장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이제 일흔살이 다가오니 자기 몰두하는 시간을 절실하게 필요로 합니다. 공부와 영적 단련, 생명의 본체에 대한 여유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단 말입니다.
- 그럴 것입니다.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자금과 사람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 일이니까요.
▲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이날 세 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엄 목사님은 의자에서 꼼짝도 안하시면서, 조근조근 자신의 속내도 드러내시며 어렵지 않게 말씀하셨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식사는 많이 하시지 못했는데, 평소에는 기운이 없어서 많이 누워계신다고 했다.
그림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으셔서 몇 달 전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을 한 폭 그릴 정도이셨고, 작년에는 책 한 권을 내기도 하셨다. 건강할 때 하고 싶은 것은 하셨다고 했다.
한 분은 구순의 나이에, 또 한 분은 칠순이 다 되는 나이에 모두 진리를 추구하는 자신들의 삶에 큰 애착이 있으셨고, 한국교회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걱정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수도원을 건립하셨지만, 그 명목을 그대로 잇지 못했다. 기독교 신교가 아니고 가톨릭이었으면 훨씬 더 발전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교회의 인색함, 가벼움 등을 생각하게 했다.
엄 목사님은 그런 것을 전혀 탓하지 않으셨다.거동이 불편해 작은 아파트 공간으로 옮겨, 남은 생애 수도원적인 삶을 놓지 않고 계셨다. 그런 분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 뵈면 뵐수록 커져만 간다.
수도원에 사실 때도 늘 맨발이었는데, 아직도 맨발이셨다. 옷도 마찬가지. 그러나 밤 12시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은 지금은 하시지 못한다. 그런데도 엄 목사님의 작은 골방 책상에는 펼쳐진 책들과 안경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책장에는 말끔하게 책들이 정돈돼 있었다. 작아진 몸이지만 아직도 그는 여기저기 손때가 묻은 공간의 것들과 벗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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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우리교단 선거규칙은 수정,보완,강화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