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배너 달기
목회/신학 Home
감리사 이취임식은 없어져야 한다
섬김과 나눔, 그리고 겸손이 목회자의 명예요 심장
연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감리사 이취임식 초청장이 날아오고 있다. 나와는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도 초청장이 전해진다. 기분이 언짢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목회자들 심정도 같으리라. 감리사 이 취임식 하려고 감리사가 된 것이 아니 잖든가?
그런 허례허식에 가까운 행사를 꼭 해야만 하는가? 교회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자처하신 분들이 솔선수범해서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겉치레 종교행사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내가 꼭 배가 아파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주 우리 지방회에서는 감리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제비뽑기로 감리사를 선출했다.
나도 세 사람의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운이 안 따랐는지 하느님 뜻 이었는지 떨어졌다. 그러나 조금도 섭섭한 마음이 없다. 내가 감리사가 되면 감리사 이취임식 안 하려고 했는데 떨어졌으니, 생각대로 된 셈이다.
모름지기 예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목사나 감리사는 섬김의 종이다. 더 낮아지고 낮아져야 한다. 예수님의 섬김의 정신으로 충일한 사람이 감리사가 되어야한다. 감리사가 명예와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그가 얼마나 겸손한 인격과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고 사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감리사는 말석에 앉기를 즐거워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게 된다. 감리사는 감투가 아니다. 감리사라는 고깔모자를 쓰고 스스로 상석에 앉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진정한 명예는 자기를 높이는데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속적인 명예와 탐욕으로 얻어지는 명예는 가장 추하고 너절한 것이다.
감리사 이취임식에 들어가는 돈이 도대체 얼마인가? 적어도 5-6백만은 족히 들어 갈 텐데 전국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돈이 하루 먹고 잔치하는데 들어간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가? 초청장을 받았으니 안 갈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봉투 들고 간다. 감리사 이취임식 초청장 받고 기쁨으로 달려가는 목회자나 평신도가 몇이나 있을까. 축하금이 전해지고 축사니 격려사니 판에 박은 공허한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감리사 자신은 상석에 앉아 손님을 대하고 있으니 그 모양새 우습지 않은가?
성경에 자신을 위해 공적비를 세웠던 사울 왕이 하느님의 책망을 받았다. 감리사 이취임식이 꼭 그렇단 말은 아니지만, 감리사 이취임식이 신임 감리사의 치적(治績)이 될 수도 없고 감리사 이취임식을 안 한다고 해서 감리사 직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지난해 감리교 총회에서 감독회장으로 선출되신 김진호 감독 회장의 일성이 감독회장 취임식을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각 연회 감독들은 이취임을 버젓이 하는 것 이였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는가? 큰집에서는 회갑이고 칠순잔치를 허례허식이라고 안 하겠다고 하는데 작은 집에선 하겠단다. 그 집안이 어떻게 될 것인가. 표현이 혹독한가? 돌을 맞으면 그만이다.
몇 해 전, 내가 존경하는 수원의 K목사께서 지방 감리사가 되셨다. 이 분은 감리사 단체 성지순례 여행에도 불참하셨고, 감리사 취임식은 수원 가까운 공원에 소풍가서 목회자들끼리 삼겹살 구워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얘기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감리사 이 취임식 안하는게 결코 파격(破格)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올해 어느 연회에서는 개별적인 감리사 이취임식은 안하기로 하고 연회 끝나는 날, 새로 선출된 감리사들이 단체로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 했다고 한다. 정말 잘한 일이다. 그래야 한다. 연회 차원에서, 지방회 차원에서 감리사, 감독 이취임식 안하는 캠페인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 불편부당한 종교행사를 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다.
요즘 내게 배달된 감리사 이취임식 초청장을 세어보니 열대여섯 장이 넘는다.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다. 지방 실행위원들이 왜 감리사 이취임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가. 왜 지방 돈을 감리사 이취임식에 허비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당한 관례나 절차는 깨져야 한다. 그런 것을 깨트리는 것이 종교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신약성경에 어느 여인이 자기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을 경배한 사건은, 예수님 말씀대로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한 여인의 아름답고 거룩한 행위가 되었지만, 감리사 이취임식 행사는 그와는 전혀 격이 다른 공허한 행사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영 박사는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 안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다. 물론 축하금도 내지 않는다. 안받고 안주는 원칙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제자의 결혼식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참석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의 유명세도 한몫 했을 터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감리사 이취임식에 축하금 봉투와 화환이 전해지고, 예수님의 고난을 기념하는 고난의 계절에 기름진 뷔페음식으로 흥청망청 잔치하는 폐단은 중단되어야 한다. 잔치는 잃었던 종이 돌아올 때 하는 일이다. 감리사 이취임식을 축하하고 기념해야 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
감리사 이취임식은 없어져야 한다. 초청장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는 체면에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빈말로 축하한다는 말에 자신도 속지 말아야 한다. 초청장을 받더라도 안 가는 것도 용기다. 낮아지자. 더 낮아지자. 그것이 목회자가 살 길이다. 감리사 되신 분들도 군대에서 배운 낮은 포복 자세로 직분을 수행했으면 좋겠다. 이 시대 잃어버린 진정한 존경을 회복하자.
감리사 이취임식을 안하더라도 섬김과 나눔, 그리고 겸손이 목회자의 명예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심장이요, 뜨거운 피다. 진달래가 만개했다. 활짝 핀 꽃잎도 곧 떨어진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허탄한 명예에 붙들려 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 말은 이글을 쓰는 나를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그리스도의 종이요. 물처럼 흘러가야 할 사람들 아닌가.
박 철 목사(지석교회. 시인)
......................................................
박철 목사는 강화 교동이라는 섬에서 7년째 목회하고 있다. “어느 자유인의 고백”이라는 시집 등이 있으며, 현재 오마이뉴스에 “사는 이야기”를 매일 연재 하고 있다. 그의 다른 글이나 사진은 느릿느릿이야기(http://slowslow.org)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
|
0
17852
1191
1122 
감리사로 제비뽑히신 박원재 목사는 어떤분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