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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은 '합동' 노회는 '거부'…"기득권 때문에"
광주 지역 예장합동 소속 노회 개편 무산…개편하자던 노회들 갑자기 입장 바꿔
2006년 08월 25일 (금) 17:57:21 [조회수 : 1661] 변하삼 ( beon7th )
▲ 광신대학교에서 열린 예장합동 노회정비추진위원회 회의는 노회 개편 찬반 양론이 대립,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에 '합동'하는데 두 손 맞잡았던 예장합동과 예장개혁의 광주 지역 교회들이 술렁이고 있다. 일단 합동한다는 대의에 박수를 보냈지만 노회 개편이라는 실질적인 이권이 개입된 '현실' 문제를 따질 때는 싸늘한 분위기마져 감돌았다.
올해 초 봄 정기 노회가 진행될 때만 해도 예장합동과 예장개혁 양 교단 소속의 노회들이 인근 노회를 초청, 합동 감사 예배를 드리거나 아예 노회 진행을 함께 하는 등 연합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광주 광신대학교에서 이 지역 각 노회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회 지역 정비 관련 회의의 분위기는 두 교단의 합동이 겨울로 접어들고 있음을 암시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쟁점은 노회 개편 문제다. 합동하기 전 두 교단의 광주 지역 노회 수는 8개에 이르며 지금까지 그 수가 유지되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 그것도 같은 구역에 두 개의 노회가 공존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두 교단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노회가 두 개나 있다(전남노회, 광주노회). 결국 노회 개편은 당연한 과제로 떠올랐다. 노회 합동 없이는 이름만 합동일 뿐 여전히 한 지역에서 두 교단이 공존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회 개편이야말로 실질적인 합동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이미 합의된 개편안이 다시 공전하자 회의를 진행하던 박덕기 목사(노회정비추진위원장)는 허탈한 모습으로 회의장을 빠저나왔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들이 생겼다. 합동 선언 이후 광주전남노회장협의회(회장 박덕기 목사)가 출범했다. 이어 결성된 조직은 광주지역노회정비추진위원회(이하 정비추진위). 특히 정비추진위는 합동에 따른 세부적인 문제들을 정비하기 위한 기구로 광주 지역 8개 노회의 노회명 중복과 지역 분할 문제에 대한 대안을 도출했다.
정비추진위는 7월 초 각 노회별 전권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광주 지역 노회를 5개구 행정 구역을 기준으로 하되, 인접 시·군은 광주시 인접 구로 통합 정비'한다는 안에 원칙적 합의했다. 또 이 내용을 골자로 지난 7월 6일 총회에 건의서를 제출, 총회가 이를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총회합동후속처리위원 일부가 연석한 지난 7월 28일 광신대학교에서 열린 노회 지역정비관련회의장의 분위기는 노회 개편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던 무등파크 모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노회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회의장은 어수선한 가운데 곳곳에서 "이럴 거면 뭐 하러 시간들이고 돈 들여 회의했나", "각자 살던 대로 그렇게 살자"라는 소리가 오고 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 노회에서 이미 합의된 노회 개편을 다시 문제제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8개 노회 중 4개 노회가 찬성 입장을 철회, 노회 개편은 논의가 중단됐다. 총회합동후속처리위원들은 건의서 내용과는 다른 양상으로 회의가 진행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회 개편과 관련해 기존입장(찬성)을 재확인한 노회는 △광주노회(합동, 노회장 김찬영 목사) △광주노회(옛 개혁, 노회장 박하현목사) △남광주노회(옛 개혁, 노회장 정장면 목사) △전남노회(옛 개혁, 노회장 김봉문 목사) 네 곳이다. 노회 개편을 반대하며 현재 노회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노회는 ▲전남노회(합동, 노회장 전우철 목사) ▲서광주노회(옛 개혁, 노회장 안중섭 목사) ▲동광주노회(옛 개혁, 노회장 전보규 목사) ▲호남노회(옛 개혁)다. 그나마 노회 개편을 찬성하는 노회들도 행정 구역 개편만 찬성했지 인접 시군의 광주 통합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정비추진위의 건의서에는 광주지역 7개 노회 전권위원(대표위원)의 서명 날인이 첨부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호남노회(옛 개혁)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노회의 대표가 광신대에서 모이기 전에 이미 건의서에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회 개편을 지지하던 노회들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개편 반대 의사를 밝힌 전남노회장 전우철 목사는 "노회 개편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합의 내용이 불분명한 곳도 있고 아직 (노회 개편은) 시기상조라는 의식 많아 찬성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전남노회의 경우 입장 변화와 관련해 노회원들의 의사를 다 묻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한 참석자는 회의가 끝난 후 "아직 지역 정서가 노회 개편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 노회정비추진위가 총회에 제출한 건의서에 첨부된 광주 지역 7개 노회 대표들의 자필 서명. 일부 노회가 한 달도 안 돼 개편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그러나 합동이 어려운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들이 있다. 이미 노회 정비 논의가 진행된 지난 수개월간 "우리는 노회장도 못해본다", "우리 노회는 절대 손 못 댄다"고 말들이 난무했다. 개편을 지지했던 한 참석자는 "결국 문제는 기득권"이라며 "노회의 실세들이 노회가 통합되고 개편될 경우 지분과 기득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처음에는 개편에 찬성했더라도 돌아가 득실을 분석하고는 이내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정비추진위를 이끈 박덕기 목사(송정중앙교회)는 "개편에 찬성했던 분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노회 정비는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 목사는 또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양보와 포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분과 기득권에 미련이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큰 현실을 두고 일부 목회자들은 예수님이 와도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푸념했다. 교단이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대의 명분을 내세워 예상 가능한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합동을 선언한 대가를 지역 노회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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