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리교회 제도 과연 웨슬리적인가?
올해는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의 탄생 3백주년이자 회심 256주년이다.
특별히 의미있는 웨슬리 회심주간을 맞아 4주 동안에 걸쳐서 존 웨슬리 사상에 비추어본 오늘 한국감리교회의 정체성을 되짚어 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첫째 주 ‘감리교 신앙고백의 정체성’은 김진두목사(영등포중앙교회)가, 두 번째주는 ‘감리교 경건생활’에 대해서 이후정교수(감신대)가, 셋째주는 ‘감리교 예배와 성만찬’에 대해서 다시 김진두목사가, 마지막주는 ‘감리교 제도’에 대해서 조수현목사(논산 은성교회)가 각각 기고를 하게 된다.<편집자 주>
감리교회의 감독은 모든 감리교인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감리교회의 감독이라면 모든 사심을 버리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며,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바치고, 하나님의 일을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는 우리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가 태어난 지 3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한국감리교회의 제도가 웨슬리적인가 하는 문제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우선 감리교를 가장 특징짓는 감독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어서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감독 선거제도에 대해서 알아본 다음, 목회자 부문과 평신도 부문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감독제도와 의회제도
감리교를 가장 특징짓는 것은 감독제도이다. 그런데 이 감독제도는 감리교의 발상지인 영국의 감리교회에서는 채택하고 있지 않는 제도이다. 한국감리교회의 감독제도는 미국감리교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영국감리교회는 장로교회의 총회장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역사적 전통이 있다. 웨슬리는 자신의 사후를 대비하여 플렛처 목사를 자신의 후계자로 세웠다. 그러나 플렛처는 웨슬리보다 먼저 죽었다. 웨슬리는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자 법적 100인위원회(Legal Hundred)를 만들어 자신이 죽고 난 다음의 감리교회를 책임지도록 했다. 감리교회의 대표도 이 위원회에서 뽑도록 했다. 법적 100인위원회의 의장이 감리교회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에서 영국감리교회는 장로교의 총회장제도와 비슷한 제도로 가게 되었다.
한편, 미국감리교회는 독립전쟁을 겪으면서 영국감리교회와 결별을 고하고 분리 독립하게 되었다. 웨슬리는 미국의 독립전쟁을 비판하였다. 이것은 미국인과 미국의 감리교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 1784년 웨슬리는 토머스 코크를 미국감리교회에 파송하였다. 그러나 미국감리교회에서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한 애즈베리를 감독으로 선출하였다. 이로써 미국감리교회는 감독제도로 가게 되었다. 이때가 성탄절기간이었으므로 이 연회를 성탄절 연회(Christmas Conference)라고 부른다.
성탄절 연회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감리교를 대표하는 감독을 웨슬리의 지명(위로부터)이 아니라 연회원들의 선거로(아래로부터) 뽑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회제도가 정착했다는 것이다. 법적 100인위원회도 의회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위원회의 1백명은 모두 웨슬리가 지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의회제도가 꼭 성탄절 연회에서 기인한 것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리교에는 두 가지 전통이 흐른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위로부터’의 전통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전통이다. ‘위로부터’의 전통은 웨슬리의 카리스마에 기인한다. 웨슬리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감리교에서 웨슬리의 말은 곧 법으로 통할 정도였다.
당시 여성설교자들이 남성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웨슬리가 허락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이러한 카리스마의 전통이 감독제도를 가능하게 하였다. 감리교의 감독제도를 영국성공회에서 찾는 사람도 있지만, 감리교의 정체성 문제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웨슬리의 카리스마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보겠다. 그런데 웨슬리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1644년 6월 25일 제1회 연회를 소집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목회자와 평신도 대표들을 모아서 감리교의 정체성과 교리, 행정, 목회자의 생활조건, 사회봉사센터 운영, 킹스우드학교 운영 등 모든 감리교의 일들을 결정하였다. 이것이 ‘아래로부터’의 전통이요, 의회제도의 시발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감리교회의 감독제도와 의회제도는 감리교의 태동과 함께 웨슬리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선거제도
요즘 감리교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감독의 제비뽑기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제비뽑기는 감리교뿐만 아니라 다른 교단에서도 논의되고 있고 일부 교단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감독을 제비뽑기로 선출하자는 것은 감독선거에서 나타나는 금권타락선거와 향응,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 따위의 부정적인 면 때문에 제기된 일종의 자구책인 것이다. 실로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제비뽑기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구약의 제사장들은 에봇(일종의 가슴받이)에 우림과 둠밈(일종의 주사위와 비슷한 것)을 넣고 손에 잡히는 것을 꺼내어 그것으로 하나님의 뜻을 헤아렸다. 하지만 지금이 구약시대도 아닌데 우리 감리교회를 대표하는 수장을 제비뽑기로 결정한다는 게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금권타락선거를 마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는 제비뽑기에 대한 찬반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반성해야 한다고 보겠다.
웨슬리는 매우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고, 수입도 많았다. 그러나 웨슬리는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카리스마와 돈을 써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가 존경을 받는 것이고, 거대한 감리교단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감리교회의 감독은 모든 감리교인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감리교회의 감독이라면 모든 사심을 버리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며,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바치고, 하나님의 일을 위해 분골쇄신,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감독직에는 권력이 따르고 이익이 생긴다. 이런 것 때문에 감독을 서로 하려는 것이고 여기에 결합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우리의 반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감독에게 한 푼의 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하며 그 권력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하는 것은 어떨까?
목회자 부문
감리교의 계급은 군대 계급보다 더 많다는 말이 있다. 준회원의 계급도 계급이지만, 정회원의 계급은 장정에 없는 것인데도 실행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불법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고쳐지지 않는다. 이것은 기득권 세력의 요지부동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감리교에 계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웨슬리는 감리교에 설교자들을 세웠는데, 맨 위 계급이 협동목사(assistant), 그 다음이 보조목사(helper), 맨 아래가 지역설교자(local preacher)이다. 지역설교자는 한 지방 안에서만 설교할 수 있는데, 평신도 중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그 체험을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웠다.
지역설교자가 다른 지방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전할 만하면 보조목사로 세우고, 보조목사 중에서 웨슬리를 도울 만하면 협동목사로 세웠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순회교구제도(circuit riders)를 도입하여 1-2년마다 다른 순회교구로 자리를 옮겨 목회지를 바꾸도록 하였다. 이런 제도를 운영하려면 목회자의 생활조건이 같아야 한다. 그래서 연회 때마다 목회자의 생활조건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한국감리교회는 계급은 많이 늘려놓고, 순회교구제도는 없으며, 목회자의 생활조건은 교단에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완전히 비웨슬리적이다.
평신도 부문
본래 감리교에는 평신도의 신급이 없었다. 다만 기능별로 부르는 호칭이 있었다. 속회를 이끄는 사람은 속장, 교회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반사, 교회재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유사, 교회의 재산과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탁사 등이다.
감리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부흥하게 되어 목회자가 모자랄 때 평신도 중에서 예배를 인도할 만한 사람을 권사로 세웠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말에 일본의 식민통치자들이 기독교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하여 모든 교단을 통합하면서 장로교의 장로와 집사 호칭이 감리교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해방이 된 후에도 이 호칭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일제강점기에 일제 식민통치자들에게 협력하여 교권을 잡은 사람들이 해방 후에도 계속해서 교권을 잡았고, 일제에 항거한 이들이 교회에서 쫓겨난 다음 해방 후에도 교권에서 밀려난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본래 감리교에서 장로와 집사는 목사의 신급이었다. 이것은 미국감리교회에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웨슬리는 성만찬을 집례할 목사가 부족하게 되자 원칙적으로 (성공회)감독만이 할 수 있는 목사안수를 자기가 (성공회)‘장로’임을 내세워 목사안수를 한 적이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어쩐지 우리나라의 감리교회는 웨슬리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끝>
조수현 목사
(논산 은성교회)
입력 : 2003년 06월 12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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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선거제도 이대로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