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하 감독회장 특별대담
“감리교회 위상 회복 계기 삼아야”
박영천 국장 pyc-01000@kmctimes.com
“감리교회 위상 회복 계기 삼아야”
전임감독제에 맞게 장정개정 당부…선거법·교역자 수급 ‘이대로 안된다’
제26차 총회 입법의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장정개정위원회는 분과별로 주요현안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전체적인 조율작업에 돌입, 곧 입법의회에 상정할 법안들이 정리되어 나올 예정이다. 취임초기 강한 개혁의지를 보이며 4년 전임감독으로 첫 해를 시작했던 신경하 감독회장, 과연 이번 장정개정에 어떤 고민과 기대를 하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9일 신경하 감독회장과 특별기획대담을 마련했다.
박영천 주필 - 감독회장님이 4년제 전임감독에 선출되신 것은 당시 보여주셨던 개혁적인 의지가 높은 호응을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27년 만에 부활된 첫 전임감독회장직을 맡으셨는데 1백40만 감리교도들은 감독회장님께 무엇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신경하 감독회장 -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부임한 이후 내게 주어진 매일매일 시간을 하나님께서 맡기신 줄 믿고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감독회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감독회장의 위상과 지도력 회복 △본부 행정에 대한 신뢰회복 △감리교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선거법의 개정 등 입니다.
이를 위해 되도록 목회현장을 세심히 확인해 보려는 마음으로 여러 교회들을 방문하여 격려와 위로를 나누었고, 외부 감사를 도입해 이미 본부에 대한 감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정책이나 사업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보내며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독회장으로서 충분한 책임과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도적 변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경하 감독회장
박 주필 - 신동일 장정개정위원장도 위원회 구성 초기에 “부정한 선거풍토와 과열된 선거운동이 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최근 본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감독선거에 제비뽑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감독선거 풍토에 대한 염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감독회장님께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신 감독회장 - 감리교회의 여기저기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야겠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은 감독선거제도의 개선입니다. 저는 감독회장으로서 감독선거제도가 고쳐지지 않고서는 한국 감리교회의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감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제비뽑기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가 있겠고, 직접선거와 제비뽑기의 절충안이나 그 외의 여러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를 특정해서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현재의 선거법을 고치지 않는 한 ‘희망을 주는 감리교회’는 한낱 무의미한 슬로건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력 부패의 온상은 선교제도였습니다.
저는 과거 선거운동과정에서도 감리사는 지방에서, 연회감독은 연회에서, 총회감독은 총회에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은 풀뿌리 민주주의시대, 지방자치화 시대로 19살만 되면 대통령을 직접 뽑는데, 젊은 목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어느 법이든 절대적입 법은 없습니다. 이제는 이 제도가 우리 감리교회의 역사적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어왔고, 또 줄 것인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박 주필 -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매우 강한 의지를 밝히셨는데,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신 감독회장 -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입장으로 유권자들을 만나고 접촉하면서 ‘정말 이건 아닌데,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금권이나 조직선거로 인한 과열양상이 우리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구나!’라는 경험을 하며 무력감까지 느꼈습니다.
적어도 감독은 영적 지도자 아닙니까. 권위가 있고 지도력이 세워져야 하는데, 감독마저 이렇게 함께 부패하고 타락하고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이는 결국 감독의 지도력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아니다’라고 고민했지만 경쟁상대가 있고 유권자들의 유혹과 요구 때문에 후보 당사자가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박 주필 - 현재 진행 중인 장정개정위원회 논의내용을 살펴보면 여론의 지지(본사 여론조사)를 받고 있는 ‘제비뽑기’안을 논의과정에서 조차 배제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비뽑기안 뿐만 아니라 여론수렴(여론조사, 공청회)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봅니다. 너무 독단적으로 장정개정위원회가 운영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 감독회장 - 현대는 균형 잡힌 통합적인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21세기의 지도력은 섬김과 봉사의 균형 있는 지도력으로 끌어가는 시대입니다. 저는 독선적이거나 권위적인 것에서 탈피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감독회장 입장에서 장정개정위원들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는 2003년도 장정에 전임감독제를 만들었지만 이것을 뒷받침하는 법을 만들지 않아 어려움이 많으니 이번에는 전임감독제에 부합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과 반드시 선거법을 바르게 고쳐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제비뽑기가 지난 입법의회에서 불과 몇 표차로 부결되었다고 하는 것 뿐 아니라, 현재 제비뽑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 목회를 건실하게 잘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이 줄기차게 여론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 분위기와 정서를 장정개정위원회에서 알아야 합니다.
장정개정위원회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론을 충실히 수렴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어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한국 감리교회의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이를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할 것입니다.
박영천 주필 겸 편집국장
박 주필 -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장정개정이 감독회장님의 개혁의지를 반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회라는 말이 많이 있는데, 장정개정위원회가 논의 과정에서 감독회장님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신 감독회장 - 현재로서는 감독회장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혹시 여러 가지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다 보면 너무 방만해져서 다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아주 중점적인 것, 심각한 부분만 손을 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아마 24명의 장정개정위원들이 각기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루다보니 내용이 방대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장정개정위원들이 뜻을 모아서 좋은 안들을 많이 생산해 내리라 기대합니다.
장정개정위원장 얘기로는 이번에는 선거법과 미자립교회 대책, 전임감독제를 지원하는 법 개정에 국한하여 법의 상하 문제만 다루고 본부 구조 등과 같은 문제는 다음에 법을 다루는 총회 때에 다시 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정리될지 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 주필 - 선거법 이외에 감리회의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져야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신 감독회장 - 먼저는 선거법과 미자립교회 대책이 중요한데, 또 하나를 추가해 말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은급법, 은급제도에 대해 조금 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겠냐며 제도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타교단이나 타교파에 비해 감리교 은급제도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자꾸 희망을 잃게 하는 양상이 나타나 마음이 아픕니다. 10년이면 재원이 고갈된다고 불안해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은급제도에 대해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을 통해 다시 희망을 줄 수 있어야 됩니다.
은급제도개선에 대해서도 많은 기간을 투자하여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급의 경우 전문인을 투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주제로 미자립교회에 대한 대책입니다. 우리 감리회에 미자립교회가 43%나 되는데, 이 미자립교회의 교역자들의 생활비 대책을 세워보지만 현재 3개 신학교가 자기들이 잡아 놓은 정원대로 졸업생을 계속 배출하기만 하면 미자립교회는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신학교 당국자들도 고민해야 되지만 교단적으로도 신학교에 더 이상 끌려갈 수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본부가 이제는 주도권을 갖고 목회대학원을 만들어서 교역자 수급계획에 따라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주필 - 몇몇 언론에서 감독회장님을 일컬어 ‘섬기는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 마지막으로 감리교회에 희망을 담은 당부말씀을 해주십시오.
신 감독회장 - 우리 감리회는 훌륭한 선배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시대와 역사 속에 있었던 좋은 전통이나 흐름을 놓친것에 대해 실망과 함께 부끄러움을 통감합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알고 영적 대각성을 다시 한 번 일으켜 희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내년도에는 세계감리교대회가 열리는데 그 일을 준비하면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감리교회 위상정립과 함께 우리와 세계화에 공헌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실 것을 확신합니다.
기획/ 곽인 편집부장 정리/ 김기원 차장 사진/ 안혜총 차장
입력 : 2005년 08월 24일 01:06:58 / 수정 : 2005년 08월 24일 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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