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어찌할꼬, 총회여!
"총회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심요섭
본 글은 제97회 총회 총대이시며 정읍성광교회 장로로서 현직 변호사인 심요섭 장로의 오피니언 글로서 이는 본사 편집취지와 다를 수 있으며, 누구든지 본 글에 대한 반론권도 보장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리폼드뉴스 편집부).
제97회 총회가 지난 9월 21일(금) 정오에 파국을 맞이했습니다. 정치부가 안건을 계속 보고하고 있었는데도, 두세 명의 총대가 느닷없이 폐회 동의와 재청을 하고 총회장이 폐회를 선언해버렸습니다. 번개처럼 순식간이었습니다. 치밀한 각본에 따른 것 같았습니다. 거의 모든 총대들은 다른 의견을 말할 틈이 없었습니다. 회의장에 있던 천 명 가까운 총대들은 분노했습니다. 총대들은 이심전심으로 특정 안건의 상정을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신임 총회장에 대한 노래주점 진상 조사처리를 위한 긴급동의안과 총무 해임을 위한 긴급 동의안이었습니다. 총회장은 이 안건들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아니한 채 폐회했습니다.
신임 총회장이 노래주점에서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총회 개최 전에 방송과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총무와 관련한 오물투척사건 등의 원인과 배경에 관하여도 의혹이 있었습니다. 저는 산바 태풍을 헤쳐 가며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장소인 대구 성명교회로 갔습니다. 총회 장소에는 엄청 많은 건장한 청년들이 입구를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자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했습니다. 두 눈으로 보니 착잡했습니다.
조선예수교장로회가 1938년 9월 10일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결의한 사건이 연상되었습니다. 그 총회에서 선배 총대들은 신사는 종교가 아니고 ‘국민의식’이라고 결의했습니다. 일본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비하며 총대들을 위협했습니다. 이번 제97회 총회에서 총회장과 총무는 부도덕한 의혹들은 모함이며 모두 성결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은 양복의 청년들이 질서유지 명분으로 총회장과 총무를 보호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 것인지 서글펐습니다.
총회가 개회되자마자, 총대들이 ‘용역총회’를 규탄했습니다. 용역을 철수시켜라, 기자출입금지를 해제하라고 소리쳤습니다. 심한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두 눈으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무가 ‘권총’을 빼들고 상하로 흔들었습니다. 미국 서부 활극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닌지,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총무가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차고 다니는 무기라니······. (저는 현장에서 권총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스총이었습니다.)
이것은 즉결 처단감이었습니다(권징조례 7장 48조). 당시 직전 총회장께서는 총무에게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직전 총회장은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아니했습니다. 직전 총회장은 회의장에서 용역철수만 지시하고 회의를 강행했습니다. 총대들이 ‘권총’으로 위협을 당했는데, 기독교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초유의 사태를 목격했는데도, 직전 총회장은 이를 모른 척했습니다. 이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총대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응어리를 남겼습니다.
신임 총회장 선출의 파란은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정준모 후보자의 노래주점 의혹사건에 대하여 질의가 있었으나, 직전 총회장은 이를 묵살하고 추대절차를 강행했습니다. 약1,500명의 총대들이 후보자의 말을 듣고 싶어 했습니다. 총회장 후보자는 성결 의무가 있습니다(정치 4장 2조, 딤전 3:7). 직전 총회장은 후보자의 ‘불편한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습니다. 자정능력을 기대했으나, 헛된 기대였습니다.
여하튼 정준모 목사께서 새로운 총회장으로 97회 총회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습니다. 총회장이 강력한 개혁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총회장은 찬반 논쟁에 공정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요 의결사항으로 총회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헌법 전면개정을 위한 위원회 설치, 아이티 구제헌금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소 결정, 선거제도를 제비뽑기에서 절충형(제비뽑기+직선제)으로 변경, 제주도 탐라대학교 매수 부결 등이 있습니다. 총회장은 헌법준수선서식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총회장이 독선적으로 결정할 때에는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인내하면서 총무 해임을 위한 안건이 상정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정오가 되자마자, 총회장이 치밀한 각본에 따른 폐회를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97회 임원들과 증경 회장단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회의장에는 격렬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임원 중 한 분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데 만 정신이 팔려 휴대전화를 놓고 나갈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신임 총회장이 천명하신 개혁에 대한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회의장에 있는 거의 모든 총대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총회장이 시무하는 성명교회에서 총회가 개최되었는데, 교회 측에서 전등과 마이크의 전원도 꺼버렸습니다.
이것이 총회 설립100주년을 기념하는 총회란 말인가? 1938년 신사참배를 결의한 제27회 총회 이래 가장 부끄러운 총회가 아닐까? 이것이 신임 총회장께서 강력하게 외친 개혁의지의 실체란 말인가? 과연 우리 총회는 자율적인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낯 뜨겁게 장자교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는 교회에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떠나겠다는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러나 저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총대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교단과 총회를 위한 열망은 회의장을 용광로처럼 달구었습니다. 불법에 대한 거룩한 분노, 그리고 교단과 총회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애절한 사랑이 이신전심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정호 목사의 임시 사회로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이하 ‘비대위’라고 함)가 조직되었습니다. 전국적인 3구도의 노회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위원장 서창수 목사)가 조직되었습니다. 비대위는 총회장을 불신임하고, 총무를 해임하고, 총회를 정상화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비대위는 불복종운동을 벌이고,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회의장에 남아 있던 총대들은 842명이었으며, 찬성에 서명한 총대들은 812명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총대들은 비대위에게 전국 140개 노회장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비대위는 효과적인 불복종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① 전국 140개 노회들이 총회에 상회비를 납부하지 아니하게 한다.
② 전국 140개 노회들을 통하여 서명운동을 벌인다.
③ 전국 12,000개 교회들이 세례교인 의무금을 납부하지 아니하게 한다.
④ 총대들은 상비부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
⑤ 총대들은 특별위원회나 조사처리위원회에 참여하지 아니한다.
⑥ 97회 임원들에게 사임을 촉구한다.
⑦ 97회 임원들에게 총회장에 대한 협력 중단을 촉구한다.
⑧ 총회장의 2012년 9월 27일자 취임감사예배에 일체 참여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총회장의 취임감사예배에서 순서를 맡은 분들에게 불참을 촉구한다.
⑨ 총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모든 불복종운동을 벌인다.]
비대위는 총회장에 대한 불신임 절차, 그리고 총무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① 비대위는 총회장에게 임시(비상)총회 소집을 촉구한다.
② 총회장이 임시총회를 소집하면, 비대위는 불신임 및 해임을 관철시킨다.
③ 총회장이 임시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면, 비대위는 법원에 임시총회소집을 위한 소송을 제기한다. 비대위는 법원의 재판에 따라서 불신임 및 해임을 관철시킨다.
④ 비대위는 총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신청을 해서, 총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킨다.
⑤ 기타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
비대위가 2012년 0월 00일 00교회에서 비상회의를 예약하고 해산했습니다. 저는 총회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한 채 울분을 느끼며 비대위 현장을 떠났습니다. 모든 장로들도 저와 똑같은 심정일거라 생각합니다. 전국의 장로들이 불의에 결코 침묵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 교단은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비대위가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면, 총회장과 총무가 비대위에 소속된 총대들을 모든 총회 공직에서 제외하고, 총회 총대자격을 5년간 박탈할까 우려가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 우리 교단이 분열될 위험이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총회장과 총무에게 있습니다. 동반 사임하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주점 의혹사건과 가스총 사건으로 총회와 교단과 기독교 전체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막가파식 파회는 총대들의 응어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습니다. 두 분이 하루라도 빨리 사임하시면, 총회와 교단이 고통에서 좀 더 빨리 회복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증경 총회장님들과 증경 부총회장님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증경 어르신들은 지난 100년 동안 우리 교단을 부흥시키시고 후배 총대들을 지도해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대들이 노래주점 의혹사건과 가스총 사건 등에 대하여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총무 해임안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총회장이 이런 중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고 파회하여, 총회를 파국으로 몰아갔습니다. 총대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전쟁터처럼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증경 어르신들이 한분도 남지 않으시고 모두 빠져나가셨습니다. 증경 어르신들께서 원로의 역할을 포기하시고 자리를 뜨셨습니다. 증경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심이 붕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증경 어르신들께서 원로로서 총회장과 총무를 설득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총회장과 총무가 하루라도 빨리 사임하도록, 증경 어르신들께서 강력하게 권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부 고위공직자가 만약 노래주점 의혹사건과 막가파식 회의진행, 그리고 가스총 사건에 휘말린다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될 것입니다. 총회장과 총무는 정부 고위공직자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적 성결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사임하셔야 합니다.
서글프게도 인터넷에서 ‘총든 막장 총회’ 동영상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용역들을 세워 철통같은 경비를 했지만, 현대는 인터넷 시대이며 언론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이번 사태로 인터넷에서는 우리나라 기독교 전체가 매도되며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총회장과 총무가 회의 절차와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성’만으로도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입니다. 이 ‘불법성’으로 인하여 지도력을 상실했습니다. 신뢰를 잃었습니다. 증경 어르신들께서 즉시 나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태가 850만 성도들, 5,000만 국민들의 머릿속에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단이 개혁교회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총회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기사입력: 2012/09/22 [10:32] 최종편집: ⓒ 리폼드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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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