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스런 장로님이 그립다!
송규의 목사(이웃사랑교회)
조만식장로님은 주기철목사님과 산정현교회를 섬겼다. 주일날, 예배시간에 맞춰 길을 나선 장로님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의 사정을 듣느라, 그만 지각하고 말았다. 신발을 벗어 들고 예배당에 들어선 장로님에게 주기철 목사님이 정색 하며 말했다.
“ 장로님, 그 자리에서 서서 예배를 드리십시오. ” 꼼짝없이 신발을 든 채 예배를 드려야 했다. 예배를 마치고 장로님은 목사님에게 늦어서 죄송하다 사과하고 인사와 담소를 나누었다. 주기철목사님은 조만식장로님이 교장으로 있는 오산학교 제자였었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한 젊은 목사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예배 시간에 그 교회 장로님이 지각하시는 것이 아닌가? “ 장로님 지각하셨으니 그 자리에 서서 예배를 드리십시오.” 당황한 장로님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며 예배를 드리다가 축도 마치기 무섭게 인사도 안하고 예배당을 나갔다. 결국 그 젊은 목사는 그 교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나에겐 아버지, 장인, 이모부, 외삼촌이 감리교 장로님이시다. 뿐만 아니라 내 동생도 매제도 손위 동서도 손아래 동서도 다 감리교 목사님이시다.
한 8년 전 아버지께서 장로님으로 피택 되셨다. 오직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셔서 세례 받으시고, 속장, 집사, 권사 되시더니, 장로님으로 피택 되신 것이다. 목사로서,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담아 몇 글자 적어 성경책을 선물로 드렸다. “ 아버지, 요즘 보기 드문 장로님 되세요 !”
한 교회만을 섬긴 아버님에겐 목사님이 절대적이신 분이셨다. 그분의 설교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받으셨다. 장로님이 되시고 나셔서, 지방 장로님들과 유대를 갖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교회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하셨다. 더 이상 목사님이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인간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이셨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아버님에게 장로직이라는 영광의 댓가로 지불된 영적인 손실이었다.
원래 감리교회는 장로 제도가 없었다. 지금의 침례교회처럼. 우리 교회 81세된 원로 장로님의 아버님께서 전도사님이셨다고 했다. 신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감리교회는 본처 사역자라는 제도를 두어 장로가 아니라 전도사로 불렀고, 그 이름에 값하듯이 전도에 열심인 훌륭한 사역자였다.
감리교회에 장로 제도가 들어온 것은 일제시대 말기이다. 일본 총독부는 모든 기독교를 <일본 기독교 조선교단>으로 통합했고, 이 영향으로 1948년 장정개정을 하면서 감리교회에 장로 제도가 들어오게 되었다.
목사와 장로, 그것은 마치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 만큼이나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다. 장로님들 편에서 보면, 인생을 다 바쳐 교회를 섬겨 왔는데, 낙하산처럼 내려와 당회장이 되어 교회를 좌지우지 하려할 때 속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 돈 받고 예수 믿는 사람과 돈 내고 예수 믿는 사람 ”으로 편을 가르려 한다.
장로로서 총대이신 장인어른께 혼탁한 감독선거 방지를 위해 제비뽑기로 장정을 개정하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리자, 공감하시면서도 이런 뼈아픈 말씀을 던지셨다. “ 감독선거 아니면 언제 목사들이 장로에게 머리 숙이겠어? 이 말에 모든 장로들이 개정을 반대할 거야 ”
나는 장로님들의 정서 속에 목사들의 책임을 본다. 목사님 속에서 예수님을 볼 수 없는 절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순교자 주기철목사님은 조만식장로님이 만들었다. 인간적으로 아들 뻘 되는 제자의 명령이지만, 예수님 말씀으로 받는 조만식장로님 앞에서, 주기철 목사님은 부끄럽지 않은 목사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목사를 부끄럽게 만드는 장로님이 그립다. 그분 앞에 서면 자꾸 예수가 생각나는 장로님이 그립다. 목사로 하여금 순교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영향을 주는 그런 장로님이 그립다!
입력 : 2001년 08월 30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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