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 총회장, 교단 역사에서 지워지나
[합동 봄 노회 결의2] 총회장 명단에서 삭제 헌의…"97회 총회 사태 매듭짓고 교단 개혁 꾀해야"
[0호] 2013년 05월 03일 (금) 14:14:12 이명구 ghmg@martus.or.kr
"정당한 파회 선언이었다. 순간적으로 편승된 여론의 심판이 아니라 법의 심판과 훗날 역사의 평가에 맡길 것이다." 기습 파회를 선언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97회 총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정준모 총회장이 총회 후 자신을 변호한 말이다.
그가 말했던 역사의 심판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봄 정기노회에서 쏟아진 총회장 관련 헌의가 오는 9월 열리는 예장합동 98회 총회에서 다뤄진다. 8개 노회가 총회장을 처벌해 달라는 헌의를 올리고 벼르고 있다.
대경·동평양·남부산동·서중·중부산노회는 "정준모 총회장을 전 총회장 명단에서 삭제하고 총대에서 영구 제명하자"며 강경하게 나왔다. 이리·남대구·황서·남수원노회는 "97회 총회 파행 사태 관련자를 조사하고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회들은 총회의 수장인 총회장을 교단 역사에서 아예 지워 버리겠다며 성을 냈다. 정준모 총회장이 그동안 교단 민심과 어긋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황규철 총무를 해임해 달라는 긴급동의안을 기다리던 총대들은 눈앞에서 날치기로 회의를 끝내는 현장을 목격하고 분노했다. 800여 명의 총대들이 결성한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속회'를 요구했지만 총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속회 총회에서 정 총회장은 엎드려 사과했으나 약속했던 자진 근신을 이행하지 않았다. 번번이 총대들의 기대를 저버린 셈이다.
일부 노회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총회장을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한 노회장은 "총회장이 내내 독주했다.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른 노회장은 "총회장이 마음대로 행동한 것을 분명히 짚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97회 총회 파행과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광주·전북·김제·김천·동부산·울산·전북제일노회는 "총회장이 불법을 했을 경우 해임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헌의했다. 100개가 넘는 노회가 비대위를 지지하고 총회장을 성토했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었던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준모 총회장은 쏟아지는 헌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마르투스 이명구
안주노회는 "총회 헌법에 '미진 안건을 필히 처리하고, 총대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한 후 파회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총회장직 또는 총회장직의 수행을 제한하는 규정'을 삽입하자"고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총회장 처벌 헌의를 올린 노회들은 98회 총대들은 물론 전 교단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대는 "한두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교단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97회 총회 사태를 매듭짓지 않으면 고질적으로 썩어 있는 교단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총대는 "개혁을 외치는 젊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많다. 그들의 공감대를 얻도록 총회장에게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준모 총회장은 쏟아지는 헌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여차하면 전 총회장 명단에서 빠지면 된다. 천당 가는 명단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98회 총회에서 총회장 처벌 헌의는 황규철 총무 해임 건과 더불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한 총대는 "98회 총회를 기다린다는 목소리를 교단 여기저기서 들었다. 그동안 쌓였던 총대들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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