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교수, 교회재산은 '총유' 대신 '공유'
교회를 문중으로 보는 대법원 판례 비판…분쟁은 양보해야 해결 가능
주재일(jeree) baram@newsnjoy.co.kr [조회수 : 208]
교회가 자정 능력을 잃고 내부 분쟁을 사회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법도 교회 문제를 명쾌하게 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교회 분쟁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없는지 사법 개혁과 교회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고려대 김일수 교수(58·법학·기윤실 공동대표)를 지난 7월27일 고려대 신법학관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 고려대 법대 김일수 교수(기윤실 공동대표)는 교회 재산은 교인 '총유'의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바뀌어야 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김 교수는 교회 재산을 교인 '총유'의 것으로 보는 판례는 '공유'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은 쉽게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총유'와 '공유' 개념은 교회 분쟁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다.
총유는 재산의 관리·처분의 권능이 모임 자체에 속하고, 구성원들은 그 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한만 가진다. 이렇게 재산이 모임의 총유에 속하는 곳은 문중을 비롯해 동창회, 학회, 그리고 교회다. 그래서 교회는 분쟁이 생겨 더는 함께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더라도 처분해 지분을 나눠 헤어지지도 못하고 함께 교회 건물을 사용하려다보니 싸움이 장기화되고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것이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공유 개념은 건물의 소유권이 여러 사람에게 지분으로 나누어져 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 각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분할하여 단독 소유로도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교회가 문중처럼 혈연 모임이 아니라 사회적 계약에 의해 모임 모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재산을 분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유 개념이 도입되면 교회 분쟁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또 그는 교회 분쟁을 사회법으로 끌고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산상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그리스도처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기독교인다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손해보려는 마음보다는 '사탄'으로부터 하나님의 것을 지킨다는 삐뚤어진 신앙이 더 커 교회 분쟁이 '피'를 볼 때까지 이어지는 게 교계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노회나 총회의 '스캔들'을 보노라면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꼭 그런 단체를 유지해야 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회성을 상실한 지도자들이 교회와 총회에 발을 못붙이도록 이제는 평신도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일수 교수와 나눈 인터뷰 요약문이다.
교회 다툼은 교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교회법과 사회법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정교분리 정신에 따라 서로 상관없이 존재하는가. 종교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차원으로서 사회법이 역할을 할 수 있나.
▲ 김일수 교수는 사회법정에 가지 전에 교회 내부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보가 필수라도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교회법과 사회법을 이원론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다. 사회법도 하나님이 사회 질서를 위해 인간에게 베푼 일반 은총의 일부다. 교회 안에서 바른 기준을 찾는 것과 사회법을 존중하는 것은 모순되는 게 아니다. 교회에서는 기름이다가 밖에 나가면 물이 될 수 없지 않은가.
나아가 교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이 사회보다 더 정의롭고 신뢰할만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는 세상을 이끄는 진리의 기준이어야 한다. 정의와 질서 차원을 넘어 도덕적인 면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부름을 받았다.
그래서 교회 문제는 교회 안에서 해결하는 게 옳다. 교회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서 사회 법정에서 피나는 싸움을 하는 것은 하나님께 덕이 안된다. 억울하더라도 먼저 교회에서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 분쟁은 결국 재산 싸움으로 비화되는데, 사법부는 소유권 소송에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총유'가 교회 재산의 소유주라는 판례 때문에 법정 시비가 끝나도 교인들은 서로 예배당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계속된다.
교회 재산권 다툼에 대해 대법원은 교회 재산은 교인 '총유'의 것이라는 판례를 고수하고 있다. 교인들끼리 알아서 재산을 나누기로 합의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쪽이라도 재산 분할을 반대하면, 교회 재산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게 세상법이다. 더는 함께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간 사람들이 교회를 팔아 헤어질 수도 없으니 피 터지는 싸움이 계속되는 것이다. 세상법이 재산을 적절하게 분할해준다면 좋겠지만, 지금의 세상법은 그렇게 하지 않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끝까지 가도록 방치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김일수 교수는 교회가 기독교NGO의 외침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세상법이 한계가 있다고 피나게 싸우는 게 옳은 것인가. 양보하고 스스로 손해보더라도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는 게 덕스러운 일 아닌가.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사회법의 이러한 취약점을 아는 이들은 공동체를 깨는데 사회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린도교회의 분쟁을 보고 화해를 권면한 사도 바울의 말에 기울여보라. 우리가 약점과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연약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상대방 뿐 아니라 내 잘못도 인정할 수 있다면, 세상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독교인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분쟁 중인 양측 교인들에게 관용하라는 충고는 들리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교회 문제 상담해보면, 평소에는 관용을 베푸는 사람도 교회 분쟁에 관해서는 근본주의자로 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기 생각은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방은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식이다. 사탄에게 양보를 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싸운다. 이러한 논리를 함부로 쓰니까 분쟁이 꼬이고 해결도 어려워진다.
합리적 근거 없이 견해가 다른 사람을 사탄이라고 정죄하고 바리새적인 독선을 고집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관용과 상식, 사회성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의 종교성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사회성에는 확실히 문제 있다. 최소한 남을 정죄하려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성이 없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염치'가 없다는 뜻으로 봐도 되나.
공공성, 사회정의,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사회성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사회성을 갖고 있는 종교인이다. 제사장이나 레위인은 종교성이 좋지만 사회성은 없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남과 더불어 살려고 일관되게 노력했다. 우리의 삶은 그분이 가신 길에 비춰봐야 한다. 그분이 하셨던 대로 하자.
▲ 사회성 없는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김일수 교수는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평신도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교회가 사회성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된 개인의 모임으로 전락하거나 영혼의 안식만을 취하는 조직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사회를 변혁하고 이끌어가야할 역사적 임무를 자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강영안 김동호 김일수),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득훈 백종국 오세택),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와 같은 단체들이 교회를 향해 외치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선 목사들은 강단에서는 거룩한 목회자이면서도 당회나 노회 등 조직에만 나가면 깡패처럼 변한다.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홀로 있을 때나 더불어 있을 때 일관된 삶의 원칙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교단에서 자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교계에 많은 언론들이 있지만, 모든 언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활동하는지는 의문이다. 어떤 언론은 정도를 일탈해서 문제가 많은 목회자들과 결탁하고, 비리를 저지른 쪽에 금품을 요구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교계를 감시해야할 사명을 받은 언론이라면 먼저 도덕적으로 엄격하게 훈련해야 하고, 정말 양심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법원의 판례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회가 이미 함께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면, 싸움을 종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법원 판결도 '총유' 개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교회를 문중과 같이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문중은 맘에 안든다고 탈퇴할 수 있는 그런 모임이 아니다. 혈연적인 모임이다. 문중의 유산이나 유물도 내부 다툼 때문에 양쪽에 갈라주거나 팔아서 분배할 수 없다.
물론 교회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고 자매며, 혈육이나 문중보다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사회적 조직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금 대법원의 판례는 교회에 분쟁이 발생하면 끝장을 보는 싸움을 유발하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교회 재산을 '공유'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함께 있는 것보다 서로 헤어지는 게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공유'한 지분을 분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또 대법원 판례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은 없는가.
그동안 크리스천 대법관이 여러 명이었고 지금도 크리스천이 대법원에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총유' 개념과 같은) 판례가 아직도 안 바뀌는 것은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적다는 말이 아니다. 총유 개념이나 사형제 폐지 등 기독교적 응답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기독교적 가치를 자기 영역에서 고민하는, 그런 법률가가 '소수'라는 말이다. 교회의 현실을 잘 알고, 신앙의 가치를 사회법에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법률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모이고 토론을 벌여야 한다. 우리 기독 법률가들의 큰 과제다.
최근 광성교회 분쟁과 관련, 동부지검은 재산권 분할이 분쟁의 해결점이라는 판단에 따라 교회 재산권을 나눠 가지라는 취지의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판례에 어긋나고 검사의 고유한 권한도 아닌데, 어떻게 보는가.
좋은 법률가는 분쟁을 바르게 판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종식시킨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일을 선도하는 사람이다. 법률가로서 누가 잘못했는지 법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자기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지만, 동부지검의 검사는 교회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특히 교회 분쟁은 어떤 법률가도 뛰어 들기 어려워하는데, 달려들어 해결을 시도한 것은 좋은 모범이다.
그렇지만 사법부가 종교 내부 문제에 개입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10월 서울 지방법원은 예장통합 총회장 당선무효소송에서 교회법을 무시한 채 선거가 치러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소송을 기각하는 판례를 남겼다.
교회의 정치적 문제에 관한 시비는 평신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캔들이다. 낯 뜨거운 일을 행하면서 당회, 노회, 총회 조직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있는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개교회가 신앙적으로 변질되었을 때 노회나 총회가 지켜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총회나 노회가 정치 세력의 싸움판이 되고, 선거제도도 세상에서도 부끄러운 부패와 타락상이 나타난다면, 그런 조직이 정당성을 갖기는 어렵다. 각성하는 차원에서 제비뽑기를 도입하는 교단도 있다. 그럼에도 세간에 알려진 몇몇 교회의 사건은 일종의 신앙적 원리에 근거한 리더십이 아니라 권모술수와 패거리를 통해 교회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교회 내부의 여러 문제로 싸우는 교회가 많다. 기독 법률가로서 한마디 부탁한다.
▲ "교회는 꿈과 낭만을 상실했다." 김일수 교수는 대의를 위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멋이 없는 교회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십자가의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에 해결의 길이 있다. 그리스도를 100분의 1이라도 따르려했다면 광성교회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길을 떠나 조직이라는 껍데기만 남았다. 십자가의 도에서 많이 멀어졌다. 얼마나 물질주의적이고 세속적이 됐는가.
게다가 우리는 꿈과 낭만을 상실했다. 용기도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포기하면 하나님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놀라운 신선함을 허락할텐데. 지하철 남루한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문안하고 호주머니를 털어 적은 돈이라도 쥐어 줬을 때 얻는 풍요로움을 상상해보라. 그냥 지나쳤을 때 찜찜한 마음과 비교할 수 있나. 한국 교회는 자꾸 찜찜한 일만 선택하고 있다. 그런 켕기는 마음을 중화시키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상대방을 사탄이라고 하고, 원수로 증오하게 만든다. 평신도들도 이제 시키는 대로 하고 말하는 대로 들었던 과거를 각성할 때가 됐다.
2005년 08월 02일 17: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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