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담화문/ 예종탁 목사
“변화와 개혁 향해 부단한 정진을”
사상 유례 없는 엄청난 태풍피해로 우리의 한반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간 영동지방의 피해참상을 둘러보며 자연의 재난 앞에 무력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한계 앞에서 아픈 마음으로 하나님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시련을 통해 우리에게 깨닫게 하시는 뜻을 헤아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농토와 모든 것을 잃고 고통 속에 있는 이웃을 향해 사랑을 나누고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이 일에도 전국교회와 성도 여러분들의 마음깊은 동참을 기대합니다.
이제 제86회기 총회장의 임기를 마치면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전국교회와 총대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 속에 지낸 시간들에 깊이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동시에 총회의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총회의 정체성 유지와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교단으로서 웅비하는 발전과 융성을 기대하면서 여러분께 몇 가지 말씀을 간곡히 드리고 싶습니다.
1년 전 총회장 취임사에서 미가서의 말씀(6장8절)을 언급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인가를 네게 보이셨나니...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씀을 가지고 미가시대 유대사회의 총체적 부패상과 대비하여 우리 교단이 공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한 해 동안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보았습니다. 총회 임원선거의 부작용은 일체 사라지고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정착되어 한국 교회를 넘어 세계교회사에 기록될 역사가 우리 교단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물론 제비뽑기 선거방식이 최선이 아닌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인간사회에서 사회의 지탄을 받을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게 방치할 수는 없다는 총회적 결단이었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단 총회의 권위가 보존되어야 한국기독교 사회 앞에서, 그리고 나라와 민족과 역사 앞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총회의 현실은 총회적 결단에 역행하고, 총회결의가 무시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여러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매우 우려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당면한 상황 앞에서 제87회 총회 개회를 눈앞에 둔 총회장으로서 모든 총대와 관심있는 분들의 뜨거운 기도와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첫째, 총회 산하 기관들은 교단 총회에 대한 소속감(교단성)을 확실히 해야합니다. 총회 결의사항을 무시한 채, 산하 기관이 일방적으로 밀고가는 상황은 진실로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수년간 갈등을 거듭해 오던 총신의 문제가 지난 제86회 총회에서 매듭지어진 것을 모든 총대들은 알고 있습니다. 여러 교수들을 원상 회복시켜 다시 강단에 세우도록 결의한지 한 회기가 다 지났지만, 총신은 여전히 그 문제를 그대로 안고 이사회나 교수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총회는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입니다. 총회의 권위가 상실되면 교단은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기에 더욱 염려가 됩니다. 이 중대한 국면에 전국교회와 총대 여러분들의 관심과 기도가 요청되는 것입니다.
둘째, 제비뽑기가 채택된 총회 임원선거를 제외한 다른 기관이나 부서의 선거운동에서는 여전히 타락선거의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속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총회 임원선거에는 종전과 같은 부정선거운동이 말끔히 사라졌지만, 각 상비부나 세계선교회 신학교 등 주요기관의 선거에 있어서는 여전한 구태를 보이며 타락상으로 교단을 오염시키고 있어 개탄스러운 상황입니다. 일부제도가 개혁되었으나 정신적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총회에서 어떤 대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총회 재정운용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더욱 제고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총회는 세례교인헌금의 점진적 정착으로 재정구조를 견고히 해가고 있습니다. 재정집행의 투명성도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수립과 집행 사이에 보다 나은 제도적 보완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보면 총회기간 중에 상비부장이 선임되고 사업계획이 확실히 서기도 전에 예산을 수립하다보니 그 예산은 가공적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생산성이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을 계획하기 전에 지난 회기의 사업을 평가하고 그 평가의 토대 위에서 새회기 사업을 결정하고 예산을 수립해야 재정의 누수현상을 막을 수 있고, 각 분야에서 해야할 사업에 관한 교단의 전반적 정책이 수립되고 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업에 있어서도 총회와 노회와 지교회가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정책연구와 사역개발 및 추진으로, 총회의 역할과 노회 및 지교회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해 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총회는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가교역할을 하여 함께 손잡고 협력하고 섬김으로 유기체로서의 일체감을 갖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부단한 교단개혁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교단은 여러 면에서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혁신앙을 보수하려는 일념으로 59년 통합과의 쓰라린 분열 속에서도, 신앙적 전통만 가지고 맨손으로 오늘의 모습을 갖춘 교단적 역량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전국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적 결단이며 노력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처럼 변화와 개혁이 불같이 요청되는 시대에 우리교단이 어떤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결단하는 자세가 요망됩니다 모든 기관에 몸담은 종사자들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며 안주할 것이 아니라, 매사에 무엇이 옳은지,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항상 연구하고 반성하며 개선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좀더 창의적으로 접근해서 연구하고 계획하고 실천하여, 발전을 도모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겠습니다.
모든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단 안의 참신한 인재들을 등용하여 교단발전의 견인차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총회에는 기획실 설치가 필요합니다. 모든 총대나 지도급 인사들이, 그리고 교단 본부의 중진들이 이런 자세로 임할 때, 총회는 발전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총회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년전부터 총회 구조조정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재정을 투입했지만, 아직 아무런 구조조정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뽑기가 실시되기 이전에 총회 몇몇 주요 상비부에는 선거를 의식하여 ‘위원회’라는 규정에 없는 어색한 조직이 산재해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기현상도 조속히 정리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의 중복이 있는 상비부의 통폐합도 신중히, 그러나 조속히 재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그대로 사용해 온 예배모범 소요리 문답 등도 현실에 맞게 개선 손질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저는 제86회 총회 총회장에 취임하면서 몇 가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교단의 교육대계를 위한 교육개발원 설치, 교단의 신학과 신앙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범위 안에서의 한국 교회 연합운동 선도 및 한국 교회의 대 사회를 향한 힘의 결집과 역할, 사회복지 사업의 추진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임기를 마치는 지금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하나님의 공의를 행하는 총회가 되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총신의 문제가 우리 교단을 고통속에 머물게 하고 있고, 세계선교회의 일도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전국 교회와 성도 여러분, 특히 제87회 총회를 맞는 총대 여러분, 여러분의 성원속에 제86회기 총회장의 임기를 마치며 총회를 바라보는 충정을 담화문 형식을 빌어 보고드리오니,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은혜가 전국교회와 성도 여러분께 늘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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