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는 성경적인가
사설
총회를 앞두고 제비뽑기 선거방식이 ‘성경적이다’ ‘아니다’ 를 놓고 뜨거운 공방전이 일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비켜갈 수 없게 되었다. 교단지가 교단의 핫 이슈를 건드렸다가 이해 당사자들에게 원망과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 입을 다문다면 교단 언론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시비(是非)의 한 가운데서 불거진 문제를, 성경적으로, 개혁주의적으로, 그리고 총회의 유익이라는 원리 원칙 아래 진검승부하듯 대면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비뽑기는 과연 성경적인가, 아닌가?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해결의 열쇠는 ‘성경적’이란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 누가 제비뽑기를, 구약에서 실시한 방법이요 또 오순절 성령강림 전에도 맛디아를 뽑는데 썼던 예로 보아 교회가 반드시 채택해야 할 선거방식이라고 하는 생각으로 성경적이라고 한다면, 제비뽑기가 성경적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제비뽑기가 무기명비밀투표를 필두로 한 여러 선거방식 중의 하나로서 말세 교회시대에서 채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경이 허락한다는 뜻에서 성경적이라 한다면,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라고 본다.
성경에 제비뽑기가 있으니 제비뽑기 식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은 성경의 구속사적 이해의 미비에서 발로하였을 것이다. 구약 때에 있었던 일들 중에 종말의 시대에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있고 완성적으로 종결된 것들이 있다. 제사법, 풍속법, 절기법, 신정국과 관련된 특수 규칙들이 후자에 속한다. 반면에 기본 언약이나 윤리적 준칙 같은 것들은 전자에 속한다. 특히 계시를 받는 방법, 즉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방법으로 동원되었던 제비뽑기나 꿈 같은 것들은 계시시대가 끝난 지금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 없는 사항이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교회 선거 방식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지 않았다. 교회 구성원들이 정할 탓에 달려 있다. 막말로 가위바위보로 선거를 하겠다고 한들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폭력적 강요나 명백한 부정이 개재된 선거가 아닌 한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그렇게 각종 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신약시대 ‘성경적’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우리 총회가 제비뽑기 식으로 임원을 선출한다 해서 비성경적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 물음 자체만으로는 성경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성경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정확한 답은 ‘성경적’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논쟁에서 핵심 용어의 개념을 먼저 정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절차다. 제비뽑기의 성경적 여부 논란도 그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비뽑기가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경에 제비뽑기가 있기 때문에 제비뽑기로 꼭 해야 한다는 것 같다. 그와 같은 의미라면 제비뽑기는 성경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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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총회 개회를 한달 앞두고 선거관리규정의 임원후보 지역배정 단서조항 문제가 해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