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양승록 기자
ㆍ작성일 2007-10-22 (월) 10:23
명예를 탐하고, 돈을 극복하지 못하는 목회자(신자)들
한국교회 신자 적지 않다, 내실을 기하자 〈35〉
종교개혁 490周 …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
마틴 루터 신부가 성경의 핵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마침내는 예수의 참 모습과 복음의 본질을 가리고 있는 것(가톨릭의 권위와 교권 남용 등)들을 향해 저항한 시간이 올해로 490주년을 맞는다. 올해 10월 28일이 그 기념주일이다.
구교인 가톨릭에서 이런 루터의 `저항'(protest)을 잇고 있는 것이 신교인 기독교이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 `항상 개혁해야 한다'는 기독교의 모습은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특히 돈과 명예 부분을 살펴보면 그 실상은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이다. 1년이면 수십 개 교단에서 새로운 임원이 선출된다. 지난 9월 장로교 총회가 일제히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의 돈을 사용하면서 교단의 `수장'자리에 올랐다.
총회장, 부총회장 등을 합하면 족히 100명은 넘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임원선출의 내면은 부패하고 썩었다.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되다보니 예장(합동)은 6년 전 `제비뽑기’를 도입하고 있고, 감리교와 성결교(기성) 또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감리교는 10월 24일 입법의회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선거법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는 그동안 여러차례 제비뽑기 안을 상정했으나 번번이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정개정위원회의 위원장과 감독회장이 금권선거를 막기에는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책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사실 합동측도 제비뽑기 방법을 도입할 당시 `차선책'으로 내놓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직접투표 방식을 거부하고 제비뽑기 방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정직하지 않게 자신의 표를 행사하지 않고 금권에 연루'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다.
기존의 선거방법으로는 깨끗한 선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극에 달해, 한시적으로라도 차선책을 쓰자는 것이다.
지난 9월 감리교 장로회전국연합회(회장 박경진 장로)는 ‘한국교회 선거문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2차 평신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격려사에 나선 신경하 감독회장은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더럽혀서는 안된다”며 깨끗한 선거풍토의 방법으로 제비뽑기를 지지했다.
그런가 하면 포럼에 나선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는 주제발표를 통해 “오늘의 우리 사회는 엄격한 선거법을 적용, 위법·반칙을 하면 가차 없이 실격되고 의법 조치를 하는데,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 실례로 부정·불법 선거와 관련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감리교 역사상 지도자들이 이로 인해 단 한 차례도 당선 무효된 적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구본영 장로(흑석동제일교회)는 “감독선거에는 엄청난 불법 선거자금이 동원되는데, 이는 상당 부분 교회공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한 ‘범죄’행위”라며 “교회가 아직도 전근대적인 금권타락선거를 버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회에 복음을 전할 것인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실제적으로 “선거를 통해 형성된 참모진이 선거 후에도 하나의 그룹을 형성해 교회 분열의 요인이 되고, 교회 부흥의 큰 장애를 유발한다”고 그 폐해를 설명했다.
또한 지난 6월 총회를 마친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지난 9일 `선거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 역시 제비뽑기 제도 도입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경호 목사(심판위원장)는 “총회에 입후보했다가, 혹은 선출이 됐다 하더라도 선거 당시 진 빚을 갚기 위해 힘겨워하는 목사가 있는데,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하면 이런 후유증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실제적으로 “지방에 있는 이들이 후보에 등록하면 서울에 (선거) 캠프를 차리고 운동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신상범 목사(새빛교회)는 “타락된 선거 문화는 이 제도로만 치유할 수 있다”면서 제비뽑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익수 목사(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는 제도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개혁을 한다는 수준으로 다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강도 높게 부정선거를 비판했다.
그러나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한 예장(합동)는 지난 9월 총회에서 총회 지도부가 약화된다는 측면에서 직선제로 회귀할 움직임이 있었다. 제비뽑기를 하더라도 그 과정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금권선거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총대들은 확실한 금권선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없다면 제비뽑기가 그래도 낫다며 차선책을 견지했다.
선거운동의 핵심으로 참여했던 L 장로는 “사실 그때는 우리 목사님이 총회장이 되셔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서 열심히 뛰었지만, 지나고 보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선되시지도 않았고, 그로 인해 교회에 빚도 턱없이 많아져 신자들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그전처럼 목사님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생활과 신앙이 따로 노는 잘못된 신앙행태, 기복신앙의 자리로 전락해 가는 교회, 업적주의와 물량주의로 흘러버린 선교, 목회자들의 명예욕과 물욕 등 한국교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교회로부터 독립한 뒤부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신학교육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목사를 길러 교회에서 제대로 사역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통해 교회개혁 사업을 확산시킬 수 있을까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목회자가 되겠다는 큰 아들의 상담을 받고 ‘목사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만류했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힘이 덜 드는 직업을 가지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좋은 목사’가 될 수 있는 열 가지 지침을 제시했는데 그중에는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사역을 위하여 투자할 만큼 헌신적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비판하고 짓이겨 놓는 것을 즐거워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늘날 신자들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주 하나님 뿐 아니라 신자들, 더 나아가 이 사회도 이런 ‘목회자’를 그리워 하고 있다. 세속인들과 똑같이 권력과 명예와 물질에 눈이 어두운 무리들을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 ‘성직자’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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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바뀌지 않는 한 미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