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거제도 이대로 안된다
이현덕 목사 (금호교회)
금년 입법회의의 최대쟁점은 감독선거제도 개선에 있다. 그동안 직접선거에 익숙해져 온 많은 연회원들이 지난 연회 기간동안 각 연회에 제출된 제비뽑기 선거방식에 대하여 비록 미흡하다는 생각들을 하면서도 건의안으로 선택한 것은 지금의 감독선거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생각해 보라. 성직은 한 사회 최고의 도덕적 표준이 아닌가?
일반인들은 먹고 사느라 어쩔 수 없이 죄를 저질러도 성직자만은 그 고매한 성품을 간직했으면 하는 것이 시정의 인심이 아닌가? 그 이유는 인간이 연약하기에 때로 할짓 못할짓 하며 살지만 그 깊은 속에는 칸트가 말한 양심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며 지순한 삶, 숭고한 삶, 우러를 만한 삶을 지향하라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도적에게 물어보라. 계속 도적질하며 살겠다고 대답할지. 아니다. 이번 한번만 크게 해먹고 손씻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게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또 끝날 수도 없어서 그렇지 도적의 내면에도 인간 공통의 지고한 삶에 대한 열망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도적이 그러하거늘 하물며 성직자이랴. 성직을 성직답지 못하게 하는 선거관행, 너 나 모두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그 고통이 얼마나 극심해 왔는가? 그런 점에서 현행의 제도로써는 모든 감리교 회원이 피해자이다. 감독에 낙방한 회원, 감독이 된 회원, 그 과정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모든 유권자들, 그리고 우리 신앙고백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을 지켜 보는 감리교 회원들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 피해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전 국민으로 확대된다. 그렇지 않는가? 가장 고상해야 할 성직자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니 그보다 더 심한 방식으로 선거의 경합을 벌린다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모두가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직을 성직답지 못하게 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하여 손뼉치고 기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나의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최근 논란되는 것이 감독직의 기능이다. 감독직이 성직이냐 행정직이냐, 현직을 떠났어도 계속 감독인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구차한 일이다. 한국 감리교 백20년 역사에 감독직이 성직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한적이 있는가? 왜 지금 이런 논란이 제기된 것이냐? 감독의 직위가 이미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 아닌가?
손상되지 않은 감독직! 그 직책을 수행하면서 그 직책에 걸맞게 한 교단 또는 연회의 최고 수장으로서 그 할 본분을 다했다면 그 임기 끝난 후에 감독으로 불리운다 하여 무엇이 그리 크게 잘못일까? 오히려 즐거히 모든 회원이 그 업적을 소중히 여겨 임기 후에도 감독이라 칭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불리움을 감당하기 위하여 더욱 그리스도의 종다워지려는 노력이 따를 것이고, 그래야 성직이 높아지고 후학들은 본을 받게 될 것이고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이같은 열망이 숨쉬고 있다. 금년에 입법회원들은 우리 스스로를 더 이상 실추시키려 하지 않으려는 감리교 회원들의 기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제비뽑기냐 직접선거냐 그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정당한가를 논하기 이전에, 이렇게 하면 어쩔 수 없이 선거에 돈이 안들게 되고 성직자가 스스로의 품위를 훼손하지 않고도 감리회의 수장으로 감리교회를 당당한 교단으로 세워 보겠다는 경륜을 펼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감리회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사이다. 과거 감리교회는 장로교회와 더불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특색있는 교단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의 숫자나, 교회의 리더십에 있어서나 장로교에 훨씬 뒤쳐지고 말았다.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정신차려야 하지 않나? 그 첫단추가 감독선거제도의 바로잡음이다.
그 새로운 출발을 여는 팡파르가 함차게 울려 감리교회의 새날이 열리기를 우리 모두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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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년 06월 12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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