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7년 4월 어느날 새벽기도회 시간에 받은 은혜를 결단코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8개월 전 흰돌선교회의 비전확립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아래 나 자신을 포함한 30여명의 핵심 회원들이 기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기간이었습니다.
한인1.5세 선교라는 선포만 있었던 그 막연한 사역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또한 선포해야 했던 중대했던 시기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던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신중했어야 했으며 기도와 말씀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어쩌면 일년에 한번 치루는 REBORN 청소년 전도집회를 준비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저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담은 단순한 스트레스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5년이라는 사역 기간 동안 겪어 왔던 가장 심각한 딜레마가 무엇인지 아세요? 그것은 바로 영적 공허함으로 부터 오는 허무감 이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소명에 대한 불투명으로까지 이어지는데, 그 때에는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심한 절망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기도와 말씀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해답은 알고 있지만 처절한 감정의 현실속에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는 낭떨어지 벼랑끝까지 굴러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영적 공황상태는 마치 로뎀나무 밑에서 죽기를 소원했던 엘리야의 탈진상태와 다름 없었습니다.
저는 공허함이란 큰 일을 성취하고 난 후에나 닦아오는 불청객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으로 인하여 공허함은 극심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낄 때에도 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흰돌선교회 비전 선포의 날을 하루 앞둔 새벽기도시간에는 영적인 부담감과 책임감에 따른 공허함 때문에 그날 선포되었던 서인애 목사님의 그 은혜로운 말씀도 제 귀에는 도무지 들리지 않았습니다.
뿐 만 아니라 말씀이 끝나고 다 같이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에도 여전히 허무함과 공허함이 엄동설한과 같이 내 가슴 전체를 엄습해 와서 냉냉하게 굳어 버린 나머지 도저히 입을 벌려 기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공허함의 늪속에 빠저 들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중요한 싯점에서 힘을 잃고 고개를 떨군채 기도하지 못하고 번아웃 되어 주저 앉아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군! 리더라는 사람이 기진하여 기도를 못한다는게 말이나 되!’ 하며 비웃는 것만 같았어요.
내일이 바로 핵심 멤버들 30여명이 기다려왔던 날이며 나 자신이 호언장담했던 바로 그 날인데 영적인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어찌나 초조했던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영적 공황상태를 몇사람의 멤버들이 캐취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 중 헤더급 되는 몇 명이 멤버들이 저의 곁으로 닦아와서 자신들의 손을 내 등에 혹은 어깨에 얹고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나의 영적인 무기력함과 공허함을 채워주려는 듯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중보기도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감동도 위로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내 영적인 공황상태가 멤버들에게 노출되어 저의 연약함이 들어난 것 같아서 부끄럽기만 더할 뿐 이었지요. 그러한 고뇌속에 몸부림 치던 그 순간 예수님에 대한 환상을 보았습니다. 그 환상은 적들이 빗발치듯 쏘아대는 화살이 예수님의 등에 모두 꽂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수 많은 화살을 맞으시면서도 피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적들의 화살 공격이 모두 끝나기까지 모든 공격을 다 받으시며 고통중에도 움크리고 계셨던 것이죠. 나는 그 환상을 통하여 큰 깨닭음을 얻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날 밤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이 핏방울 같이 되시도록 기도하신 이유와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여,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절규하시던 십자가의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상을 보는 가운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내 영혼의 시야는 예수님과 그 화살에 집중이 되었는데 내 육신의 귀는 동일한 예배당 한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기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 기도소리는 바로 내 육신의 아버지 박광재목사님의 기도였습니다.
한국에서 세미나 인도 차 미국에 입국하신지 며칠도 되지 않으신 관계로 시차등으로 인하여 심히 피곤하실 터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이른 새벽에 나오셔서 자신의 아들과 흰돌선교사역을 위하여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는 그 기도를 들으며 나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습니다. 아들의 이 어렵고 힘든 사역이 바로 아버지의 사역이었던 것이며, 아들의 아픔이 곧 당신의 아픔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기도는 나의 공허한 마음을 향해 ‘사랑하는 아들아. 나도 30여년을 목회하는 동안 다 겪어 봤기 때문에 너의 고통을 다 안다!’ 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간절하고도 애절한 아버지의 그 우렁찬 기도소리는 나의 귓가에는 소근거리는 위로의 소리로 들려졌습니다.
이와같은 깨닮음 가운데 지금도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위하여 중보기도해 주시는 예수님과 우리의 연약함을 도와 주시기 위하여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간구하심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롬8:26)
제가 힘을 잃고 깊은 수렁에 빠져서 헤메이던 그 순간 육신의 아버지의 기도와 사랑을 통하여 나의 영혼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것입니다. 내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로 인하여 지금도 나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격려 해주시는 성삼위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계속 보여지는 환상중에 화살을 맞으며 움크리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등에 화살이 꽂힌채 성난 황소처럼 일어나시면서 승리를 표효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 못 박히심으로 음부의 고통을 참아내신 주님은 결국 승리의 구주가 되어 주신 것입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요1 4:12)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물려 받은 사람들을 통해 보여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속에 하나님의 긍휼, 자비, 용서, 격려, 희생적 사랑이 뭍어날때에 우리를 바라보는 제 3의관점, 즉 예수를 불신했던 사람들도 비로서 우리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사랑을 통하여 하나님 자신을 나타내시는 것 같습니다. 즉 사랑은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통로인 것이지요. 그리고 자녀인 우리 모두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사랑의 통로로써 불러 주신 것입니다.
사랑을 정의하고 외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생활속에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서 우리는 그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대하게 이뤄지는 사건과 현상을 보며 놀라워 합니다. 그러나 지극히 작은 일을 통해 감동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의 힘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게 됩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취해 버렸습니다. 이제는 그 어떠한 공허함이 엄습할 찌라도 이겨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내 영혼의 곳간에 채어 넣은 것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낙심속에서 신음하는 사역자를 발견하게 될 때 그 에너지를 꺼내어 비울 날이 기다려 집니다.
나는 지난 4월의 그 어느날 새벽에 받은 하나님 아버지의 그 크신 은혜와 육신의 아버지의 사랑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 육신의 아버지는 빗발치는 화살을 맞으며 신음하고 있는 저를 위하여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의 방패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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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교협 정기총회 …회칙개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