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판을 뒤집어엎어라"
'한국 감리교회 현실과 미래' 포럼…감신·목원·협성 학벌 다툼이 현 사태 불러
데스크 승인 2012.05.07 20:47:59
성낙희 (sung8122)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5월 4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감리교회 현실과 미래'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는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감리교 사태에 대한 대책을 의논했다. 왼쪽부터 김득중, 이덕주, 이희학, 서영석 교수. ⓒ뉴스앤조이 성낙희
"감리교 사태는 돈과 권력, 탐욕에 사로잡힌 교단 지도자들 책임이다."
감리교 서울연회가 5월 4일 서울정동교회에서 '한국 감리교회 현실과 미래'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감리교 목사들과 교인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도회와 발제, 논찬 등으로 이뤄졌다. 김득중 전 감신대 총장과 이덕주 감신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사회를 맡은 정남규 장로는 "포럼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했다. 정 장로는 "감독회장 직무대행 임기가 끝난 상황에서 이번 포럼을 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 이덕주 교수는 발제에서 감리교 사태를 "수치와 모욕의 '바벨론 포로기 4년'"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이덕주 교수는 '판을 뒤집어엎어라'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감리교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 4년이 감독회장 선출 문제로 야기된 교단의 절망과 수치라고 했다. 타 교단 장로가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것에 대해 "왜 감리교회가 장로교 신도에게 관리를 받아야 하느냐. 모두 돈과 권력, 탐욕에 사로잡힌 지도자들의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60년대 감리교 정치 세력들이 교단을 장악하기 위해 만들었던 '서클'을 전례로 들었다. 당시 유형기 감독과 김광우 목사 등이 계파를 만들고 세력 다툼을 하며 '자기 사람 심기', '자기 사람 키우기', '줄 세우기' 경쟁이 심화됐다고 했다. 그 때문에 돈과 권력의 거래가 이뤄졌고 결국 교회의 세속화를 촉진했다고 말했다.
1979년 이후 제도 개편으로 기존의 계파는 해체됐지만 다시 감신대·목원대·협성대를 배경으로 학연 중심의 정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덕주 교수는 이후 지방회와 연회, 총회를 가리지 않고 '자기 동문 심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 역시 정치 세력 다툼이란 점에서 현재 감리교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9월 총회에서 '감독회장 후보 자격 문제'로 감리교 사태가 촉발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법원이 교단 문제를 판결하고 법정 대리인을 파견해 관리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수치와 모욕의 '바벨론 포로기 4년'"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 원인을 '교단 지도자들의 권위 부재'라고 분석했다. 감독회장 후보로 나온 인사들의 권위와 지도력이 보편적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문제의 출발이라고 했다. 이어 세상에서 권위를 찾으려 하지 말고 하늘에서 오는 본질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득중 목사는 감리교 사태의 원인이 감리교 신앙 전통의 장점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교파의 신앙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김득중 목사(감신대 전 총장)는 '감리교회 정체성 회복을 위한 성서신학적 접근'이란 주제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김 목사는 이덕주 교수와는 다른 관점에서 성서신학적으로 사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았다.
김 목사는 먼저 감리교의 정체성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감리교 신앙 전통의 장점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교파의 신앙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 근거로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했던 마틴 루터가 칭의 사상에 집착하고 '행함'을 경시했는데, 루터의 사상이 개신교 신학 정통으로 강조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김 목사는 존 웨슬리가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며 지금까지 감리교회는 웨슬리처럼 거듭남과 성화를 추구하는 일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태복음 5장 6절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감리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서영석 협성대 교수와 이희학 목원대 교수가 논찬에 참여했다. 서 교수는 이덕주 교수의 발제에 대해 감리교의 현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평했다. 또 감리교 역사 가운데 나타난 감독 선거의 문제와 잘못된 정치 구도를 언급하며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희학 교수는 김득중 교수의 발제에 대해 신약학자답게 루터 신학의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며 편향된 신약 성서관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성화와 선행을 위해 감리교인들의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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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선거풍토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 되길 소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