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 속에 몸살 앓는 한기총, 원인은?
편향된 인선 갈등이 ‘도화선’된 듯... 차기 기득권까지 빼앗긴다 위기감 고조
2011년 02월 11일 (금) 11:51:55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아무도 막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 교단이 대대적 개혁에 참여해야
이광선 목사의 ‘금권선거’ 양심선언 이후 폭로성 기자회견이 이어지면서 한기총을 둘러싼 혼란이 끝없이 치닫고 있다.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지난 9일 자신이 시무하는 신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 선거를 했다”며 한기총 금권 선거 실태를 고발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이 금권선거로 병들었다. 나 또한 흙탕물에 몸을 담그고서야 대표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선거과정에서 돈을 뿌렸음을 고백했다. 그는 또 “죄의 고백은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한국 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예장 합동 소속 목사가 지난 9월 치러진 합동 내 한기총 대표회장 경선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경원노회 소속이라고 밝힌 강주성 목사는 “지난 9월 총회 현장에서 40여 명의 목회자들에게 돈 봉투가 오갔다”고 폭로했다. ‘한기총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이 회견에서는 “나도 돈을 받은 적이 있다. 통회한다”는 자성과 폭로가 이어졌다.
교계 일각에서는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이같은 폭로성 ‘양심선언’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잇따른 기자회견이 개혁을 위한 자정적 선언이라기보다 특정인을 흠집내기 위한 ‘폭로성’ 회견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만연한 금권선거가 우려할만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 회개하고 대화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도 잘못했지만 다른 이도 잘못했다”며 ‘가미가재’식 폭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기총을 둘러싼 갈등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원인을 찾아야할 시점이다.
# 한기총 갈등 인선과정에서 ‘삐걱’
지난달 20일 열린 한기총 총회에서 길자연 목사의 인준거부를 외치며 한기총이 일대혼란에 빠진 배경에 많은 이들이 ‘편향된 인선’을 도화선으로 꼽는다. 이번 폭로전의 배후에도 인선작업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길자연 목사는 대표회장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를 구성, 인선 작업을 진행했다. 2011년도 임원 조직은 가장 방대했다. 명예회장 23명에 공동회장 35명, 부회장 40명 등이다. 위원회는 21개의 상임위와 29개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특별위원회의 구성은 과거에 비해 2~3배 늘어났다. 임원 및 위원회의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보은성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길자연 목사 체제의 인선 문제는 대략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교단의 추천을 무시한 채 특정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한기총이 연합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교단 중심의 인선조직이 구성되고 교단이 추천하는 인사들이 배치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인수위원회는 공로자 및 지연을 중심으로 인선을 진행했다. 길자연 목사의 당선을 도운 인사들이 한기총에 대거 입성한 것을 시작으로 합동측에 지나치게 많은 배정을 한 것도 불만을 불러왔다. 여기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군소교단들의 배제도 한몫했다.
두 번째 문제는 차기 리더십의 배제. 애초부터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는 한기총 인선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기총 한 인사는 “교단 추천 인사를 공동회장에서 빼고 명예회장이나 특정 선교회 출신 정치 목사들이 추천하는 인물이 공동회장에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제된 공동회장 중에는 차기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할 사람들도 있다”고 풀이했다.
결국 인선 발표 후 일부 교단에서는 공동회장 및 위원장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참여유보까지 강행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 번째는 공신의 등용 및 이광선 전 대표회장 라인의 배제를 들 수 있다. 이번 한기총 인선에 문제를 삼는 사람들은 정관에 명시된 자격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들이 등용됐다고 지적한다. 합동측 혹은 선거과정에서의 공로자들은 기용하고 이광선 목사 측근들은 배제한 것이 이번 갈등의 화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결국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선의 문제는 소외된 군소교단을 결집시키고, 합동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왔다. 잇따라 열린 기자회견의 배후에도 인선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9일 이광선목사의 양심선언과 10일 경원노회의 금품수수 기자회견 등에 자신의 위원장 자리가 합동측 인사로 전격 교체되는가 하면 모 인사의 등용에 불만을 품은 인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동 관계자는 귀뜸했다.
# 교단의 방관도 갈등에 한 몫
한기총의 ‘화’를 키운 첫 번째 책임이 잘못된 인선에 있다면 두 번째 책임은 교단들의 모호한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교단 총회 석상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를 선출한 예장 합동은 같은 교단 출신인 김동권 목사의 경쟁 출마를 막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막지 않았다. 합동 내에 길자연 목사를 반대하는 막강한 정치적 그룹이 형성되어 있고 현 집행부가 다른 그룹에 서있기 때문이다. 교단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증경총회장인 모 목사는 김동권 목사의 출마를 암묵적으로 지지했고, 현 교단 집행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혼란에 대해 지난 9일 합동 총회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해결의지가 있느냐고 묻자 김삼봉 총회장은 한마디로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교단 차원에서 중재가 있었고,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두 사람 책임”이라며 “교단 어른들인데 잘 풀어 나가지 않겠느냐”고 일축했다. 합동측 인사를 중심으로 폭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는 질문에도 별 문제를 삼지 않았다. 한기총의 혼란을 관조적인 태도로 관망할 뿐, 해결에 나설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한기총의 혼란은 합동의 모호하고 이중적인 태도가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김동권 목사의 출마부터 교단 차원에서 막았더라면 없었을 혼란을 불구경하듯 키우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광선 목사의 ‘고백’과 한기총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당혹스럽기는 통합도 마찬가지. 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이광선 목사를 교단이 말리기에는 늦었고, 중재가 통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광선 목사의 싸움이 길어질 경우,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면서 싸움이 확대될 수 있어 ‘오해’를 막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제 저녁부터 임원들이 모여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기총이 정상화될 때까지 활동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실체는 ‘차기 주도권’ 싸움일까?
한기총과 관련된 한 인사는 “실체는 차기 주도권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합동과 특정지역의 지나친 편중 인사, 그리고 길자연목사 당선에 최대 공로자로 꼽히는 홍재철 목사에 대한 견제가 장기적 혼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홍재철 목사를 막지 못할 경우, 차기 주도권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선과정에서 이런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난바 있다.
그러나 이광선 목사의 기자회견 파장이 한국 교회 전체에 작용하는 점으로 미루어 극단의 발표까지 할 수 밖에 없는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광선 목사 임기 중 작은 실책이라도 발견된다면 그것이 ‘공격’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광선 목사는 ‘참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물러나겠다”는 말이 아닌 “내가 개혁에 앞장 서겠다”는 말로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한기총의 갈등과 폭로전을 보면서 고심하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 한 인사는 “연초부터 시작된 교회의 문제와 한기총의 잡음에 대해 상부에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 한국 교회가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수습’하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이미 수차례 중재가 이뤄졌지만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의 대화는 번번이 결렬됐다. 대화로 합의점을 찾기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 어떻게 할 것인가?
한기총의 혼란 수습에 교단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혹여 모를 가처분 결정 때문이다. 길자연 목사 직무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기총은 일대 혼란에 빠져든다. 자칫 한 쪽으로 줄을 섰다가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한기총 비대위쪽에서 예고한 가처분 신청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자연 목사가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밑바닥 민심부터 살피는 것이 시급하다. 아래로는 실행위원과 총대들의 인심을 얻는 것이며, 위로는 교단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한기총이 교단 연합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면 수습은 쉬워 보인다. 폭로 이전에 금권선거 문제는 한기총이 해결해야할 첫 째 과제 중 하나였고, 이번 기회에 대표회장의 권한을 견제하고 명예회장들의 중재와 자문을 강화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인선과정에서 오해과 갈등이 없도록 인수위원회를 없애고, 차기 조직을 위한 교단중심의 논의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한기총 사태 수습을 위한 교단 대표자 대화위원회를 구성해서 고견을 충분히 듣고 실행하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한기총의 한 원로는 “이미 한기총의 진흙탕 싸움으로 한국 교회의 명예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우려하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새롭게 거듭나는 한기총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드러난 문제가 많다는 것은 해결할 방법도 있다는 것”이라며 “환부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모든 교단과 교회가 함께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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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선거에 대한 한기총 비대위의 기자회견문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