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제비뽑기 부결…평신도, 감리사그룹 반대
감리교 입법의회, 개혁적인 장정개정 ‘무산’
▲ 입법 개정안을 놓고 비밀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총회 대의원.
감독과 감독회장 제비뽑기, 교역자수급조절, 권역별 감독선거 등 감리교의 개혁적인 입법개정이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인천 계산중앙교회에서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7회 총회 입법의회는 전국의 총회 대의원 508명 중 468명이 등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입법의회는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김진호감독)가 10개월 동안 7~8천만원의 경비를 사용하면서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마련한 상정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여론수렴의 미흡과 평신도그룹의 반대로 개혁안이 대부분 부결됐다. 제비뽑기로 감독회장과 감독을 선출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비밀투표하고 있는 모습
먼저 감독회장은 감독으로 각 연회는 연회장을 둔다는 내용의 권역별 감독제도는 420명 중 220명의 찬성으로 부결됐다. 권역별 감독제도는 감독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고 효율적인 연회관리를 위해 상정됐지만 큰 연회가 작은 연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와 감독회장과 감독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런 결과는 입법의회 개회 전부터 예고됐던 사실이다. 서울연회, 서울남연회, 중부연회, 충북연회 등의 감리사들이 권역별 감독제도에 대한 반대성명서를 발표했고, 장로회전국연합회도 반대에 힘을 실어주었다.
교역자의 수급조절을 연회에 맡겨 교역자의 질을 높이려고 했던 교역자수급조절도 3개 대학 총장과 교수,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부결됐다. 장개위는 3개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많은 신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교역자 선발고시와 목회훈련과정을 만들어 수급조절과 목회자들의 향상을 위해 개정안을 상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법의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감독 및 감독회장의 제비뽑기 상정안도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467표 중 찬성 303표, 반대 160,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장개위는 제비뽑기를 도입한 예장합동의 선거문화가 좋아졌다고 취지를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총대들은 제비뽑기 선거법도 타락할 수 있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해할 수 있고, 지도력미달의 감독이 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임감독회장과 연회감독은 상징적인 의미의 장로교 총회장과 달리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비뽑기 선거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제비뽑기식 선거제도가 부결된 결정적인 이유는 장개위가 평신도그룹과 연회의 중간그룹인 감리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디아스포라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미국국내법에 의하여 연회 안의 교회와 기관들의 토지 및 건물들에 대한 보존을 위한 유지재단과 연회원의 은급 운영을 위하여 은급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미주특별연회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신경하감독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말로만 회개하고, 입으로만 각성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하고, 회개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며 “감리교회의 장정은 더욱 감리교회 정체성을 지켜내고 신앙의 순수성을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의 개혁을 위해 다양한 입법 개정안을 추진한 김진호감독은 “어렵다”는 말로 개혁안의 부결을 아쉬워했다. 또 김진호감독은 “지금까지 감리교회를 유지해 온 좋은 전통과 법안은 계속 유지해 오면서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 될 조항은 과감히 결단하고 숙의한 끝에 중요 안건을 개정하여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개위의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교단의 시간은 곱지 않다. 1년 동안 수천만원의 경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교단 발전에 필요한 입법 개정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다.
[2007.10.26 오전 9:56:40]
송영락 기자 [ysong@igoodnews.net] 송영락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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