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다수결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국민이 분노하는 까닭은
2004년 03월 22일 16:49 [조회수 : 135]
3. 12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두고 국민의 분노가 치솟아 하늘을 찌르고 매스컴도 연일 야단법석이다.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국민들이 이처럼 분개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의사와는 반대로 국회가 무리하게 다수결로 결정하여 자신들이 선택한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자신들의 권한이 탈취 당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70%가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헌법학자들도 중앙선관위의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결정도 너무 무리하게 해석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정략적 차원에서만 확대 재해석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민주주의 원칙이 대의정치와 다수결인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의 권한인 다수결로서 대통령이 문제가 있어서 탄핵 결정을 내렸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아직도 야당 의원들과 대표들은 자신들의 잘못은 없고 방송사의 여론 때문이라고 계속 자신들의 탄핵 정당성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모두 다 합법적인데 문제는 방송 여론이 사람들을 그렇게 광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기에 방송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하였다.
야당 의원들은 법에 대해서는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 헌법학자나 법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국회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를 어겼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대의해야 할 기관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의사만 대변했다는 것이다. 양쪽 다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면 기독교인인 우리는 신앙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웨스트민스터 20장에서 인용한 한국장로교 헌법 1조는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양심을 주재하는 이는 하나님뿐이시다. 그가 각인에게 양심의 자유를 주어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성경에 위반하거나 지나친 교훈이나 명령을 받지 않게 하였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신앙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고 그 양심대로 할 권리가 있으니 아무도 남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한다."
이 말의 배경은 영국의 절대왕이 청교도들에게 영국 국교의 의식을 강요하는데서 나온 것이다. 여기에 대해 청교도들은 하나님이 주신 양심의 자유를 갖고 인간의 교리와 명령에 불복종할 수 있다는 양심의 자유를 천명한 것이다. 청교도들은 이 양심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거룩한 창조물로서 연결을 한다. 그래서 양심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양심은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과 관련되어 있는 근본적인 토대인 것이다. 그래서 이 양심을 개인의 소유물처럼 양심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이기적인 것을 위해 사용한다면 양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기본적인 뜻을 거절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양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야 한다. Maurer는 “양심의 판단이 긍정적일지라도 그것은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기초한 판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국회의 3. 12 대통령 탄핵 결정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양심을 어긴 야당 국회의원들의 다수결 결정이 대통령의 탄핵을 통하여 결국 자신들의 권력 찬탈에 있다는 속셈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즉 겉으로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형식으로 포장되었지만 내면으로는 인간의 죄악성과 이기성이 도사려 있는 비양심적 다수결의 결정이 탄로 난 것이다. 다수결은 대의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제도적인 하나의 상징물이다. 그래서 다수결에는 필시 자신들을 선택해준 국민이나 회중을 생각하는 양심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양심이 증발된 결정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취하기 때문에 다수가 분노하는 것이다.
교회의 회의 결정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교회의 치리기구인 당회는 성도들의 의사와 하나님의 의사를 양심적으로 대변하는 치리기구가 되어야 한다. 양심이 없는 다수결의 결정은 다수인 회중의 의사와 양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의지를 대의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대가로 다수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커다란 고통과 심판을 준비할 자세가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나 교회의 어떤 단체가 다수결의 판단을 내릴 때 개인의 사리사욕이라든가 정략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양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양심과 회중의 의지를 생각하여 지혜롭게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황규학 / 미국 마이애미에서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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