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6 1397호 기획기사 | 사설 | 칼럼 | 평신도/NGO | 아름다운 사람들
본질로 돌아가자
특별 시론
교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총회 임원 제비뽑기 선거가 순조롭게 실시되지 못하고 제86회 총회의 첫날을 넘기고 말았다. 작년의 제85회 총회에서 당초의 예상을 깨고 만장일치로 전격 가결되었던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그후 성경적이냐 아니냐, 헌법과 총회 규칙에 어긋나느냐 아니냐 하며 교단 안팎에서 1년 내내 논의가 분분했었다.
이 와중에서 교단내의 일부 찬성측 인사들은 총회가 만장일치로 가결한 사항을 두고 무슨 딴소리냐고 반대파를 질타했다. 보다 온건한 친제비뽑기파들은 기왕 결정한 것이니 한번은 해보고 나서 보완 하든가, 종전의 무기명비밀투표로 돌아가든가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다른 반대 인사들은 제비뽑기를 성경적이라고 하는 것은 신학적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결과라며 찬성파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거나, 혹은 총회 헌법과 규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런 판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문제의 본질을 상기하는 것이다. 제비뽑기 선거는 왜 하려고 했던가. 말할 것도 없이 금권타락선거를 막자는 데 있었다. 그렇다면 금권타락선거 방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어느 총대의 발언 중에 ‘제비뽑기는 우리의 수치’라는 말이 있었다. 천 번 만 번 지당한 식견이다.
하지만 제비뽑기를 한다 해도 부패고리가 또 생길 수 있다. 우후죽순처럼 나서는 후보를 주저앉히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고, 또 다른 요인들도 사방에 널려 있다. 교도소와 같은 특수 사회에서도 부패는 여전한 것과 비슷하다. 그보다도 제비뽑기가 편의주의 발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제비뽑기를 10년 했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에 민주주의 선거방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무기명비밀투표를 다시 했을 때 깨끗한 선거가 보장되겠는가.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제비뽑기에는 성장고통의 지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보수당의 당수를 선출하는데 당에서 후보 1인당 1억 90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후보는 당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없고 매스컴이나 서신의 방법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당원들을 우편투표를 권리를 행사한다. 영국인이나 우리의 의식주 환경은 비슷하다. 그러나 선거수준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에겐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 나라 그 국민의 선거수준은 제비뽑기 같은 미봉책으로 상승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의 뼈아픈 자성과 끊임없는 노력으로만 가능하다. 법규의 정비와 양식의 갖춤이 따라야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엄청난 수고와 고통을 지불해야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건 마다하고 손쉬운 방법인 제비뽑기를 홍두깨 내밀 듯 불쑥 들이밀었다. 이것이 과열 부패한 선거 풍토를 잠시동안 멈추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 개선의 묘는 절대로 아닌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그러므로 제비뽑기의 당장 실시 여부에 지나치게 과민하지 말고 찬반 양측은 조금씩 양보하여 아름다운 총회를 만들자. 격심한 대치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제비뽑기 같은 차선책을 불러들이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목표는 제비뽑기 실시 여부에 있는 게 아니다. 금권타락선거를 극복하는 성숙의 도달에 있음을 명심하자.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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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는 성경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