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앞두고 난무하는 불법·불온 유인물 '위험수위'
안홍철 [조회수 : 2]
해마다 총회를 앞두고 교계에선 총대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속칭 '삐라'라고 불려지는 불법·불온 유인물이 홍수를 이룬다. 이 유인물들은 대부분 교단별로 교단 내적인 일들을 거론하면서 유포되지만 경우에 따라선 교단을 넘어 범교단적으로 살포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본보를 비롯, 총회 산하기관 및 총대들에게 이같은 각종 불법·불온 유인물이 유포됐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87회 총회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보엔 벌써 몇몇 익명의 불법 유인물이 입수됐다.
교회·노회·총회 대상
이들 유인물들은 대부분 익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내용은 개교회의 내부 문제로부터 노회 분규, 총회에 대한 문제 지적 등 다양하며 유인물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부류로 나뉜다. 'ㅇㅇ을 사랑하는 모임' 'ㅇ 사모' 등 보낸 이의 신분을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투서' 수준의 유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실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기관의 부조리함에 대해 '악의적 비난'을 무차별 가하는 불온성 유인물들도 있다. 특별히 개교회 분규나 총회 및 노회 산하 학교나 병원 재단에 대한 문제들, 재판국으로 넘겨진 송사 문제들은 자칫 교회밖 사람들이 보면 '시험에 들'만큼 해괴망측한 내용인 경우가 허다하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난해까지는 주로 우편물에 의한 그야말로 불법·불온 '유인물'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시하는 '전자 삐라'로 바뀌었다는 것.
예를 들면 ㅎ 장로교단의 차기 총회장 후보인 모 목사는 최근 '7계'와 관련된 괴문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문건은 본보 편집국에 우편으로 도착됐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이트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당사자는 이미 사실 여부를 떠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본보 홈페이지 열린 광장에는 지난해 제비뽑기 부결과 관련, '소리'라는 신원 미상의 아이디로 "왜 제비뽑기가 안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총회 총대는 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다 보니 생각하는 것들도 진부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총대부터 연령에 따라 선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늘 그 얼굴들만 총대로 가기 때문에 정치 세력화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대로 모든 것들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며 기득권층의 횡포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엔 '총회 직원'이란 아이디를 가지고 '총회 정치꾼들에게 말해봐요'라는 제목의 글도 게시됐다. 내용인즉 "교단을 보려면 지도자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총회, 노회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치들을 보면 알 만하다. 정말 하도 썩어서 냄새가 지독해 그 근처에만 가도 숨을 쉴 수가 없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단장 선거에 큰 돈을 써야 되는데, 그래서 말려도 말려도 안되니까 오죽하면 그놈의 썩은 짓들을 못하게 하려고 제비뽑기를 하자고 하겠는가. 일반 사회에서도 단돈 몇 백만 원만 불법으로 선거운동자금으로 써도 당선무효와 징벌까지 따르는데. 이렇게 썩었으니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라며 지도자들의 부패상을 다소 거칠게 지적했다.
한편 총회 산하 ㅅ 노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최근 'efd'라는 신원 미상의 아이디를 가진 이가 "기독교는 친일종교이며 민족을 팔아먹는 종교이며 불쌍한 이 땅의 여성들을 욕되게 하는 더러운 종교. 불륜이나 일삼는 목사가 득실대는 종교"라는 내용의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주소도 없이 아무 아이디나 자기 마음대로 개설,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로서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내용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일부는 게시판 운영자가 삭제기준에 따라 삭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회한 후에 삭제되는 경우가 더 많아 '전자 삐라'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러한 불법·불온 유인물들은 익명으로 처리되기 때문인지 내용이 부적절한 경우도 있지만 비판하는 것 또한 정서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
30년 이상 총대로 총회를 섬기고 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한 노 목회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기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입에 담지 못할 용어를 사용하면서 객관성 없는 '마구잡이식 패거리' 문화로는 건전한 토론과 비판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가상 내용을 실제처럼 가장해서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사고노회로 수습 중에 있는 ㅈ 노회에서는 '자신이 ㅈ노회원'이라고 실명을 밝히며 '양심 선언' 형식의 글을 얼마 전 총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그 노회원의 이름은 실체가 없는 유령 인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총회 임원회는 ㅈ노회의 요청에 따라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건전한 토론 방해
다양한 견해와 사상이 혼재하는 가운데 건전한 토론과 타협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일 것이다. 장로교회는 대의 정치로서 민주주의 원칙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아직까지도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건전한 비판과 자기반성을 통해 보편적 사상을 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익명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상당부분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의로운 일이라면 익명이라 할지라도 양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회를 준비하면서 목소리가 크다고 목소리 하나만 믿고 장외에서 소리치는 방식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얼굴을 마주 대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며 건전한 토론과 타협을 이끌어내는 성숙함을 기대해본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입력 : 2002년 07월 27일 00:00:00
안홍철의 다른기사 보기
|
|
0
17852
1191
1100 
'제비뽑기' 논의 다시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