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목원대 사태
이번엔 총장 선출로 잡음 일어…구태의연한 이사회가 사태 촉발의 핵심
입력 : 2006년 09월 06일 (수) 16:27:32 / 최종편집 : 2006년 09월 06일 (수) 16:27:32 [조회수 : 1409] 이승규 ( hanseij )
▲ 감리회 소속 신학교인 목원대학교가 최근 총장 선출 문제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학교에 붙은 대자보를 유심히 보는 신학과 학생들. ⓒ뉴스앤조이 이승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 소속 신학교인 목원대학교(대전시 서구 도안동)가 총장 선출 문제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목원대 이사회는 지난 8월 21일 이요한 목사(감리회 서교국 전 총무)를 신임 총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투표에서 이요한 목사는 2차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표를 얻어 7표를 얻은 김영주 목사(감리회 교육국 총무)를 제쳤다.
그런데 이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이요한 목사는 9월 7일 총장 취임식을 연다. 그러나 목원대 신학과 출신 목회자들로 구성된 나눔선교회(회장 이영우 목사)가 이 목사의 총장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취임식 당일 침묵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목원대 혼란 왜?
목원대는 지난 해 6월 유근종 전 총장이 자진 사퇴한 뒤 계속 혼란을 겪어왔다. 학교가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교육부는 올해 5월 임시이사 5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학교 정상화는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임시이사 5명도 회의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정작 투표로 들어가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임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이 그들을 견제했기 때문이다.
목원대가 이렇게 혼란을 겪는 이유의 일차적인 원인은 이사들에게 있다. 목원대 이사회는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임시이사 5명을 제외하면 12명이다. 이들 12명은 모두 감리회에서 파송 받은 목사. 목원대와 감리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사회가 두 패로 나뉘어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고 말한다.
또 총장 선출과 관련, 처음부터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물론 총장 선거는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뒤에서는 이사들끼리 이심전심으로 특정인을 지지했고, 때에 따라서는 공정하지 못한 방법이 동원하기도 했다.
이요한 목사의 총장 선출은 이런 이사회의 갈등 구조 사이에서 태어난 의외의 결과물이다. 사실상 '어부지리'로 총장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목원대 내부에 지지 세력이 거의 없었고, 신학교 출신 사이에 파벌 의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감리회 내부에서 감신 출신이 목원대 총장에 선출된 것도 감리회 내부에서는 '괴이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12명의 이사 중 대전에 본거지를 둔 이사는 한 명도 없다. 대전 지역에 뿌리를 둔 대학인데도 그 지역의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감리회가 이사를 파송하는데 전혀 지역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여론도 수렴하지 못할뿐더러, 지역 주민들에게 '말 많은 학교'라는 인상만 심어주어 결과적으로는 선교에도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여망 반영하지 못한 이사회
▲ 목원대 신학과 출신 목사들로 구성된 나눔선교회는 이요한 목사의 총장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9월 5일 기도회를 열고, 총장 선출과 관련한 갖가지 의혹들을 밝히겠다고 천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이사회의 결정적인 실수는 학교 구성원들의 뜻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수와 직원들은 김영주 목사를 지지했다. 비록 김영주 목사가 박사학위 소지자는 아니지만, 목원 출신이라는 점, 목사라는 점, 학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있었던 혼란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등이 교수와 직원들의 마음을 샀다. 그래서 교수와 직원들의 투표에서 119표라는 목원대 역사상 최고로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들의 여망을 저버렸다. 일부에서는 이사들과 교수·직원들이 김영주 목사를 총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담합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오히려 김 목사가 목원 출신이고, 목사라는 점이 교수와 직원들이 '지지'를 하게 된 이유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앞으로의 과제
목원대는 9월 7일 오후 2시 이요한 목사 총장 취임식을 연다. 교수와 직원들은 일단 합법적으로 선출된 총장이니만큼 이요한 목사를 총장으로 인정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학내 기반 세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총장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목사에게 표를 던진 10명의 이사들도 이 목사의 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은 또 얼마든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목사가 얼마나 학내 구성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앞으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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