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좌담
2003년 01월 02일 (목) 00:00:00 관리자 lit1109@hanmail.net
올해는 감리교회의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입법의회가 있다. 감리교회 개혁에 대한 담론들은 무수하나 매번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감리교회 제도개혁의 과제와 바람직한 방향을 신년특집좌담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참석자 : 고수철 감독(서울남연회, 교육국위원장) / 윤연수 목사(제24회 총회장정개정위원) / 최이우 목사(감신 72학번 동기회 대표) / 이태영 장로(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 사 회 : 이기문 편집국장
이기문 국장: 교회의 개혁이 사실 어느 면에서는 정치나 사회개혁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감리교회는 20여 년 전에 당시 젊은 교역자들이 총회 석상에서의 강단점거라는 방식을 통해 교회의 개혁을 요구했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실상 아직까지도 제도 면에서 그다지 진일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윤연수 목사: 교회의 개혁, 특히 감리교회의 제도적인 개혁을 가로막아 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뿌리깊은 써클주의였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속한 써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혁이라는 대의를 외면해 왔던 것이지요.
고수철 감독: 써클주의와 함께 학연 역시 같은 작용을 했다고 봅니다. 감리교회의 정치를 이끌어 온 써클이 다소 약화되자 그 자리를 학연이 대체했다는 것이죠. 다행히 근래에는 학연을 뛰어 넘는 다양한 소그룹들이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번에 감독선거를 치르면서 다양한 소그룹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다양한 소그룹들의 약진은 앞으로 감리교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감독선거제도
이 국장: 최근 몇 년간 한국교회 내에서는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위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감독선거제도의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윤 목사: 감독 선거와 감독회장 선거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회원이 다 참석하는 연회를 총회 전인 9월경에 별도로 소집해 연회감독을 선출하고 총회에서는 감독회장만 선출하자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총회대표 수를 현재보다 더 줄인다고 하더라도 반발이 적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연회감독 선거라고 보면 감독과 감독회장 선거의 분리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봅니다.
고 감독: 저는 다른 측면에서 총대와 투표권 자를 분리하는 방법이 어떨까 합니다. 현재처럼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 모두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거 직전에 제비뽑기를 통해 일정한 수, 가령 총대 중 1/10 정도의 투표권 자를 선출해 바로 투표하게 한다면 금권시비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총회의 주요 기능 중에 하나인 정책에 대한 토의와 수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도 함께 연구되어야 하겠지요.
이태영 장로: 먼저 감투 좋아하는 교역자들과 평신도들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현재도 감독이 열 분이 계신데 삼남연회 분할을 또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교세는 성장하지 않아도 감독은 열 다섯 분 스무 분까지 이르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본부 각 국 총무 선거는 또 어떻습니까? 오히려 감독 선거보다 더 혼탁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최소한 사회변화에 걸맞는 수준 정도에서라도 의식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이우 목사: 현재로서는 대안이 제비뽑기밖에 없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제비뽑기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타 교단들의 경우를 보면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최대한 보완하면서 제비뽑기 제도를 도입해야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고 감독님이 제안하신 내용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해 볼만하다고 봅니다.
의회제도개혁
이 국장: 지난 2001년 입법의회에서 총대 수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3천명 이내로 줄이는 의회제도 개선 안이 통과되어 이번 제25회 총회에서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기대하기에는 총대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성을 고려한 직능 대표들과 세대별 대표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의회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는지요.
최 목사: 저는 의회의 원로원화가 감리교회의 개혁을 가로막아 왔던 큰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기득권 층이라고 하는 이들이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체제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50대 조차도 의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어린애’ 취급을 받는 지금의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져야 하고, 바로 그럴 때 감리교회 제도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 장로: 은퇴를 2-3년 앞둔 교역자와 장로들이 감리교회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묻힐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현실이 ‘소망 없는 감리교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기득권을 가진 분들의 입지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선에서 점진적인 의회제도의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윤 목사: 현재는 총회대표를 연급순으로 뽑지만 과거에는 연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대는 소위 ‘정치 꾼’들의 독차지가 되어버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고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연급순으로 총대를 뽑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 제도에도 분명히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4회 총회 장정개정위원회에서도 총대 수 축소와 함께 선출방법을 놓고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법의회 대표들 자체가 연급이 높은 기득권 층이라는 점에서 총대 선출제도를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최 목사: 사실 3천명으로는 정상적인 의회 기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총회는 사실상 일부 총대들이 목소리 높여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대부분이지 대다수 총대들은 회의진행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흥미를 못 느껴서 방관하는 형편입니다. 총회가 정책토론의 장이라는 고유의 자기 역할을 다하려면 총대 수를 1천명 이하 수준으로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고 감독: 감독선거와 의회제도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총대 중 일부를 제비뽑아 투표권을 주는 방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행정총회의 총대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 명실상부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감독선거 이외에 정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겁니다.
대신 현 입법의회에 정책기능을 더 하자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2년에 한번씩 감리교회의 축제 마당이 펼쳐지고 입법의회에서는 입법 사항과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토의와 결정이 가능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감독선거 역시 제비뽑기를 통해 투표 직전에 투표권 자를 선출하면 부작용이 많이 사라지겠지요.
교역자 수급 불균형
이 국장: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임지를 찾지 못해 고등실업자로 전락하는 ‘교역자 수급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회성장의 전반적인 정체 현상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교단의 수급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신학교들의 정원 확대에도 큰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교역자 수급불균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주시지요.
윤 목사: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감리교단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급히 교역자수급연구위원회를 조직해서 신학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과거에도 이 문제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일선 신학교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역자수급에 대한 대안은 시급히 마련하되 반드시 정상적인 신학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턴제도도 역시 지금에 와서는 임시방편이었다는 것이 판명 난 만큼 앞으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로: 이 문제는 각 신학교의 재정 자립도와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신학교의 재정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교단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감신대는 신대원 과정만 두고 목원대와 협성대에서는 학부과정만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교단에서 재정문제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원이 전제되어야겠지요.
고 감독: 외부에서는 알지 못하는 신학교 내부의 재정문제나 교육부 관련 문제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신학교 관계자들과 만나서 얘기해 보면 학교운영비 자체가 모자란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대다수 일선 교역자들의 입장에서는 반발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교역자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신학교 당국과의 진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목회를 지망하는 신학교 졸업생들에게 현장목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목회의 길도 폭넓게 열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 목사: 현 상황에서 신학교의 정원을 줄이는 것은 필연적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신학교의 재정적인 문제입니다. 정원 축소로 생기는 공백을 어떻게 뒷받침 해 줄 것인가 하는 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자립교회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감리교회 역시 많게는 전체의 40%가량이 미자립교회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자립교회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책이라면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윤 목사: 먼저 아무리 교인이 없고 외진 곳이라도 교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데 대한 인식이 확고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인식이 있을 때 도시교회에서도 베푸는 식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지원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개체 교회간의 결연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교단 차원의 최저 생계비 제도 도입과 같은 정책적 배려도 반드시 있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이 장로: 교단 차원의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감독 임기가 2년에 불과하다보니 의욕적으로 미자립교회 대책을 추진하다가도 임기가 만료되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책을 수립하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고 감독: 교단이 주도해 대략 경상비 5억 이상 되는 교회들과 미자립교회들을 자매결연 시켜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방회 차원에서의 미자립교회 지원을 시작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령 자립교회 입교인 1인당 1년에 1만원씩을 미자립교회 지원금으로 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백만명 정도라고 추산한다면 약 1백억 원이 미자립교회 지원금으로 조성되게 됩니다. 이 재원을 가지고 지방회에서 60%를 미자립교회 지원금으로 집행하고 나머지 40%는 지원이 약한 미자립교회 교역자에 대한 최저생계비와 같은 교단 차원의 미자립교회 대책을 추진하는데 사용한다면 미자립교회 문제를 해소하는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 목사: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일선 미자립교회들이 현재 어느 정도를 지원 받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먼저 공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지원하는 교회들의 통계만 나와 있고 지원 받는 교회들의 구체적인 현황을 알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지원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지원은 어렵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단 차원의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국장: 긴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 = 조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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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선거에 제비뽑기 도입 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