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자정(自淨)능력을 상실했는가?
교계 지도자들 반성 시급...개혁 그룹 탄생 필연적
▲당신의 양심은?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한국교회는 어느 정도 병들고 부패하였습니까? 이번 최악의 수해를 당한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많은 교회들이 애를 썼습니다. 대형교회들도 사람들을 보내고 재정을 투입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의 아픔에 이 정도 사랑을 베풀고 있다면 교회는 그래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교회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진정한 척도는 이웃을 위해 투입된 재정과 사람의 절대적 숫자가 아닙니다. 거기에 담겨진 사랑과 헌신의 깊이입니다.
예컨대 예산의 30%는 사회봉사를 위해 지출해야 건강한 교회라고 한다면 일년 예산이 16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경우 480억 원 이상을 내 놓아야 비로소 건강한 교회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엄격히 따져보는 것은 밴댕이 소갈머리 때문이 아니라 생활비 전부인 두 렙돈을 헌금한 여인을 칭찬하심으로 그 여인보다 훨씬 큰 액수의 헌금을 한 부자들을 부끄럽게 하신 예수님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함입니다(막 12:41-44). 겉으로 드러나는 규모 자체를 건강성의 척도로 삼는 물량주의를 극복하고 내용을 중요시하는 예수님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교회의 건강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인정받으려면 교회는 규모가 일단 크고 봐야 합니다. 뉴스앤조이에서는 비록 작지만 아름답고 깊이가 있는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을 소개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써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애독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단시일 내에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야 언론의 주목을 받고 관련저서가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라가고 대형집회 강사로 초청을 받고 교계에서 발언권이 생깁니다.
문제는 초고속으로 커지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커지면 과정과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풍토에서 진정으로 건강한 교회가 자라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이러한 질병은 소위 교계지도자들의 클럽에서 그 증상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예장 통합 총회 부회장 선거를 둘러싼 금권선거 의혹과 시비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덕기 목사가 후보 중에 하나인 모 목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양심선언이 있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돈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ㅂ목사로부터 사실이 아니라는 시인서를 받는 것으로 종결을 짓고 해산하였습니다.
부총회장으로 당선된 김순권 목사도 기자회견에서 금전살포의 문제를 굉장한 비리가 아니고 선거 막판에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총회에서 일단 제비뽑기를 부총회장 선거에 도입할 것을 결정하고 규칙부에 넘겨 연구케 했다는 것입니다.
제비뽑기를 반대하는 최병곤 총회장도 타락·불법 선거를 규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실제로 부총회장 선거가 금권선거로 혼탁해져 있는 것을 공적으로 시인한 것입니다. 제비뽑기를 도입해야할 정도로 선거가 부패했건만 그 누구도 그 범인을 찾아내려는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교권에 완전히 장악되어 있으며 얼마나 그 양심이 썩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의 중심부가 썩어 있기에 요즘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교회개혁운동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각종 '교회를 사랑하는 모임(교사모)'입니다. 이들은 교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 교회정관을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몸부림을 이번 부총회장 후보들을 비롯해서 교계지도자들은 무시하거나 불법적인 단체 혹은 패거리 운동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우리 몸도 한계를 넘으면 무너짐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욱 깨어야 할 때입니다.
박득훈 (2002-09-16 오전 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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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는 장로교 전통에 위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