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보다 성숙한 총회를 위해
정태봉 [조회수 : 4]
지난 9월 17부터 21일까지 명성교회에서 열렸던 제 86회 총회기간 중에 총회 임원을 지냈던 어느 분으로부터 매우 신선한 얘기를 들었다. 자기는 지난 어느 회기 때 총회 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귀하게 느껴져 상임 부서나 위원회의 자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부총회장 선거를 제비뽑기로 하자는 방안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때문이었던지 유난히 금년에는 부서장 자리에 관심들을 많이 쏟고 있었던 중이라 더욱 신선하게 들려졌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교회를 섬기고 있다. 장로로서 또는 목사로서 그야말로 온 몸과 마음으로 지교회를 섬기고 있다.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비우며 솔선수범하고 행여나 평신도들에게 덕이 아니될까 겸손하게 섬기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우리들이지만 일단 지교회를 벗어나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면 어쩌면 그렇게도 달라지는가. 좀 과장해 표현해 본다면 일반 세상의 정치풍토보다 별로 나을게 없다. 금번 각 부서와 위원회의 책임자와 실행위원을 뽑을 때의 모습들이 어떠했는가?
공식적으로는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명단들을 어떻게 그렇게도 빨리 입수했는지 이미 총회 전부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한 표를 부탁하고 또한 당일에는 그야말로 그 열기가 부총회장 선거보다 더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색과 선후배끼리의 갈등과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출신의 알력 등 참으로 민망한 모습이 너무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우리는 부총회장 선거를 제비뽑기로 하자는 방안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거쳐 그 결과 찬성 4백29표 반대 5백71표 무효 1표로 제비뽑기 방안은 부결되었다.
총대들의 결정이니 그 누가 딴소리를 할 수 있으리요마는 그래도 우리는 한 번 더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는 있다. 총회 석상에서도 얘기된 대로 제비뽑기는 어쩌면 민주주의 시대를 역행하는 방법이며 따라서 우리교단의 자존심에도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대들의 과반수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일면에서 우리는 한국 교회 특별히 그 중에서도 우리 통합교단에 대한 일반 여론이 어떠했는지를 겸손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년에는 물론 상당히 정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년 반복되다시피한 부정직한 선거 모습 때문에 우리 모두가 느끼는대로 우리 교단을 비롯한 한국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공공연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그런 측면에서 몇몇 일간지를 비롯한 일반 여론 매체에서는 우리 교단의 선거 방안이 어떻게 결정되어질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제 총회는 끝났다. 바라기는 예전에 간혹 보여졌던 것처럼 즉흥적 내지는 편의주의적 발상 그리고 각 부서의 이기주의적 태도들이 불식되었으면 한다. 이미 다 결정되었고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정말 새로운 시작이며 성숙한 총회로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정태봉/ 묘동교회 목사
입력 : 2001년 10월 13일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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