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총회임원회, 비대위 흔들기 돌입
비대위 명단에 든 임원후보 2명 선관위에 조사 요청…'월권'이라는 비난도
주재일(jeree) baram@newsnjoy.co.kr [조회수 : 292]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서기행 목사(대성교회)를 비롯해 총회임원회가 총회 비상사태를 선포한 '총회 사태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행보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
총회임원회는 7월말 조직된 비대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했다. 총회임원회는 "일부 인사들이 비대위를 구성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총회를 마치 큰 혼란이 있는 것처럼 '비상사태'를 선언해 총회를 어지럽게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총회임원회는 '비대위=불법단체' 결정을 토대로 △비대위 조직을 약화시키고 △비대위가 불법단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확인서로 '압박'
우선 총회임원회는 비대위 조직을 약화시키기 일환으로 8월초 서 총회장 이름으로 비대위에 참여한 인사들에게 '확인서'를 보냈다. 서 총회장은 총회임원회에서 불법단체로 규정한 곳에 참여한 것을 확인하려 한다며 △비대위 가담에 동의했는지 △비대위 선포한 '총회 비상사태'라는 주장에 대한 의像?무엇인지 △비대위에 대한 귀하의 의견을 총회장 성명서를 통해 공표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이와 별도로 총회임원회는 비대위 명단에 오른 몇몇 인사들을 8월5일 소환했다. 총회임원회에 불려온 염원식(목사부총회장 후보), 강자현(장로부총회장 후보), 박흥석(장로부총회장 후보), 김진웅(부서기 후보), 신수희(부회계 후보) 등은 총회임원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한 명씩 총회임원회에 들어가 왜 비대위에 참여했냐는 추궁을 받고, "잘못 들어갔다. 유감이다" "비대위가 내 허락 없이 이름을 올렸다" "명단에 들어갔는지 몰랐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장은 이들에게 비대위 참여 인사들에게 돌렸던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이날 소환된 다섯 명 모두 서명했다.
그런데 다섯 명 가운데 강자현 장로와 김진웅 목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선관위에 보낸 '임원회 결의사항 접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총회임원회는 "불법단체를 결성한 총회임원 입후보자를 면담하여 진의를 확인"한 결과, "(비대위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불분명한 인사(강자현 장로, 김진웅 목사)에 대해 총회임원 후보의 자격 여부에 대한 재심사가 필요한 것으로 결의한 바를 통보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노회장단 동의 얻으려다 실패
총회임원회의 비대위 깨기 두 번째 방법은 '비대위=불법단체'라는 총회임원회의 결정을 확산시키는 것. 8월4일 대전남부교회(목사 황승기)에서 열린 총회 상비부장과 노회장 연석회의를 활용했다.
총회임원회는 250여 참석자들에게 비대위가 불법단체이며, 4대 현안에 대한 비대위의 입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총회임원회는 '소위 비대위 조직과 비상사태 선언의 불법성'이라는 문건에서 "총회장과 임원, 각 상비부가 총회를 총괄하는데 일부 총회 권력을 장악하려던 이들이 자기들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총회를 비상사태로 선언'하였다"며 "사설단체들을 만들어서 총회를 압박하는 것은 크게 불법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총회임원회의 입장을 밝혔다. 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서북노회의 평강제일교회·광성교회 이성곤측 영입에 대해, 총회임원회는 교회 가입은 노회의 고유한 직무(헌법 정치 제10장 제5조)로 총회가 관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평강제일교회의 경우, 박윤식 목사가 이미 은퇴했고, 총신대 신대원 출신 목회자가 담임목사로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단 시비는 이단대책위원회에 넘겨 연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총회 임원회는 광성교회에 대해서는 "교단 간에 교회의 이동이 없었던 일이 아니다"며 영입을 긍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예장개혁 영입에 대해서는 "우리 교단의 결의나 그 정신은 분명히 영입"이라면서 "그러나 영입하기까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맞이하는 과정을 의논하는 일을 해야 하므로 합동위원, 합동문서라고 부른 것"이라고 밝혔다. 은급재단 사태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므로 기다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총회임원회는 "<기독신문>이 발행인인 총회장의 관리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회를 도전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불법 문서를 신문에 광고하는 일을 막았으나 기어코 게재하였다"는 것이다. 총회임원회가 말한 불법 문서란 비대위의 조직과 성명서 광고를 지칭하는 것이며, 이 광고를 게재한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총회임원회는 비대위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 노회장과 상비부장 이름으로 결의문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는 동의했으나, 대다수 노회장들은 "구속력이 없는 모임에서 무슨 이유로 결의하려 하느냐. 이러니까 비대위가 나오는 것 아니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반대가 거세자 사회를 보던 서 총회장은 "안하겠다"며 주기도문으로 황급히 모임을 마쳤다.
그러나 며칠 후 서 총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마치 이날 연석회의에서 노회장단과 상비부장들이 총회임원회의 뜻에 동의한 것처럼 밝혔다. 이에 대해 남수원노회장 박춘근 목사(평택평광교회)는 "총회임원회만 비대위를 불법단체라고 하면 설득력이 약할 것 같아 노회장단과 상비부장의 동의를 얻으려 한 것 같으나 노회장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며 "노회장단이 뜻을 함께 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자현 김진웅, "우린 정치적 희생양"
총회임원회의 비대위 견제에 대해 '비상식적'이며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은 강자현 장로와 김진웅 목사다. 두 사람은 비대위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런 조치를 받았다며, 자신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밝혔다.
강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7월28일 귀국했기 때문에 이름 들어간 것도 모르고,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총회임원회에서 밝혔다. 비대위에 대한 견해를 묻길래 아직은 잘 몰라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선관위에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서 총회장이 목회하는 대성교회 아무개 장로를 부총회장으로 당선시키려고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라며 "하나님을 섬기는 총회가 이런 장난을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김 목사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나는 단독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당선이 확정적이다"며, "총회가 문제가 있다면 임원회에 들어가서 싸워도 되는데 무엇 때문에 선거도 치르기 전에 그런 단체에 가입해서 나서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내가 동평양노회 노회장이라는 사실이 불편했을 것이고, 총회장에게도 존경스럽지 못하게 이런 일(확인서를 받는 일)을 하느냐고 충고했다"라며, 총회임원회가 선관위에 통보한 배경을 유추했다. 자신이 총회임원회의 '정치적 보복'을 받은 이유가 비대위 위원장 길자연 목사(왕성교회)가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동평양노회 소속인 것과 총회장에게 쓴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비대위, "흔들기 멈추고 사태 파악부터 제대로"
비대위 역시 불법 단체 규정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비대위 집행위원장 이경원 목사(혜성교회)는 "우리 교단에는 출판과 언론의 자유도 없느냐"며 "총회임원회의 입맛에 맞으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합법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불법이냐"고 따졌다. 총회임원회를 비대위 흔들기를 중단하고 비대위가 제기한 4대 사태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이름 도용 문제에 대해서 이 집행위원장은 "개별 접촉을 통해 비대위 참석자들을 확보했으며, 개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받지 않았다"며, "일부 인사들이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선거에 나가는 사람으로서 당장 닥칠 위협을 피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회 일각에서는 총회임원회가 총회임원 후보를 대상으로 확인서를 받는 등 조사를 벌인 것은 선관위가 할 일까지 가로챈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총회임원회 내부에서도 최근 정국을 주도하는 서 총회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총회장 황승기 목사(대전남부교회)는 "비대위 조직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지만, 총회가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며, 서 총회장 등 일부 지도부의 무리한 행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2005년 08월 16일 2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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