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민참여재판 열린 대구지법 가보니
집행유예 4년" 배심원 평결대로 재판부 선고
배심원단 12명, 후보 86명중 제비뽑기로 선정, 검찰ㆍ변호인 심리 마치자 2시간 치열한 토론
"배심원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 않은 만큼 평결을 존중해 피고인을 석방합니다."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 12명의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에 대한 실형을 반대하며 변호인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도 배심원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명령 80시간을 선고하며 피고인을 석방했다.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국내 첫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배심원 의견을 따르는 방향으로 나타나면서 참여재판을 찾는 수요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대법정에서는 일반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은 교통사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A씨(70ㆍ여) 집에 들어가 강도상해를 저지른 이 모씨(27).
이씨는 A씨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자 병원까지 데려가다 인근 주민이 신고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혀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첫 참여재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방청객 150여 명이 재판정을 가득 메운 가운데 오후 2시께 재판이 시작됐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은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등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는 열의를 보이며 공소 내용을 조목조목 증명해 나갔다.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심원들에게 이씨가 사용했던 과도도 들어 보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우발적으로 상해를 입힌 후 병원까지 노인을 데려가려 했기 때문에 정상을 참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배심원을 의식한 듯 피고인에게 불리한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연방 "이의 있습니다"를 외쳐 눈길을 끌었다.
전문 법관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만큼 어려운 법률 용어를 피하고 가급적 천천히 논리를 전개하기는 양측 모두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도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며 "피고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검사 몫인 만큼 배심원들은 어떤 선입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긴장된 모습으로 배심원석에 자리한 배심원들은 양측 주장을 경청하면서 메모를 하는 등 핵심쟁점을 정리해 갔다.
피해자인 A씨와 목격자, 목격자와 피고인 여동생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한 양측이 배심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평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격론을 주고받기를 3시간. 어느덧 심리는 끝났고 배심원들은 평결을 내리기 위해 법정에서 일어섰다.
검찰과 변호인 측 애간장을 태운 2시간에 걸친 격렬한 논의 끝에 배심원들은 오후 7시께 평의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배심원으로 참석한 김진철 씨(39)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상반된 주장을 판단하는 일이 어려웠다"면서도 "사법체계의 중요성과 국내 사법제도가 진취적으로 발전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판을 진행한 윤종구 부장판사도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며 "좋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장시간 노력해준 배심원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배심원 후보는 전체 배심원 후보 대상자 중 37% 수준인 86명. 이 중 12명이 제비뽑기를 통해 재판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국민참여재판에 앞서 실시된 모의재판에 전체 배심원 후보 가운데 10% 정도만 법정에 출석했던 것과 비교할 때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됐다.
[대구 =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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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신청자 85명 중에 12명을 제비로 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