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선거감시단 필요한가
2008년 05월 20일 (화) 14:32:47 강석근 기자 harikein@kidok.com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하나 있다. 교역자하기수양회, 전국장로회연합회 수련회 등 총회와 연관된 크고 작은 행사에 불법선거감시단을 파견하자는 안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한정된 '자리'에 15명의 선거관리위원들이 골고루 불법선거 감시란 거창한 이름으로 외유를 다녀왔지만 보고서를 제출한 위원들은 거의 없었다. 누구나 "이상없음,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전체회의에서 구두로 보고만 하는 것이 통례였다. 더 놀라운 것은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채택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불법선거감시단이 파견됐지만 불법선거운동 정확을 포착했다는 얘기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제비뽑기제도를 실시하는 마당에 어느 입후보자가 밥을 사주고, 교통비를 주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겠는가.
그런데 선거관리위원들은 뻔한 대답을 할 것이 분명한데도 총회에서 실시하는 행사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런 불미스런 일은 속히 사라져야 한다. 회기별로 달랐지만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불법선거감시단이 조직되어 운용(?)됐다. 비용으로 산출된 돈만 해도 일반 상비부 회의비 300만원을 훨씬 상회하고 남을만한 액수다.
"혹시 올해는 이런 감시단 조직이 개선되겠지?" 라며 은연중에 기대를 해 보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어 실망만 따랐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선거관리위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속 터지는 소리지만 감시단을 핑계로 '외도'를 할 바에는 맘 편하게 단체로 놀러갔다 오라는 말이다. 물론 이런 일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채택한 이후, 불법감시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제도건 관습이건 잘못된 것은 바로 시정해야 한다. 올 회기는 덕망있고 존경받을만한 선거관리위원들이 많기 때문에 불법선거감시단 이름을 '도용'하여 해외로, 국내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강석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17852
1191
1084 
믿는자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