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기 총회 방향 한명수 총회장에게 듣는다
“한국 교회와 교단 유익 보전”
김영우 주필:먼저 총회장으로 취임한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한명수 총회장:부총회장에서 총회장으로 자동 승계했기 때문에 작년 같은 큰 감동은 못 느낍니다. 지난해 제비뽑기를 통해 부총회장에 선임됐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러나 총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런 기쁨보다 교단을 선진적으로 이끌어야 된다는 중압감이 먼저 뒤따르는 것 같습니다.
김 주필:장애인 전몰상이군경 노인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목회자로 알려져 있는데 총회사회복지 분야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한 총회장:현재 유지재단이사회에서 이사 중 5인을 선정하여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기필코 법인을 설립해야 사회복지 사업을 추진할 자격이 갖춰지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김 주필:한 총회장님은 개혁성향의 인물로서 강한 추진력을 소유한 목회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87회기에 교단 내 뭔가 개혁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총회장:1985년 제70회 총회, 소위 정화총회를 기억하고 하는 평가인 것 같습니다. 그런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들을 추진하겠습니다. 저는 임원회부터 교단 산하 기관에 총회장의 시무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공사확별(公私確別) 공명정대(公明正大) 신행일치(信行一致) 이 세 가지입니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여 예산을 아낄 생각입니다. 이미 총회 직원에게도 사적인 전화는 가급적 사용치 말라고 얘길 해 두었습니다. 물론 저도 휴대전화를 두 개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공적인 업무용이고, 하나는 개인이 사사로이 쓰는 것입니다. 교회에 신세를 지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하는 일입니다. 엊그제 총회본부 인사발령을 실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타성에 젖은 업무는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치 못하고 고여 썩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비부의 무리한 식사비용도 제한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매사에 근검절약하고 정말 지출해야 할 때는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거기다 서초구 염곡동 땅의 활용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 주필:몇 해전부터 기업이나 정부도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총회본부의 구조조정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한 총회장:무슨 일이든 제도가 문제입니다. 무슨 공동체든 인사, 조직, 재정이 함께 맞물려 가야 합니다. 현재 총회본부 상설국의 인원배치나 기능을 아직 완전히 파악치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조직을 정비할 생각입니다.
김 주필:이번 총회본부 인사를 두고 역시 한 총회장다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르던데. 일부 전문성 문제에 염려하는 이들의 시각도 있습니다. 또한 정년이 몇 개월 남지 않은 분에 대한 인사이동도 견해를 달리하기도 하는데요.
한 총회장:저는 업무규정에 명시된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할 뿐 입니다. 총무와 함께 모든 일을 협의하여 추진하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독선은 항상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국장이나 총무 등의 의견 조율을 거칠 생각입니다. 크게 염려치 않아도 될 것입니다.
김 주필:이번 제87회 총회에서 총신대 교수의 원상회복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재단이사회에서 제86회 총회의 결의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총회에서 총신대 문제가 해결의 발을 내디뎠습니다. 아직도 구조조정 등 미진한 부분이 남아있는데 바람잘 날 없는 이 총신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인지요.
한 총회장:총회 개회 직전 사석에서, 만약 이번에 총신문제를 총회가 권위를 갖고 해결치 못하면 이사를 전원 해임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총회 규칙에 의하면 총신대학교는 총회 위탁교육의 장입니다. 총신대 이사들이 총회와 총신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한 결정을 내려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단·운영이사,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총회결정에 따라 모든 일을 잘 처리할 줄 믿습니다.
김 주필:우리 총회가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하면서 다른 교단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불법 금권선거의 타락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줄 압니다.
한 총회장:분명히 제비뽑기 제도도 하나님이 일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금권타락의 혼란이 계속되기 때문에 부득이 이 제도를 선택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일, 국가가 대선주자를 제비뽑기로 선택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서 이 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에 미비한 점은 보완·수정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 주필:찬송가 판권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총회장님의 의지만 있으면 우리 <예장출판사>로 더 많은 유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은데 찬송가공회 회장으로 찬송가 판권과 관련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한 총회장:취임식 때도 분명히 밝혔지만 저는 우리 교단에 유익을 끼치는 일만 할 생각입니다. 제가 찬송가공회 회장이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얽힌 문제가 한 둘이 아닙니다. <예장출판사>와 <대한기독교서회>에 <21세기 찬송가> 판권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양 출판사에만 판권을 주면 시장경제 원리 체제하에서 독과점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전에 사용도 못해보고 폐기한 <138곡 증보 신작찬송가>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한기독교서회 외에 몇몇 사설 출판사가 찬송가 연구개발비로 4000∼5000만원씩을 내놨습니다. 이 기금으로 찬송가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물론 그 찬송가는 한국교회 지지를 받지 못해 완전 폐기했지만, 이런 출판사들이 새로 나올 <21세기 찬송가>의 일정부분 몫이 자기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 말씀드리기 곤란한 얘깁니다. 심지어 고발장까지 접수돼 현재 찬송가공회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이 부분은 법률적 요소는 물론 사실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수학공식처럼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김 주필:한 총회장님은 우리 교단은 물론 타 교단에서도 무척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합사업도 진일보한 자세로 나올 것이라는 여론들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교단의 입장에서 연합사업은 어떻게 실시해 나갈 예정인지요.
한 총회장: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초대총무를 역임하던 시절, 교단 내에서 너무 자유주의 신학이 강한 교단과 어울리지 말라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타 교단에서는 저를 향해 예장총회에 어울리지 않는 강성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통 칼빈주의자입니다. 예장총회에서 목사안수 받은 이후 교단 분열의 아픔을 겪을 때도 교단의 울타리를 지키는 일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그래서 합동신학교가 있는 수원에서도 우리교단이 가장 큰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연합사업은 교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관계, 대정부, 국제관계, 사회사업 등 정말 사업적인 요소를 구분하여 당연히 실시해야 합니다. 교리적 문제만 내세워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 주필:예장통합의 경우 '연합사업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통해 연합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합사업 추진을 위해 우리도 상설 전문 기구를 설치할 의향은 없는지요.
한 총회장:그래서 연합사업 뿐만 아니라 총회본부 기독신문사 총신대 세계선교회 등 교단산하 모든 기관을 아우르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획실도 좋고 기획위원회도 좋습니다. 각 기관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만나 교단의 방향을 설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 주필:끝으로 꼭 하고 싶은 역점사업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한 총회장:용두사미가 될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일들을 이뤄 나가겠습니다. 저는 교단 발전의 초석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징검다리라도 놓겠다는 뜻입니다.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
김 주필: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강석근 기자 등록일 2002-10-09 print th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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