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청빙, 이것이 아쉽다
교회의 청빙 제도 개선을 촉구하면서
김수원 s265w@hanmail.net | 2015.10.15 22:30:12
연말연시면 교회마다 청빙이 잦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청빙을 잘하여 교회가 평안하기도 하고 잘못하여 큰 시험거리가 되기도 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귀한 일인데도 왜 교회 내에서 여전히 청빙에 대해 말들이 많고 심각한 청빙 후유증마저 생겨나는 걸까.
필자는 중‧대형 교회에서 생기는 담임목사 청빙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면서, 교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필자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향후 청빙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는 그 이름에 걸맞은 청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청빙(請聘)은 예의를 갖추어 찾아가 모셔 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빙 과정의 일반적인 행태를 보면, 우선 합당한 사람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교계 신문 등에 광고하여 원하는 자가 '스스로 찾아오게' 한다. 그러면 청빙위원들이 나서서 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 몇 장을 토대로 학력이나 학위 등의 소위 스펙을 살핀다. 첨부한 설교 영상 한두 편을 들어 보고 면접을 통해 인물을 심사한다. 그중에 둘 셋을 천거하면, 교회는 그들을 강단에 세워 누가 설교를 얼마나 은혜롭게(?) 잘하는지 교인들에게 평가를 맡긴다. 후에 다수결로 청빙을 결정하게 한다(물론 이런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선임 방식으로는 그릇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중 서류만으로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최종 후보군을 교회 강단에 세워 말씀을 들어야 할 교인들에게 설교 한 번으로 목회자를 평가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의가 아니다. 옳은 처사도 아니다.
성경에서 청빙에 관한 모범은 다윗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한 사무엘이 그 선례다. 사무엘은 사울 왕을 대신할 자를 선택하는 과정에, 고향 땅 라마에서 베들레헴까지 무려 60km 이상 되는 그 먼 길을 떠났다. 사울 왕으로 인한 신변의 위협(삼상 16:2)까지 감수하면서 말이다. 이유가 뭘까. 오로지 하나님 마음에 드는 '하나님의 사람'을 찾는다는 열정 하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충 외모만 보았다면 엘리압으로도 족했다. 이목구비‧실력‧언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어 보였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은 이새의 여덟 아들 중에서, 부모에게마저 관심 밖이었던 들판의 어린 목동 다윗에게 기름을 붓게 하셨다(삼상 16:7,11,12). 이처럼 보화는 쉬이 드러나지 않고 묻혀있는 법이다. 보배로운 일꾼은 찾으려고 하는 자들(교회)에게만 허락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마 7:7).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혹여 저 먼 곳, 지리산 골짜기까지라도 찾아가서 '엘리압이 아닌 다윗'을 찾아보는 노력을 작금의 청빙위원들이 하고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임자(先任者)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하나님의 사람을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청빙의 선한 방법이야 어디 한둘이겠는가. 중‧대형 교회에서는 얼마든지 이런 일에 모범을 보일 수 있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선임자가 내정한 사람을 천거해 준다. 아니면 공고 후 신청한 자들을 용모나 스펙을 보고 천거한다. 이것만으로는 사명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사명을 다했다고 하면, 하나님 앞에서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청빙 과정에서의 이런 무성의함이 그동안 한국교회를 어지럽혀 온 이유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예의를 갖추어 찾아가는 수고가 귀찮다면 차라리 '청빙'이 아닌 '공모 후 선임'이라고 함이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둘째는 목회자 선임(選任) 시 자격 요건(선택 기준)들이 너무 비성경적이다. 자격 요건에 박사 학위는 뭐며, 영어(회화)에 능통한 자는 또 뭔가. 목회자들이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동안 한국교회가 평안을 잃었던 건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목회자의 영성은 남다른 데가 있고, 외국어를 못하는 목회자는 하나님 혹은 성도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학위나 외국어 실력이 과연 바른 목회의 영성과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기는 한가? 축구국가대표 감독인 슈틸리케가 우리말을 잘해 승승장구하는 것인가? 물론 목회 현장과 사안에 따라 그런 전문 목회자가 필요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반 중‧대형 교회에서는 외국어 회화가 필요하면 교인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일이다. 이런 불요불급한 조건을 제시하는 게 교회의 허세 부림이나 이미 내정한 선임자(先任者)의 심복(또는 자식)을 세우려는 비굴한 조건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교회가 청빙의 과정에 진정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목회자로서의 기본 요건 위에 복음의 능력 아래서 겸손히 무릎 꿇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말씀 안에서 먼저 구하는 자질이다. 사람을 사랑하며 목숨 걸고 복음을 지키려는, 마음이 가난한 하나님의 사람을 찾는 일이다.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어찌 한국교회가 사도 바울이 예수의 십자가로 인하여 '배설물'(빌 3:4-8)로 여겼던 세상적인 스펙들을 다시 자랑거리로 삼으려 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오늘날 목회자가 지닌 자산(資産)들이 중‧대형 교회로 부임하기 위한 스펙용이거나, 실력(?) 있는 목회자를 모셨다는 교회의 자기만족용이라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이런 영성으로 한국교회를 바로 세울 수는 있을는지 속이 탈 따름이다.
셋째는 청빙의 과정에서 불거지는 선임자(先任者)의 지나친 간섭이다. 간섭의 이유가 교회의 평안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그 평안을 볼모로 '내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평안을 가장한 치졸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빙위원회는 들러리가 되고 하나님의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은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사람을 심지 않아 교회가 평안을 잃을 정도라면 건강하지 못한 교회거나 그동안의 목회가 실패한 사역이었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 아닌가. 교회의 평안을 주님이 아닌 심복에게서 찾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될,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에 대한 모독이자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의 극치다(사 31:1).
바른 영성으로 섬겨 온 주님의 교회라면 심복이 아니어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평안할 것이다(요 14:27). 선임자는 후임자가 누구여도 교회가 평안할 수 있도록 은퇴 전에 성도들을 잘 가르쳐야 하고, 모든 일(염려)을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께 맡기고(벧전 5:7) 겸손히 물러서면 그만이다. 이것이 선임자가 하나님 앞에서 성도들에게 보여야 할 참신앙의 바른 영성이라 믿는다. 선임자는 주님 안에서 참된 카리스마를 보여 줘야 한다.
목회자의 카리스마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교회를 바르게 이끄는 지도자의 영적 권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영성을 지닌 선임자가 섬겨 온 교회라면 그 후임자가 심복이 아니라 해서 어찌 교회를 분란케 하며 어찌 선임자를 욕되게 하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후임자 선정 후에 일어나는 교회 분란은 하나님의 사람을 찾는 노력 없이 외모나 스펙만을 보고 선임한 결과이거나 선임자가 자기 사람으로 후임자를 낙점했을 때의 일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은퇴한 선임자의 후임자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서 벌어지는 일들 아니었던가.
평생 어떤 목회를 해 왔는지는 후임자의 청빙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일에 관해 귀감이 될 만한 분들은 초야에 묻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스스로 내로라하는 분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도무지 보이질 않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김수원 / 태봉교회(경기도 광주)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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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 복권 결의 의미와 후속조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