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병원 '사용자단체' 구성, 사립대는 어디 있나
[메디컬투데이] 2007-05-10 08:00
9일 여의도 CCMM빌딩 1F 코스모홀은 병원 관련 종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경기권을 비롯해 전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병원급 의료기관 병원장들과 해당 병원 노조원들이 올해 산별교섭의 물꼬를 트는 상견례 자리를 위해 모인 것.
이날 교섭은 여느 때와 달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이유는 8일 병원 사측이 산별교섭의 공식적인 대표 격의 사용자단체인 ‘보건의료산업 사용자협의회’를 구성했기 때문.
이미 병원노조가 지난 98년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지 1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사용자단체 구성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노사 양측은 상견례 자리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사리 구성된 사용자협의회 대표 3인 가운데, 사립대병원이 쏙 빠져 사용자단체 구성 취지를 무색케 했다.
8일 창립총회를 가진 보건의료산업 사용자협의회는 전남대병원 김상경 원장, 소화아동병원 이성식 원장과 더불어 사립대병원 대표 자리를 공석으로 한 채 3인 대표 체제로 하되 7인의 부대표, 20명의 평의회로 구성했다. 간사는 삼척대의료원 박찬병 원장이 맡았다.
이날 사립대병원장 중 유일하게 상견례에 참석한 고대의료원 홍승길 의료원장<인물 사진>은 “사립대병원 대표들이 모여 사용자단체 대표를 선출하려 했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해 서로 고사하려는 분위기”라며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특히 홍 원장은 “올해 산별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한편으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노사 양측이 서로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한발씩 양보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협상 성과를 기대했다.
중소병원 대표인 이성식 원장도 “사용자단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처럼 1인 대표체제를 만들려 했으나, 병원 규모별로 이해가 첨예한 상황에서 단일 대표를 선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결국 국립대병원, 중소병원, 사립대병원 각각 1인씩 3인 대표 체제를 선출한 것은 그래도 상당한 진전”이라며 조만간 사립대병원 대표 선출도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도 “일단 사용자단체가 구성된 것은 매우 기쁘다”며 “노조가 산별노조를 구성한 지 10년만에 사용자단체가 구성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사용자협의회 구성을 반겼다.
그러나 홍 위원장은 “처음이기 때문에 미흡한 것은 알지만,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60%이상이 몸담고 있는 사립대병원 측에서 대표가 선출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는 잘 구성된 사용자단체의 옥에 티”라며 빠른 대표 선출을 촉구했다.
이에 고대의료원 홍승길 원장은 “수차례 난상토론을 해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립대병원장들도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선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 오면, 제비뽑기를 해서라도 선출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해 상견례장을 화기애애하게 전환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요구안을 사용자협의회 대표 2인에게 전달하는 한편 협상 시한인 6월 말까지 주 1회 협상을 원칙으로 정하고 오는 15일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가 올해 협상 요구안으로 제시한 것은 ▲의료노사정위원회 구성 ▲의료기관의 공공성 확대 ▲비정규직 고용 축소 ▲주 40시간, 주 5일제 전면화 등이다.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은 “처음으로 사용자단체가 구성된 만큼, 우리도 여느 해와 달리 노사가 최대한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요구안을 만들었다”며 “협상의 부담과 욕심을 많이 줄인 요구안인 만큼 협상시한인 6월을 넘기지 않고 협상 성과를 내자”고 사용자단체 측에 당부했다.
특히 노조는 다음 교섭일인 15일 전까지 반드시 사립대병원측의 대표 선출을 거듭 촉구, 과연 이 시기까지 사립대병원 대표가 선출될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석유선 기자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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