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는 직무유기 했다"
부정선거 고발 최덕기 목사, "선으로 악을 이길 것"
▲ 최덕기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선거관리위원회는 고발자인 나를 부르지도 않았다. 단지 모 후보로부터 돈을 받아 호남지역 총대들에게 뿌린 P목사의 말만 들었다. 분명한 직무유기다.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다. 선거관리위원장의 직무유기를 고발이라도 해서 문제를 삼고 싶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부총회장 후보 중 한 명이 전남지역에 1000여만원의 금품을 살포했다고 고발한 최덕기 목사(49. 전주 사회인권선교협의회 상임총무)는 몹시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위의 강한 만류를 무릅쓰고 '배신자'로 찍힐 게 뻔한데도 양심의 가책을 참을 수 없어 마침내 '고발'했지만 정작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강동수)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선거가 있던 9월 9일 P 목사의 진술을 서면으로 받았을 뿐 최 목사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았다. P 목사는 선관위에 '자신과 관련된 최 목사의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선관위가 최 목사의 고발을 애써 무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이 문제에 대해 최 목사는 "총회 부정선거신고센터에 실명으로 금품살포 사실을 6하 원칙에 의해 올린 것은 분명히 '고발'로 볼 수 있다. 고소라면 따로 형식을 갖춰야 하겠지만 '고발'은 이 정도 요건만 갖추면 충분하다. 당연히 선관위가 정식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 목사는 앞으로 선관위위원장 고발 및 양심세력과 연대 등 이번 부정선거 사건을 확대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 부정을 행한 사람들이 떳떳하게 활개를 치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소위 '성총회'라고 할 수 있는가. 1500명이나 되는 총대 가운데 부지기수가 여기저기서 봉투를 받는다. 그러나 부정선거신고센터에는 한 건도 신고하지 않는다."
총회 임원선거를 둘러싼 교계의 왜곡된 행태를 보면서 최 목사는 몹시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도 '고발'이라는 돌출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돈에 양심과 인격을 팔아버리는 대열에 합류했을 지도 모른다.
최 목사가 광주 모 교회에서 20만원이 든 돈 봉투 50여개가 나눠지는 현장을 목격한 것은 9월 6일 낮 12시경. 그리고 이런 사실을 선관위 부정선거신고센터에 고발한 것은 8일 오전 9시다.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비로소 고발을 결심한 것.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동안 최 목사는 양심과 타협의 기로에서 무척이나 고뇌했다.
"함께 광주에서 돈을 받았던 선배 목회자는 나를 극구 만류했다. 잘못된 것이지만 고발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분은 봉투 7개를 합친 140만원을 갖고 수재민을 돕는 것까지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어쨌든 고발은 안된다고 한사코 나를 설득했다."
평소 존경했던 선배 목회자의 만류, 그리고 돈을 나눠주었던 P목사의 간곡한 호소 등은 최 목사의 결심을 자꾸 흔들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인권운동과 양심수 돕기, 공명선거 등 사회선교활동을 펼치던 최 목사의 '양심'의 문제와 직결됐다.
"돈으로 인격과 양심을 사는 행위를 방관하면서 어떻게 인권선교를 할 수 있겠는가. 고발하기 전까지 무척 양심의 가책을 받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긴 다음부터는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최 목사가 고발하기까지는 또 다른 선배인 Y목사의 따뜻한 충고가 있었다. 최 목사는 Y목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최 목사, 하나님과 예수님만 보고 결정해. 총회를 사랑하면 고발해. 누군가 할 일은 해야지."
최 목사는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성경구절에서도 용기를 얻었다. 양심에 따라 고발했지만 왠지 큰 잘못을 범한 사람처럼 취급당할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렸다. 부정이 관행처럼 통용되는 풍토 속에서 이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느꼈지만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 주신 말씀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강하게 다졌다.
당초 최 목사는 총회 개막일인 9일 될 수 있는 데로 일찍 총회 현장인 영락교회를 찾을 예정이었다. 이왕 고발을 했으면 직접 현장에 나가서도 떳떳하게 진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9일 아침 전주 집으로 찾아온 선배 목사와 장시간에 걸친 논쟁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락교회에 최 목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 이미 1차 투표가 끝날 무렵이다. 최 목사는 모 후보측 교인들로 보이는 인사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될 수 있는 데로 떳떳하게 보이기 위해 뒤로 숨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최 목사는 선거가 끝난 후에는 선거관리위원장과 모 후보에게 글을 띄워 자신의 솔직한 심경과 함께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얘기도 털어놨다. 총회가 끝난 13일에는 기독교방송(CBS)에 출연, 과거 총회 부정선거를 고발했던 몇몇 인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파문 속에 '양심선언자' 명부에 새 이름을 올린 최덕기 목사. 과거의 양심선언이 그랬듯이 최 목사의 경우도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최덕기 목사가 예장통합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고발센터에 올린 글이다. 다만 거론 된 인사들의 실명 대신 이니셜을 사용한다>
< 돈봉투 돌린 부정부패고발 >
(P목사님 너무 인간적 측면에서 미안합니다. 그러나 제 신앙과 양심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습니다.)-
2002년 9월 6일 10시 30분에 광주 K교회 P목사님을 만나러 갔다.
9월 6일 10시 45분경 광주 K교회로 향하였다. 12시가 되어서 광주 K교회에 도착하여 사무양에 의해서 당회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K노회, J노회, KD노회 임원 6사람이 이미 와 앉아 있었다.
우리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P목사는 현 총회장 선거의 타락상을 말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모 목사의 고충을 말하였다. 그는 지금 호남지역에서만 밀어주면 승산이 있으며 순천, 목포, 여수 모든 조직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P목사가 말하기를 "오늘 여러분을 모신 것은 모 목사가 갑자기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돈을 주어서 이렇게 가지고 왔다"며 두툼하고 하얀 돈 봉투를 내 놓았다.
P목사는 일곱 사람에게 각각 총대 명단대로 6,7개 정도의 두툼한 돈봉투 7명에게 모두 50 여개를 나누어 주었다. J노회에도 6개의 봉투가 건네졌다. 봉투하나에 20만원씩 들어있었다. 어쩔 줄 몰라하다가 일단 돈봉투를 받았다.
다시 전주로 가면서 찻속에서 이 일을 정리하기로 하고 일단 받아 두었다. 얼마 후 P목사는 "내가 최 목사를 보니 불편해서 못 있겠네" 하면서 나에게도 돈봉투 하나를 빼어서 건네주었다. 내가 받자 안심이라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총대도 아닌 사람이 와서 어쩔까' 하다가 준다는 것이다. 나의 속마음에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젊은 층, 차세대들의 교계 행태가 이렇다면 무슨 희망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식사시간이 12시 30분 경에 가까운 음식점에서 있었고, 1시가 좀 넘어서 K교회 앞 주차장에 서서 서로 약간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조금 지나자 P 목사가 다가오며 현 총회장 선거의 현주소를 설명하면서 돈을 써서는 안 되는데 필요악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래서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P목사에게 '왜 이런 답니까?' 지금 수재지역의 백성들이 아우성인데 방법을 달리하여 총회장 선거를 하면 자신들에게도 유리할 터인데 왜 이렇게 돈으로 매수하면서 선거를 하느냐"고 물었다.
"차라리 이런 돈 2-3억을 총회장 후보 이름으로 수재민에게 보내는 운동을 하면 더 좋을 것을 어찌 이렇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선거할 것입니까. 오죽하면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목사들이 바른 목회를 하자며 제비뽑기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런 속에서도 돈봉투라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그러자 P 목사는 그렇게 되는 것이 옳지만,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필요악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말하기를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돈봉투입니까, 세상 정치인들 같으면 구속"이라고 하자 P 목사도 '구속'이라고 한다. 내가 약간 격앙된 소리로 "돈봉투를 돌려서 부총회장이 되려는 이런 목사들은 세상 정치인들 똥구멍이나 빨아먹으라고 하라"고 하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아! 하나님 아버지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전주로 오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던 내 자신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또 다른 총대들은 이쪽 저쪽에서 받아먹으면서 재미를 톡톡히 보면서 이렇게 생활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대들의 양심과 신앙의 현 주소란 말인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돈 봉투를 돌린단 말인가 그것도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말이다.
그래서 내 봉투를 빼어 돈을 세어 보니 20만원이다. 모두가 140만원인데, 이 돈을 J노회 거명한 다른 총대들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 이상 죄악을 묵인하거나 행할 수 없다. 이 돈은 의미 있게 쓰고 고발해야 한다.
P목사님에게 참으로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문제이다. 세상의 친구나 선배로 만났더라도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의 종인 목사라는 그룹으로 만났다. 이제 목사직이 위태할지라도 더 이상 세상이 알아도 깜짝 놀랄 부정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인간적 용서를 바란다. 그 돈 140만원으로 쌀을 사서 수재민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갔다.
수재민의 상황은 참으로 한심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가재도구가 널려있고 긴박했던 당시 수재상황을 보는 듯하였다. 군인들이 복지회관에 상주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수고하며 피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목사가 부총회장 나간다고 총대들에게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가. 참으로 아픔이 크다. 쌀포대를 들어서 00교회 사택에 날라다 놓고 주인도 없는 사택 방문을 닫고 돌아오는데 다시 수재 현장을 둘러보았다. 오면서 참으로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총대 1500명에게 20만원의 봉투를 돌리고 중간 보스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몇억의 돈이 교계 총회장을 한다면서 불법, 부정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이 일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몇몇 사람은 필요악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식이라고 둘러대면서 부정을 계속한다. 정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식인가. 정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식인가. 정말 이렇게 해도 목사로서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그리고 이 고발이 호남지역에서 목회를 그만 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참으로 이틀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목사다. 나의 양심과 신앙에 위배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자. 그러나 이제 이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 부정의 고리를 여기서 끊자, 여기서 끊자. 누군가는 아픔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면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총회에 이렇게 고발하니 부정이 법대로 처리되어 다시는 이런 악이 없기를 기도한다.
이승균 (2002-09-15 오후 11:58:06)
조회수 : 922회
관련기사
동영상 / 최덕기 목사의 양심선언
통합 선관위, 금품살포 의혹 사실확인키로
--------------------------------------------------------------------------------
독자 의견 쓰기
--------------------------------------------------------------------------------
독자 의견 보기
8. 함께 기도합시다. (김목사 2002-09-16 오후 11:39:53)
7. 금품살포한 목회자는 자폭하라 (김종일 2002-09-16 오후 9:21:25)
6. 당당하게 맞서십시요. (이진우 2002-09-16 오후 8:41:48)
5. 목사님의 용기를 삽니다. (최 목사 2002-09-16 오후 6:22:00)
4. 목사님 그게 총회의 현실입니다. (개총회 2002-09-16 오전 9:51:31)
3. 필요악 (비느하스 2002-09-16 오전 9:33:54)
TOP
|
|
0
17852
1191
1081 
예장통합, '제비뽑을까! 안 뽑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