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를 보면서
2008년 8월 5일(화) 0:47 [대전일보]
지난 6월 25일의 충남교육감 선거에 이어 7월 30일에는 서울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종전처럼 일정 선거인단이 모여 간접적으로 교육감 선거를 치른 것이 아니라 시장이나 도지사를 뽑는 방식 그대로의 주민 직선제였다.
충남에서의 투표율은 불과 17.2%에 머물렀다. 작년 2월 부산의 경우에는 그보다도 못한 15.3%였고 서울에서는 15.5%의 투표율에 불과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도지사 선거를 했어도 주민들의 투표율은 그 정도밖에 안 되었을까? 모르긴 하되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교육감은 도지사만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또 도지사와는 다른 특수직이기 때문일 것이고 도지사와는 달리 정당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2010년 지방선거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와 함께 치러질 것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다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민의 관심은 시·도지사에게 있지 교육감에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설사 투표율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그것은 도지사 선거의 부수효과일 뿐이지 않겠는가 싶다. 그렇다면 교육감 직선제는 왜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게 된 연유야 물론 교육 자치의 효율성과 주민의 참여도를 높이자는 데에 그 뜻이 있겠지만 일반행정직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전문행정직에까지 통상적인 선거제도를 적용하는 데에는 보다 세심한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아니하고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전환할 것이라는 사실부터가 교육감의 존치 이유를 크게 감소시켰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종전의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할 경우 어떻게 교육위원을 선출하고 또 그 상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리 간단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교육위원을 일반 시·도의원의 선거구에서 선출하여 그들과 함께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선거구를 정해 별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들로만 선출한 후 그들만의 교육위원회를 구성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풀어 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교육위원을 선출하더라도 일반 시도의회 의원 선거와의 형평성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선거구의 문제와 표의 등가성을 전문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뽑는 한 양식이다. 보통 직접 평등 비밀투표야말로 인류정치사에서 이룩한 금자탑과 같은 정치문화의 꽃이다.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시립교향악단 단장을 일반 주민투표로 뽑는다고 가정해 보자. 지휘자도 바이올린 연주자도 투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정치의 발생지였던 아테네에서는 직책에 따라 투표와 제비뽑기(추첨)를 병행하면서 선거가 안고 있는 모순을 해결해 나갔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문성과 책임성과 효율성 모두를 아우르는 방식을 모색했던 것이다.
차제에 필자는 모든 자치제도와 선거체제를 일신해 보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의 계층을 좀 더 단순화시켜 보자는 생각이다. 현재의 시·군(구)·도(광역시)로 구분되어 있는 자치단체를 일정규모의 자치단체로 통합하여 재분할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7-8개 지역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묶어 운영한다면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기초단체 자치나 감당하기 어려운 광역단체 자치의 문제점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선거는 선거의 본질에 맞는 공직에 한해서만 실시하는 성숙된 민주 헌정체제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헌정 60년 만에 대한민국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은 정치의 영역을 뛰어넘어 지역의 2세 교육과 학예에 대한 일체의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하는 전문직이다. 굳이 이런 전문직을 주민 직선제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를 주민 직선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면 그에 대한 반대 논리는 무엇이 있을까? <초대 환경부 장관·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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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숙 daejeon9@dinz.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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