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칼럼] 녹차 한잔과 선교
황태연 선교사(총회세계선교훈련원장)
2008년 05월 25일 (일) 21:35:08 기독신문 ekd@kidok.com
▲ 황태연 선교사
우리가 담담하면서 깊은 맛이 있는 선교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에게는 뒷맛이 깔끔하면서도 여운을 줄 수 있는 그런 선교가 요청된다. 가는 곳마다 헐떡이듯 뛰고, 그리고는 뒤도 보기 싫어 우리의 지난 온 날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우리가 전한 것은 결코 산상보훈의 나라가 아닐 것이다. 투쟁하듯 선교하는 자에게 주의 능력은 함께하겠지만 나는 오늘 그들에게 잠시 자리에 앉아 깊은 맛 나는 한 잔의 차를 권하고 싶다.
힘써 사역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자랑이다. 어찌 전력투구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겠는가! 그렇지만 여전히 뭔가 빈 듯하다. 투쟁으로 얻는 하나님의 나라일지라도 그 안에는 쉼의 자리가 있지 아니한가? 넉넉함과 여유…. 그리스도 사랑 안에서 넉넉히 이긴다는 사도바울의 고백과 같이 말이다. 이른 아침, 산상보훈을 읽는다. 내 심정은 투쟁도 쟁취도 아닌 자기 부인과 남을 위한 풍성의 배려가 없었음을 탓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길게 숨을 쉬시며 말씀하신다. “평안할찌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슴을 던져가며 적과 싸운다. 가슴에 멍이 들도록 싸운다. 그런데 그게 사탄이 아니라 종종 자신의 환영과 싸운 때가 많다.
태국에서는 사회의 모든 덕목 가운데 “마음을 차분히 하는 것(짜이엔)”이 최상이라 한다. 도 닦는 사람이 안절부절 못하거나 성급함을 보이면 그것은 이미 그 도를 얻은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사무라이들이 권력의 가장 핵심부에 있을 때에도 차분한 분위기를 가장 중요한 쉼터로 생각했다. 그들은 화려한 장식을 피한 검소한 찻방에서 차를 기울이며 쇠 주전자에서 물이 꿇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쟁의 극적인 대화를 피하고 찻잔이나 차의 맛만을 논하였으니 싸움터의 열기를 그 곳에서 식힌 셈이다.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온지라…입을 열어 가라사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서서들을 수 있는 말씀이 있고, 앉아서 들을 수 있는 말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좀 앉아서 생각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좀 듣고, 주전자에서 물이 꿇는 소리도 좀 들어야 물이 식으면 깃드는 깊은 맛도 알 수 있지 있을 것 아닌가.
선교지에서는 긴박한 소식이 많다. 본부도 뛰고 한국교회도 따라서 뛴다면 누가 앉아 있겠는가? 모두 종말론을 이야기해도 우리에게는 차 한 잔의 여유가 필요하다. 현장의 전사도 그렇고 행정을 맡은 사람도 그렇다. 담담하며 깊이가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앉아있으나 서 있고, 서 있으나 달리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다간 우리 가운데서 달리면서 앉아있는 사람을 보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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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재목사
(222.XXX.XXX.122) 2008-05-28 16:27:16
참으로 깊이 우려 낸 차 맛과 같은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얼마 전 GMS 이사장을 역임하신 K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마귀들과 싸워야할 선교사들이 마귀와는 안싸우고 선교사들끼리 싸운다"는 선교현장의 현실을 개탄한 사실입니다. 물론 일부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적전 불열입니다. 황목사님 말씀 처럼 "우리에게는 뒷맛이 깔끔하면서도 여운을 줄 수 있는 그런 선교가 요청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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