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대한 도전과 응답 / 권오성 목사
생명목회 작성일 : 2009-11-16 16:35:53 조회 : 105 추천 : 0
한국교회에 대한 도전과 응답
권오성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1. 서론
과거의 기억이 우리 모습을 형성하고 있지만 우리의 희망이 미래 역사의 동력이 된다.
한국 기독교회에 대한 초기 역사적인 기억은 무엇보다 복음 자체가 그 사회 약자들의 희망이 되었었다는 사실에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교육, 병원 등 각 분야에서 근대화의 통로가 되었으며, 민족 고난에 함께 종교이었다. 또한 해방 후 남북 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여러 피해를 경험하면서 냉전 질서에 바탕을 둔 적대의식의 우리 사회에서 누구보다 앞에서 표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 대 말 이후 독재 체제와 산업화 과정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을 중심으로 한 많은 기독교인들이 정치 민주화, 노동자와 농민 운동의 형성과 지원, 인권, 통일 문제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다른 한 편으로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과 함께 급성장하였다. 이 급성장 배경에는 ‘현실 삶에서 축복’과 ‘하면 된다’는 구호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 논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목회자들의 의식 속에는 교회 성장과 전도, 건축 등이 중요한 가치가 되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근본주의와 배타주의로 말미암아 이 세상과 소통을 하기 보다는 종교적인 게토와 기득권 수호에 안주하는 하나의 이해집단으로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교회 현실에 대한 사회적인 기억은 2006년 인구센서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가톨릭은 신자 수가 74.4%, 불교는 3.9%씩 증가한 것에 비해 기독교는 오히려 1.6%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포함해서 여러 기독교와 관련된 문제들을 통하여 기독교에 대하여 강한 비호감과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등장하였다. 한국교회 내부에서는 복음의 선포와 적절한 교육과 변화 프로그램을 위해서 또한 이 세상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섬김과 나눔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천박한 자본주의의 아류'라는 지적처럼 부정적으로 형성된 새 '브랜드'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2. 종교 개혁자들의 신학과 오늘의 도전
1) 종교개혁의 신학
그 동력의 하나로 500여년 전의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확인하는 것은 흥미롭다. 종교 개혁자들의 신학적인 주장은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몇 개의 결론으로 단순화하여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의인론(義認論)’이었다. 카톨릭 교회는 면죄부 판매에서 극단적으로 보여주듯이 13세기 스콜라철학자들이 정립한 ‘공덕의 보고(寶庫)’ 교리에 입각하여 인간의 선행을 구원에 주요한 요소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인간적인 업적도 인간을 죄된 존재에서 구원할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과 이를 믿는 믿음만이 인간을 구원 반열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종교개혁자의 주장이었다. 여기서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또는 ’오직 은혜로만(Sola Gratia)'이라는 문구가 나왔고, 이와 함께 이렇게 전적인 은혜로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께만 영광(Soli Deo Gloria)'을 돌려야만 한다는 장로교회(개혁교회)의 신학적인 전제가 나왔다.
또한 제사장 역할을 하는 카톨릭 사제들과 이들을 관할하는 카톨릭교회만을 통해서만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다는 주장에 반해 종교개혁자들은 ’만인사제직‘을 제기하였다. 만인사제설은 목사로서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은사를 받은 성직을 부정하는 주장이 아니라, 믿는 교인들 개인, 개인이 사제라는 통로가 없이도 하나님 앞에 스스로 나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만인이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사제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위계질서에 기초하여서 구원의 도구로서 독점적 역할을 주장했던 카톨릭 교회의 입지를 부정하는 것이었고, 평신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카톨릭 교회의 전승을 성경의 권위 이상으로 인정하면서, 이 교회의 전승을 신앙의 준거 기준으로 삼고, 중세 교회가 누리던 ‘기득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에 저항하여 모든 신앙의 기준은 ‘오직 성경에만(Sola Scripture)'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것은 당시 카톨릭 교회의 ’말씀과 은혜 독점‘을 부정하면서 카톨릭 교회를 그 기초부터 흔드는 일이었다. 이렇게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 기초를 중세 카톨릭 교회의 역할을 부정하는 일이었기에 교인들에게 성경을 널리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는 사람들을 화형등 박해를 하였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당시 사제들의 전유물이던 라틴어 성경을 교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독일어, 영어등 자국의 언어로 무엇보다 먼저 번역하기 시작하였고, 이 번역본들은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전 유럽에 퍼져 나갔다.
‘종교개혁 과정에서 어떤 교회를 지향했는가?’라는 질문은 정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기 때문이다. 후스, 루터, 쯔빙글리, 칼빈, 웨슬레등 종교개혁자들이 중세기의 카톨릭 교회를 해체시키고, ‘어떤’ 특별한 또 다른 교회 구조를 실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들은 다만 왜곡되고, 세속화되고, 고착되어 버린 교회를 ‘하나님 말씀의 주권’과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기초로 하여 개혁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로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개신교회가 등장하였다. 즉 개신교회라는 특정한 형태를 목적으로 하여 종교 개혁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혁의 결과로 교회 형태가 결정되었다.
2) 개혁신학의 함의
오늘 날 우리 한국교회에 던져진 가장 큰 도전도 ‘하나님 말씀의 주권’과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기초하여 ‘우리 교회가 계속 개혁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상의 어떤 교회도 유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다만 하나님의 의(義)와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포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교회가 자신을 말씀에 비추어 재정립하고, 개혁하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성장논리에 따라 물량주의를 지향하고, 세속화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더 나가서 기존의 형태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면서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경직되어 만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은 오직 은혜로만 구원받는다’는 종교 개혁의 대표적인 명제가 제기하는 도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유와 능력의 다과에 의해서 사람을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여기서 소유와 능력이란 인간이 자신의 것으로 쌓아 놓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실적이며, 공로를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그 사람이 이루어 놓은 양(量)과 업적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심지어 교회조차도 그 교회가 ‘대규모인가? 아닌가?’를 교회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의인(義認)’은 인간의 공로나 업적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서 오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루어 놓은 소유나 공로 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로 하나님 앞에서 소중한 존재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소모되거나, 물질로 환산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러기에 교회에서 교인들과 사람들을 직분이나 재산, 경력, 심지어는 선행이나 봉사 등으로 단죄하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종교개혁의 가장 기본적인 신앙과 배치되는 이단적인 모습이다. 인간 그 자체를 소중하고 진지하게 여기고, 그 한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새 사람’으로 살게 되는 일을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이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가를 종교 개혁 정신은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종교 개혁이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는 바를 지적한다면 ‘거짓된 통치 이데올로기, 허위의 지배 이념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이다. 그 이념이 종교적인 것이든지, 사회과학적인 것이든지, 또는 경제적인 것이든지 관계가 없다. 교회는 중세 시대에 로마 황제들, 혹은 또 다른 지배자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거나 정교유착(政敎癒着)이 되어 있었다. 결국 권력자들이 백성들을 제 마음대로 통치하기에 필요한 이데올로기를 교회가 제공하는 셈이었다. 즉 당시 카톨릭 교회는 백성들의 원성과 고통의 소리와 관련을 맺고 있었다기 보다는 권력자들의 축제와 환호성 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러기에 봉건 사회가 붕괴되면서 카톨릭 교회도 동시에 위기에 부닥쳤다.
그와 반대로 종교 개혁자들이 강조했던 성경의 말씀은 새롭게 성장하는 시민 계층이나 농민들의 희망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고, 성경 말씀에서 생겨난 세계관과 확신이 중세 사회를 붕괴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통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여 그 체제의 기득권을 유지시키고 있던 종교 체제를 부정하고, 성경 말씀이 백성들에게 ‘생명’을 가져다주는 능력으로 종교 개혁 시대에 역사하였다.
3) 개혁 신학과 오늘 한국 교회의 몇 가지 과제
오늘 우리는 산업혁명 사회를 넘어서서 정보와 경제 전쟁, 자본주의에 의한 세계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세사에서는 50여 년 동안 냉전에 의해 지배되던 세계 질서가 붕괴되고, 남북 간에도 새로운 관계 형성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근 들어 급격한 경제 양(量)의 팽창과 분배 문제, 생활로서 민주주의 정착,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 등이 활발하다. 그러나 사회 갈등과 대립 구조 속에서 격화되어 사회 문제로 제기되었던 약자(弱者)들의 문제가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고립되고, 망각되어 가고 있다. 또한 ‘타락한’ 천민자본주의 논리가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극도의 이기주의가 부정적인 시대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회는 어떤 방향을 향하여야 하는가?
첫째는 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언제나 ‘상대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義)에 귀 기울이고, 늘 자신을 여기에 열어 놓고, 개혁해나가는 ‘되어가는 존재’, ‘도상의 존재’로서 하나님께 대한 개방성을 견지하여야만 한다. 교회의 어떤 특정한 조직이나 구조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목적이 아니다. 개혁은 어떤 종류의 개혁이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회의 개혁은 더 큰 하나님의 나라와 의(義)의 역사에 동참하기 위한 ‘창조적인 불안’을 겪게 된다. 마치 아브라함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다만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곳’(창 12:1)으로 고향과 가족을 떠나 출발하여 새 믿음의 가계를 이룬 것과 같다. 하나님께 대한 개방성은 교회로서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2,000년 교회사의 교훈을 통해서 볼 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게 되면서 동시에 이 개방성을 견지하지 못한 교회들이 결국 소멸하고 만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둘째는 인간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관을 세상에 제시하는 목회와 방향이다. 이것은 물론 단순히 말이나 선언서로 되어지는 일이 아니다. 업적 위주의 세상에서 소외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명이 유지되고, 이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옆에는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교회와 교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관을 몸으로 드러낼 때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업적으로, 소유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세상의 인간관을 부정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도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죄인이고 어떤 인간도 자신의 공로나 능력으로 의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의로워진다는 ‘의인론(義認論)’을 새롭게 이해하는 이러한 생명 중시의 인간관이 21세기를 맞이하는 교회의 개혁 방향이다.
어떤 특정한 사회개발 프로그램이나 봉사 프로젝트, 교회 구조 자체를 주제로 삼은 갱신 노력을 수행한다고 해서 이런 방향의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교회가 이 가치를 교회의 존재 이유로 새롭게 확인하고, 예배와 목회, 선교와 예산의 방향을 재조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 집행 중에서 일정 부분을 ‘의인론으로 말미암은 생명 가치’를 위하여 우선 배정하고, 이 일을 전담하는 복지사등을 교회에서 전임자로 선임하는 일등이다. 또한 교회 시설이나 장소에 크던 작던 이 ‘가치’를 위한 일에 사용하는 것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교회가 교단이나 교회협의회를 통하여 강력하게 이 ‘인간 생명이라는 가치’를 관철하는 일이 요긴하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종교 개혁과 사회의 개혁,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이다.
셋째로 세계 교회의 보편성을 일상생활에서 실현해나가는 일이다. 개혁교회의 특징은 위계질서에 의한 교회 구조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순종하는 자유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모습의 신앙고백과 여러 형태의 교회 구조, 성경 말씀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회의 다양성이 무질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은사를 가진 지체이지만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개교회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개교회를 세계 교회와 하나되는 보편성을 마르틴 루터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그리스도인은 모든 것들에 대해서 자유로운 주인이고, 어느 것의 종이 아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들을 섬기는 종이며, 모든 사람의 종이다’ 즉 신앙의 여러 면에서 여러 다양성을 초래하게 되는 자유가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지만 동시에 섬김이라는 보편적인 내용을 가질 때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있다. 로흐만은 이것을 ‘연대적 자유’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교회 구조나 신앙고백, 성경 말씀 해석 등에 있어서 다양성을 무시하고 문자적으로 하나되게 하려는 시도는 이미 개신교회의 특징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일치는 섬기는 일에 있어서 개교회나 국가나 민족 차원의 교회를 넘어서서 연대하는데 있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 문제, 정치, 경제, 역사현실에서 발언과 참여, 전 세계적 이슈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웃이나 다른 교파의 교단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섬김과 소통이 없는 교회는 종교적인 게토화하고 말 것이다.
3. 소통과 섬김에서 본 오늘의 한국교회의 과제
1) 신학적인 의제 설정
여기서 신학적인 의제란 교리를 말하는 것을 물론 아니다. 신학적인 의제 설정이란 우리 사회가 부닥치고 있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영적인’, 혹은 ‘건강한’ 준거 기준을 제공하는 일에 있다. 소통을 위한 전제이다. 예를 들어 정치, 세계화, 생명, 환경, 평화, 화해, 공존, 문화가 그 주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의제 설정을 통하여 당장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적인 불평등, 빈부격차, 생명공학, 환경, 남북 통일, 외국인노동자문제, 현실 정당 정치등에 대해 교회가 발언할 수 있는 신앙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신학적’ 의제를 통하여 접근하고자 해야 하는 이유는 ‘현실 교회’와 ‘일반 교인’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종교적인 욕구와 심성을 바탕으로 존립하고, 또 세상을 신학적인 틀에서 이해하는 공동체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중요한 사회적인 과제와 해결 원칙도 ‘신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또 그 설명이 설득력이 있을 때 일반 교회와 교인들이 신앙의 열정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교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신앙적인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이것이 분명해야 교회가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자신을 개방하고, 소통할 수 있다.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과제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 세계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 가치관, 인간성에 대한 비전을 교회와 세상에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신앙적인 내적 일치라는 효과를 가져오며, 건강한 교회의 입장이 교회 교인들 대중에게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2) 신앙적인 실천 방안 제공
신앙 훈련과 사회적인 참여와 같은 부분에서는 중요한 점은 몇몇 목회자나 혹은 실무자들만이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 교회’와 ‘일반 교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낮은 수준에서부터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세상과 소통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회나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일(매일 한 사람이 탄산가스 1Kg 감소)이나 또는 남북의 통일이나 북한 동포 지원을 위해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평화 운동에서 무기 장난감 추방 운동, 또는 농민 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농촌교회 연대 활동, 외국인 노동자를 교회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그 실천 방안은 우리 사회의 문제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실천 방안은 신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실천 방안은 아주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만 그 실천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데 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실천에 따른 만족감이 생겨나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좀 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자신을 헌신하는 논리와 열심이 생겨날 수 있다. 만약 이런 실천 방안을 한국교회의 선각자들이 끊임없이 제공하지 못하면 교회 대중은 끊임없이 기독교 게토 속에 남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 책임있게 역사와 사회에 참여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교회 대중과 격리된 소수자들만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실천 방안은 총회를 비롯해서 교회, 연합 기관과 여러 그룹들이 아주 중요한 과제로 삼아 자신의 역량을 투자해서 발굴해야 한다.
3) 지도력의 계속 형성
중요한 또 다른 문제는 건강한 기독교를 지향하는 그룹의 인적 자원을 계속 보충하는 문제다. ‘인적(人的) 재생산(再生産)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은 참으로 중요하다. 에큐메니칼 차원에서 보면 척박하고, 위험하기까지 했던 독재 치하에 비해 현재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즉 1970년대 이후 배출된 기독교의 지도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전문적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이론, 사람, 장소, 재정 등 내부 재원이 축적되어 있고, 현실 교회 내부에서도 이런 입장이 일정하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위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있다. 분명한 신학적인 의제 발굴할 수 있고, 신학적인 기본 소양, 나름대로 자기 분야의 전문성, 해외 교회와 연대를 이룰 수 있는 자질 등을 가진 인물들을 계속 찾고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를 들어 NCC 선교훈련원에서 언론사의 강좌같은 대중 과정들을 신설하고, 교육을 해나가는 것고 하나의 방법이다. 이 과정에는 신학전공자가 아닌 일반 교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
또한 교단과 기관의 실무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계속 교육 전문 과정을 만들고, 이 경우에는 ‘세계교회와 함께 하는 단기 해외유학’등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 전문 과정에서는 한국교회에서 유구되는 적절한 주제를 연구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한국교회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4) 새로운 목회론 개발
교회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또 목회의 강조점도 변화되게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에 당시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전통에서 민중 교회 운동이 등장하였고, 기존 교회와 다른 설교, 예배 순서, 선교 과제 설정, 교육을 내부에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이와 같이 변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고백을 가진 신앙 공동체로서 교회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바른 신학에 따라 교회론을 형성하고,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교회가 교회다워야 한다는 주장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한다는 모델은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 또 그런 교회를 향한 목회론의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신학은 어떠해야 하고, 성경 해석과 설교의 내용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며, 사회 봉사와 증언은 개교회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설교문, 교회 교육 자료, 교회 활동의 예를 계속 제공할 때 기존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새로운 시작을 가지고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작업은 KNCC를 중심으로 에큐메니칼 목회연구원 같은 기관을 설립하여 추진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4. 결론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존재이다. 본회퍼의 지적처럼 교회는 그런 점에서 철저하게 타자를 위한 존재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는 점은 세상과 소통이다. 종교개혁자들의 도전처럼 한국교회는 ‘도상의 존재’로서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개방성을 견지하여야만 하며, 인간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관을 세상에 제시하는 목회를 하며, 세계 교회의 보편성을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실현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 주신 희망을 새롭게 발견하고, 동력으로 삼을 때 한국교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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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출구는 있는가? / 이성구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