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로 감리교답게 하라'
웨슬리 탄생 302주년, 한국 감리교회의 현주소
김혜은 기자 sky@kmctimes.com
일본어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를 뜻한다. 오랫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사회로부터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KBS 2TV의 『추적 60분』에 소개된 20대 남자는 고교 졸업 후 4년째 방안에서만 사는데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한 채, 1년 이상 라면과 과자만 먹고산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의 절연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히키코모리는 결코 유전병이나 정신질환이 아니다.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데 세상이 싫고 사람이 무서워서 단절된 생활을 사는 것뿐이다. 밖으로부터의 스트레스와 안으로부터의 대화부재와 인격적 소외가 날로 증가하는 한 히키코모리 역시 점점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 요한 웨슬리 동상
존 웨슬리도 히키코모리가 될 뻔한 적이 있었다. 1735년부터 37년까지의 조지아주 선교가 참담한 실패로 끝났을 때였다. 철없는 처녀 합키와의 실연사건이 일파만파가 되어서 야반도주 끝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웨슬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해있었다. 자기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휫필드가 웨슬리의 자리를 대신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권토중래를 모색했지만 웨슬리의 마음은 무거웠고 히키코모리의 유혹은 깊어만 갔다. 그러나 히키코모리 웨슬리를 구원해준 것은 뜻밖에도 올더스게잇의 회심이었다. 그 후 더 이상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엘리트 구원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서민대중을 대상으로 감리교 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웨슬리 탄생 302주년을 맞으며 한국 감리교회의 현주소를 생각해 본다. ‘감리교’하니 대뜸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히키코모리의 특징은 대 사회적 책임의식을 상실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극도의 개인주의화, 사유화(私有化), 혹은 퇴거화(退去化)의 길을 걷는 현상이다. 혹시 우리 감리교회도 히키코모리 증세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단의 간섭이 귀찮다고 해서 개교회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한국 감리교회는 웨슬리의 본래적 정신에 크게 이탈해서 몇 가지 뚜렷한 히키코모리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로, 교회나 목회자들의 감리교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연대의식이 매우 느슨한 것 같다. 나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교회 열심히 잘 키우면 내가 감리사고 내가 감독이다.” “왜 우리 교회가 좋다고 하는 일에 바깥(교단 포함하여)에서 왈가왈부하느냐.” 이런 말들은 냉정하게 곱씹어 보면 대개 대교회들의 의식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리교회의 특성인 감리사/감독 제도가 개교회를 거의 제어하지 못한다는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
선교사들에 의하여 한국에 도입된 감리사/감독제도는 언제나 파송권을 쟁점으로 해서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었다. 결국 우리 선배들의 결론인즉, 우리 특유의 온정주의, 연고주의, 파벌주의 때문에 미국식 감리사/감독제도는 우리에게 적절치 않음은 물론, 교회 성장에도 저해요소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단의 정치적 구조는 옛날의 알맹이는 거의 상실한 채 그 퇴화된 흔적만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침례교단과 같은 개교회주의와 그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게 되어버렸다.
▲ 요한 웨슬리
이것은 인사 문제에 있어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는가? 이런저런 연결 고리, 집단적인 이해관계, 개인의 분투에 따라 좌지우지될 뿐, 교단이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서 타고난 은사나 자질,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적절한 인물을 배치하기가 아예 불가능한 실정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교회들과 많은 목회자들이 형식적으로만 감리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그 유기적 연대의식이나 소속감은 은퇴 연금 문제를 제외하고서는 매우 희박한 상태이다. 이것은 특히 연회에 참석해 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는데, 몇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회무 진행에 관심이 없고 처음 몇 회기만 반짝할 뿐 시간이 갈수록 빈자리는 눈에 크게 들어온다.
둘째로, 감리교단에 속한 목회자로서의 자긍심과 안정감의 상실이다. UMC에서는 장차 교단의 목회자가 될 후보자들, 즉 M.Div. 과정을 밟는 신학생들을 지방 감리사가 직접 보살핀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수련목 과정을 밟거나 목사안수를 받을 때에는 수요와 공급을 철저히 계산해서 배치한다. 안수를 받은 뒤 개교회에 파송할 경우 은퇴할 목사수나 개척할 교회수를 고려한 뒤 거기에 비례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인사처리를 한다. 더욱이 정회원이 될 경우, 감독이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임지 파송과 연회에서 책정한 최저 생계비, 연금과 보험 등의 사회복지 문제를 보장해준다. 그러니 일단 정회원이 된 다음부터는 아주 심각한 개인적 과실이나 목회적 부적응을 제외하고서는 임지 걱정 없이 안심하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 감리교회는 목회자의 수급문제에 대해서 무책임하다. 신학교나 교단 관계자 등의 각종 기득권과 이해관계가 엇물려서 신학생 숫자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연회마다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계측해서 안수를 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자기 살길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라는 식의 안수가 빈번하다.
이것은 웨슬리가 본래 꿈꾸었던 감리교적 제도가 아니다. 위로 감독회장으로부터 저 이름 없는 시골교회의 전도사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지 의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구가 감리교회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신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리 후배들이 은퇴할 때까지 감리교 목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누구의 기득권 때문에 이 시급한 사안을 떠넘기거나 미루는 식은 안 된다.
▲ 웨슬리의 기도의자
셋째로, 신앙과 생활, 영성과 윤리가 따로 떨어져 노는 감리교의 모습이다. 이것은 무(無)윤리적인 샤머니즘의 기복신앙이 자본주의의 물량주의와 야합해서 낳은 지극히 한국적인 교회병이다. “나만 은혜받고 나만 위로받고 나만 축복받으면 된다.”는 식, 성장만 하면 모든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성과주의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조금이라도 예민한 양심으로 보면 옳지 않은 일이요 비윤리적임에도 은혜와 평안, 성장 등의 논리로 잘도 합리화시킨다. 멀쩡한 예배당을 허물고 수백 억의 성전을 짓는 일,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비윤리적 후임자 인선과정 등등, 신앙과 생활윤리의 이원화 현상이 가져오는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성화와 기독자의 완전을 유난히 강조했던 웨슬리가 무윤리적 개인주의, 성장주의, 물량주의, 개교회 제일주의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책망하지 않겠는가?
오늘 우리 모두는 감리교회의 히키코모리화 현상과 싸워야 할 것이다. 웨슬리의 말대로 기독교는 결코 고립된 개인종교가 아니라 사회적인 종교가 아닌가. 기독교의 본질을 개인화, 개교회주의화시키는 세력과 싸워 이겨야 한다. 요즈음 너무나 많은 목회자들이 열패감에 빠져, 관심있고 잘난 사람만 교단일 열심히 해봐라, 냉소적이고 패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또한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의 은둔형 외톨이가 되려하고,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체념의 골방 안으로 숨는 듯 보인다.
그렇다. 교회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우리의 직능이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내 교회, 내 자신의 세계에만 자꾸 빠져드는 감리교적 히키코모리, 이것을 치유할 처방이 몹시도 절박한 때이다.
김흥규 <내리교회 담임목사>
입력 : 2005년 07월 14일 15:34:57 / 수정 : 2005년 07월 15일 0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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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네티즌 의견
박선호
[2005-07-26]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목회자 수급의 문제는 정말 개선되어야 합니다 실업자 양성의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귀한 인생을 망쳐 버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온 신학대학에서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면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감리교에 대한 사회적인식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벌써 한국내 여러 개신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적 그리스도를 만들어 낼 수 도 있다는 말입니다 학연이 만연하고 그 속에서 이는 광풍도 없애는 의미에서 학교를 통합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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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총회 상황을 비상사태로 선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