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회복과 현 제도 개선은 가장 시급한 과제”
지난 7일-8일 일영 연수원에서 감리교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감리교회의 현재의 문제를 짚어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교역자, 평신도, 신학자, 여성 등을 대표하는 1백5백 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고수철감독의 사회로 주제강연과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김한옥목사는 ‘감리교회, 올무에서 벗어나기’를 주제로 주제강연을 했고 이어 김고광목사(교역자) 김흥수교수(신학자) 연상준부총무(청년) 강남순교수(여성) 조규환장로(사회복지) 류태선총무(타교단) 등 6개 분야의 대표들이 논찬을 했다.
주제강연에 나선 김한옥목사(용두동교회)는 ‘감리교회, 올무에서 벗어나기’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감리교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지적한 후 이것들을 극복해 감리교회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감리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교회가 극복해야 할 ‘오염’이라고 규정했다. 김 목사가 꼽은 오염으로는 △정체성 문제 △지도력 문제 △전문성 문제 등이 있다.
특히 그는 감리교회의 지도력 부재에 대해 “감리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결국 지도자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의 설립목적에 따라 그 조직의 지도자의 역할이나 자격이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똑같은 기준으로 교회에 적용하고 평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 안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는 불합리한 자리매기에서 비롯된다. 즉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비전문가가 앉아 있는 경우다. 오늘날 사회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것에 비해, 교회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잘 안되어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한옥 목사는 감리교 선교에 있어 교회 성장을 확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성장이 멈추었다는 현재의 위기의식은 이방세계선교, 교회기능 회복, 복지사업, 성령역사 등으로 선교의 분야를 다양화하고 확대하므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개 교회는 특수 분야에 대한 전문화와 집중화 작업에 의한 특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교육문제에 대해 3가지 관점에서 접근한 김 목사는 먼저 신학교육에 대해 “성적순에 의해 선정된 학생에게 수동적으로 실시되는 교육이라는 모순을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교회를 위한 신학이 아니고 신학을 위한 신학인 경우는 존재의 의미가 약해진다. 신학교육의 목적은 목회자로 하여금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교회교육은 가정과 교회에서 동시에 행해지도록 해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될 곳으로 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도록 하며, 특히 목회자 교육에 있어 “목회자의 고유영역인 예배 연출을 위해 예배신학에 대한 철저하고 심도 있는 교육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한민족적인 예배 형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감리회 기구 및 조직의 문제로 김 목사는 “지금의 다단계 의회제도, 감독제도 등은 비효율적이며 지도자 양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으로 그는 3의회제도(당회-지방회-총회), 전임 감독제 등을 주장하면서 “이런 변혁을 통해 감리교회는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칼 지도력과 관련, 김 목사는 “감리교회의 강점은 신학의 다양성과 실천적 신앙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감리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매우 낙후돼 있다. 따라서 신학자와 목회자, 젊은이를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끝으로 세상으로부터 판단하고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할 교회는 지금의 세상보다 뒤쳐진 현실의 상황을 직시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므로 하나님의 진리 앞에 용기를 가지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주제강연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첫 번째 논찬자로 나선 김고광목사(수표교교회)는 “감리교회는 정체성 회복을 위해 웨슬리의 신앙, 신학과 목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신학교육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신학교는 단순히 시대의 신학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로서의 인격형성과 지도자로서의 자기훈련이 기본적으로 교육되는 곳이어야 하고, 이로써 교회와 시대가 필요하고 요청하는 지도자를 양성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목사는 감리교회가 시급하게 개선할 제도들을 언급하면서 △최저생계비 지급제도 확립 △부담금제도 개선 △은급비 운영 개선 △목회자 연급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김고광 목사는 특히 감리교회의 감독제도와 선거제도 개혁의 시급성을 강도있게 주장했다. 김 목사는 “감독제도란 감독이 교구 안의 성직자들의 인사권을 가져야 하고, 성직자들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감리교회 감독제도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감리교회의 문제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독선거 제도 개선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8개 연회 건의안을 통과한 제비뽑기 안을 소개했다.
두 번째 논찬자인 김흥수교수(목원대학교)는 교회사가의 입장에서 감리교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했다. 김 교수는 한국 역사속에의 한국 교회 갱신 운동을 설명하면서 “해방 후 교회는 활발한 갱신 운동을 전개했다. 실제로 교회를 훼손시킨 것은 일제였으나, 일제의 신사참배나 ‘종교단체법 제정’과 같은 일제의 종교간섭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교회의 현실을 반성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감리교회 발전을 제언한 김 교수는 사회봉사와 문화선교 차원에서 접근했다. 김 교수는 “감리교회는 의료나 교육사업을 통한 사회봉사와 애국 항일운동과 같은 자랑스런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935년 이후의 일제치하시 국가의 종교간섭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리교회는 일찍부터 우리나라의 종교와 전통 등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논의는 교회 안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면서 “21세기 감리교회는 전통과 동양사상 및 국가적 지역적 문화과제와 씨름해 주체성을 지닌 한국 감리교회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상준 부총무(청년회 전국연합회)는 청년의 관점에서 감리교회의 거듭나기에 관해 발표했다. 연 부총무는 “모이고 흩어졌던 초대 교회의 모습에서 현대 교회는 모이는 교회로만 전락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전제한 뒤 “목회자 리더십에만 의존해 좌지우지되는 교회보다는 평신도와 함께 가는 교회가 되야 한다. 또한 젊은 목회자를 키워내지 못한다면 교회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상준 부총무는 교회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숙을 이루지 못해 여러 문제들을 야기했다면서 “감리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300만 전도운동도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의 각성을 통한 질적 성숙을 담보해야 한며, 그런 의미에서 300만 전도운동은 교회 이미지 개선운동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리교회 교육 문제와 관련 그는 교회는 ‘예수의 이름’을 알리는 데만 급급해 ‘정신’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결과로 연 부총무는 “청년들이 점점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따라서 청년들이 삶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해석해줄 수 있는 교회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강남순교수(감신대)는 여성의 관점에서 감리교회 발전을 위한 제언을 했다. 특히 그녀는 여성비하의 언사, 신학적 차별, 제도적 차별, 사회경제적 차별 등 중층적 차별의 구조를 지닌 지금의 성차별적 역사과 구조를 설명한 뒤 감리교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 감리교회는 발전을 위한 근원적인 토대로 양성평등화가 실현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객관적 차원에서 성차별적 제도의 변혁와 양성평등적 제도의 수용을 제시했다. 강남순 교수는 “기존의 모든 개념을 여성의 관점으로 재정의하고 이것을 가지고 장정과 같이 눈에 보이는 제도를 수정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객관적 변혁과 함께 주관적 차원의 변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신학교육과 목회자 교육, 교회 교육은 양성 평등적 교육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개방성과 개혁성이라고 정의하면서 “한국 감리교회의 진정한 성숙과 발전은 여성과 남성의 다차원적인 평등이 실현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조규환장로(은평교회)는 감리교회와 사회복지를 주제로 논찬발제를 하면서 초기의 감리교회는 선교사들로부터 한국 사회복지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나 현재 감리교회는 한국의 타 교파와 타 종교에 비해 뒤쳐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조 장로는 북한선교를 이야기하면서 선교보다 우선해서 사회복지 등의 구호활동이 함께 시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감리교 사회사업의 방향으로 교회가 사회사업에 직접 뛰어들어야 할 것을 주장하면서 조 장로는 “모든 사회복지 시설의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서 사회복지와 사회선교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함께 병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류태선목사(예장총회 사회부 총무)가 타 교단이 바라본 한국교회의 위기와 감리교회에 대한 기대를 주제로 논찬했다. 류 목사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위기의식을 △경건과 영성의 약화 △자기조절 능력의 상실 △도덕적 불감증 △시대변화에 대한 둔감한 반응 △문화적 단절과 고립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라고 분석하고 “먼저 한국교회 사이에 이런 위기의식들이 공유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회에 대한 기대로 류 목사는 “감리교회는 뜨거운 영성과 경건의 전통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사회봉사의 전통을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류 목사는 “감리교회는 기존의 문화신학에 강한 특성을 살려 문화를 선도하며 새로운 교회일치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유경 기자
kang@gamly.com
입력 : 2003년 07월 10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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