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2 13:45 []
'한국교회 바벨론 유수, 해결 방법은?'
'민주적 치리와 공명선거, 정관제정 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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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교회는 심각한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교회의 본질이 교단 혹은 교파라는 존재에 의해 사로잡혀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역동성과 활력은 현재 교단이라는 장애물에 꽁꽁 묶여있다.
한국 교회가 교단에 사로잡힌 바 된 것은 개 교회가 치리의 자유를 교단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각 교회는 밖으로부터 시행되는 어떤 정치도 강제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교권주의자들은 교회의 개혁을 두려워하고 이를 말하는 자들은 오히려 교회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교회를 비방하는 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교회 내의 일은 교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혁자들이 이 논의를 일반 사회로 유출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개혁의 내용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믿는 바는 어떤 개혁적 시도이든 교단 내로 이끌고 오기만하면 교권의 실력으로 충분히 잠재울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래왔다는 확신인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너무도 선명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루터는 '교회의 바벨론 감금'이란 논문을 통해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 한 가지 뿐이다. 곧 로마의 횡포가 평신도들에게 한 가지 요소를 금할 때에 옳게 행하는 것처럼 그 횡포를 아무도 정당화하지 말하는 것이다”(루터 1993, 161)라고 말했다.
칼빈도 “공의회, 목회자, 주교, 교회라는 어떠한 명목도(이것은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고 또 거짓으로 가장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의 영이 과연 하나님께로 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의 기준으로써 시험할 수 있도록 이런 증거를 통하여 배우는 것을 막지 못한다”(칼빈 1988, 360)고 했다.
각종 치리회의 지위
박윤선은 “총회는 일시적인 회합에 불과할 뿐 상비(常備) 단체가 아니니 총회를 교단과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 총회는 교단이 매년 한 번 사용하는 회의제도(會議制度)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모였다가 흩어진 후에는 없어지는 것(파회)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본래 ‘총회’라는 이름으로 교권을 만드는 병폐를 막기 위한 것이다”(박윤선 1983, 121)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잘못된 교리를 방지하고 권징의 조화를 유지하며 규모의 경제를 얻기 위한 총회가 교단으로 둔갑하여 재산을 축적하고 권력을 발생시키며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낭비를 서슴치 않았다. 이들은 “상회비”란 명목으로 막대한 헌금을 개교회로 부터 갹출하고 있으나 개교회에 그 돈을 무슨 일에 썼는지를 제대로 보고해 본 적이 없다.
놀라운 일은 일시적 회집에 불과한 총회가 교단(敎團)이라는 상설단체로 등장하여 마치 자신이 교회를 대표하는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교단(敎團)들이 자신들을 광대회의체가 아니라 교회를 구속하는 상설단체로 만들어가는 왜곡의 과정은 한국 개혁교회들의 헌법에 잘 나타나있다. 한국의 교단 헌법들은 총회를 “최고치리회”로 규정하고 이 회의체에 “교회헌법을 해석할 전권(專權)”이라는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같이 한국 교회의 권위주의적 경향으로 인한 교단의 상설화를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우선 매개의 변증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가 일단 구성되기만 하면 그 국회의원들을 뽑은 지역구민들 보다는 국회의원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한국 교회의 세속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경험을 갖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랜 시절 군사독재에 순치되어온 한국인들로서는 서구에서 수입된 제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권위주의적 개념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개혁주의적 정치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신학자들에 의해 더욱 확대되었다.
총회장직이 단지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회의를 주관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마 거의 아무도 총회장이 되기 위해 그토록 많은 돈을 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총회가 교단과 동일시되고 상설단체화하므로서 여기에 방대한 권력과 자금이 몰릴 뿐 아니라 때로 교단에 생존을 기댈 수 밖에 없는 어떤 목사들의 생사여탈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왜 총회장직이 그토록 기를 쓰며 장악하고 싶은 지위인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치리회의 민주화 방안
개혁주의적 교단의 민주화는 각 급 치리회에게 개혁주의 원리에 합당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오해를 버리고, 치리회의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 개혁주의 교회의 정치 원칙은 민주주의이며, 개혁주의 교회의 정치에서는 주권이 교황이나 감독에게 있지 않고 교인에게 있다.
모든 치리회의 선거는 공명정대해야 하며, 각 급 치리회의 사역자들을 뽑는 모든 선거행위에서는 금품향응과 지연, 혈연의 동원, 흑색선전, 등과 같은 세속적 행태는 금지되어야 한다. 또 금품향응의 혐의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어디까지나 범죄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유지해야 하며, 특히 교계 언론들은 혐의 사실과 범죄 사실을 명백히 가려서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 물론 범죄행위가 드러났을 때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현재 한국 교단에서 일고 있는 제비뽑기 선거방식은 권장할만 하다. 또 한국의 대부분 교회들에 정관이 없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개혁주의적 개교회들은 자체의 정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모범정관갖기' 운동은 '교인들에게 자신이 교회의 주권자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는 계기를 부여한다' '많은 분규가 효율적으로 정리되어 신앙적 덕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 한국 교회를 바벨론의 감금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교회 교인들은 개교회의 정관 제정 과정을 통해 개혁주의 교회 정치의 원리에 더욱 익숙해 질 것이며, 불필요하게 광대회의로 이송하게 만들고 모호한 교단 헌법을 자의적으로 규정하면서 복잡한 교단 정치에 말리게 만들므로 결국에 조그만 분규를 사회적 지탄을 받는 큰 분규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현재의 일들도 개 교회가 자신의 정관을 갖추고 이 정관대로 처리하면 간단해질 것이다.
또 현재 세속의 권위주의를 차용한 한국의 교단을 민주화하는 일은 먼저 교단에서 세속적 권위주의의 외피를 벗겨내므로서 가능해 지는데, 개교회가 자체의 정관을 가지는 일은 이 일을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교회개혁실천연대 백종국 공동대표가 올해 초 월간 '복음과 상황'에 연재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크리스천투데이>
김규진 기자
kjkim@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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