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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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2139
* 이름:조하무 (chohamoo@hanmail.net) (44 목사)
* 조회: 3 회
Re..또 다시 '제비뽑기'에 관하여
또 다시 제비뽑기에 관하여
1. '사생아론'의 초점에 대하여
제 글의 초점을 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의 초점을 놓치신 것 같아 다시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의를 제기하고자 했던 것은 '비유의 오류'입니다.
"이미 총회가 결정한 사항을 놓고, 출생한 아이를 놓고 잘못 탄생한 아이라고 하면 가정을 사랑하는 부모나 이웃은 아니지요."
위 인용구에서 보이듯, 회의의 결정을 의인화하여 '이미 출생한 아이' 혹은 '잘못 탄생한 아이'라고 비유하는 것의 허점을 지적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것을 이름하여 '사생아론'이라고 명명했을 뿐입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결의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결의된 것이니 '적자'라고 말씀하시는 듯한데, 제가 묻고자 한 것은 어떤 결의에 대해 '적자'냐 혹은 '사생아'냐 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유가 도대체 가능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비유는 논의의 설명, 설득보다는 '이견의 봉쇄'에 효과가 있는 것일 뿐이지요.
물론 어떤 결의가 '적법하냐'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결의가 '올바르냐'일 것입니다. '총회 결정은 언제나 올바른가?'라는 되물음은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겸손의 응답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우리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경우에 '그것이 적법했나?'라는 문제는 무의미합니다. 다만, '그것이 올바른 것이었나?'라는 질문이 유의미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의 판단을 돕기 위하여 '다른 의견'과 '비유의 오류'를 제기한 것입니다.
2. '거룩한'이라는 수식어 사용의 신중함을 구하며
'거룩한' 것은 언제나 스스로 그 거룩함을 드러냅니다.
그것을 접하여 보고 느낀 사람들이 그 거룩함을 스스로 느끼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아무리 '거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룩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역사의 교훈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거룩한'이라는 수식어로 위장된 수많은 탐욕을 보았습니다. 갈수록 인간의 탐욕에 물들어버린 십자군전쟁, 인간을 파괴하고 인종차별이라는 광기로 유럽을 물들인 나찌들의 전쟁, 그리고 최근 백성들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오사마 빈 라덴의 '성전'과 blood oil을 위한 부시의 '성전' 등 결코 '거룩'하지 못한 것들이 '거룩'이라는 수식어를 마음대로 사용하더군요.
물론 목사님의 '거룩한 제비뽑기' 주장이 앞의 예로 든 전쟁들처럼 탐욕에 찌들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목사님의 '거룩한 제비뽑기'라는 말과 주장은 나름대로 이해가 충분히 되더군요. 나아가 선거부정을 참을 수 없어 하시는 목사님의 강직함도 이해할 수 있더군요.
그럼에도 제가 제기한 문제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각종 복권의 추첨이나 도박에서의 제비뽑기와 방법 면에서 무엇이 다른가 이해할 수 없군요. 무엇이 우리 총회의 제비뽑기를 '거룩한'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더군요. 복권의 추첨이나 도박에서의 제비뽑기(슬러트 머신)는 하나님의 주관하심이 없이 진행되는 것이고, 목사님의 '거룩한 제비뽑기'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것이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그 '거룩함'의 증표는 무엇에서 찾을 수 있나요?
또한 서울노회의 제안에 따르면, 그 제비뽑기는 방법적으로 총대들이 뽑는 제비이지 당사자(출마자)가 집적 뽑는 제비뽑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제비뽑기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만,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역시 정직성의 결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법은 목사님께서 주장하시는 '성경적 제비뽑기'와는 다른 것인데, '성경적 제비뽑기'를 주장하시는 목사님께서는 이런 탈 성경적 제비뽑기를 허용하실 수 있는지요?
3. 세속정치도 제비뽑기로?
이번 '대통령 후보 국민 경선제'에서의 핵심은 제비뽑기였다고 주장하신 바가 있으십니다.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하여 한국 정치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실시하여 성공적으로 결실을 한 정치제도인 국민경선제의 그 핵심이 바로 '제비뽑기'였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하여 7만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3만 5천명은 기존 민주당 당원들이 당연직으로 배정되었고 나머지 3만 5천명은 국민들이 지원하여 그 가운데에서 선출하기로 하였는데 여기에 무려 200만에 가까운 국민들이 지원하였고 그들 가운데에서 3만 5천명을 '추첨' 즉 제비로 뽑아서 세웠고 이 제도의 적용으로 말미암아서 노풍이 불게되었으며 마침내 노무현 후보가 제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 글 역시 초점을 흐리고 있군요. 국민경선제의 핵심은 '제비뽑기'가 아니라 '민의의 수렴'과정이었습니다. 계보정치로 일관하던 하향식 보수정당(민주당은 결코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말입니다)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데 있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던 것이 노풍의 원인이었고, 결국 국민들의 지지로 인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과정은 선거인단을 추첨했던 것이지 어떤 후보를 추첨했던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떤 후보를 추첨했다면 노풍은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며, 썩은 정치에 국민들이 희망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선거인단 추첨'이라는 것은 특정한 이해관계를 지닌 인간들의 작위를 배제한다는 의미였지, 국민의 뜻을 모은다는 대의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노풍의 핵심은 민주주의이며, 참여이고, 주권의 행사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추첨제 방식은 어떻습니까? 사뭇 다르지 않습니까? 대의제에 뜻을 모으는 과정도 없는 것을 핵심이라면서 동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낮붉어지는 일일 것입니다. 국민경선제의 방식이 좋으시다면 차라리 각 노회에서 총회 총대로 가실 분들을 제비뽑기로 결정하심이 어떠실런지요?
4. 정의되지 않은 혼자만의 개념 사용을 자제하시기 바라며
신본주의, 신주주의 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더군요. 물론 이 신조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저도 또한 목사이니까요. 이 두 용어는 인본주의/인문주의(휴머니즘), 민주주의에 대한 대 개념으로 사용하신 듯 한데, 하지만 이런 추상명사를 만들어낼 때는 그 역사적 혹은 사회적 맥락(배경)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사용하자면 인본주의/인문주의의 대개념은 교권주의(권위주의)가 될 것이고, 민주주의의 대개념은 전제정치, 혹은 독재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습니다. 민주주의라고 했을 때, 민(民)의 의견은 수렴 가능하고 표현 가능합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신주주의라고 했을 때, 그 그 뜻은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이며, 어떻게 전달되는 것인가요? 하나님의 뜻의 대리자/전달자를 상정하시는 것인가요? 혹시 그것이 곧 교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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