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회, 임원선거 후진성 언제까지
지역노회들 박수치고 임원뽑고 반발하면 선거는 입맛대로
입력 : 2008년 10월 22일 (수) 12:16:04 [조회수 : 45] 변하삼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교단총회가 지난 9월 막을 내린 이후 지역에서는 지난 10월 14일을 기점으로 정기노회가 실시됐다. 지역 노회는 통상 년중 2회 실시되는 것으로 가을 열리는 정기노회에서는 각종 회무처리는 물론 임원선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회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에는 임원선출과정이 수준 이하거나 나눠먹기 식인 사례가 많아 호응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노회는 선거가 이뤄지지 않고 이미 내정된 차기 노회장을 인준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런 내정과 단순 인준이라는 절차는 지역노회가 대부분 소규모인 까닭에 불가피한 점도 없지않다. 노회 창립 21년 차인 전북지역의 한 군소노회 관계자는 "노회 가입 교회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선거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 당연하다"며 "가입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차기 노회장이 내정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아직 지역 정서로 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도시단위의 일정규모 이상의 지역노회다. 이들 노회들은 기득권과 소장파, 또는 개혁세력의 주도권 쟁탈의 장이 되어왔다. 노회는 임원뿐 아니라 총회 총대선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교단 총회 못지 않은 권력의 핵심이다. 이런 까닭에 매년 가을 정기 노회는 임원 선출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파행을 거듭해 노회원들의 외면을 받는 사례도 종종 일어났다.
▲ 제23일 통합 전주노회 정기노회에서 후보없는 임원선출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 노회가 바로 통합 전북노회와 전주노회. 먼저 전북노회를 모태로 분립한 전주노회(노회장 신정호 목사)는 지난 10월 14일, 전주 동신교회(신정호 목사)에서 정기노회를 열었다. 이날 정기노회는 임원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노회원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문제는 선거관련 노회 규칙의 '무기명 비밀투표'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노회장 내정을 반대하던 소장파 목회자들은 규칙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고 비밀투표로 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내정방식을 지지하는 기득권 측 목회자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는 후보를 낼 필요 없이 자유롭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으면서 후보 선출과 정견발표 없이 무조건 투표만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규칙부장 백남운 목사(전주 효자동교회)는 기득권 측 목회자들을 돕고 나섰다. 백 목사는 "누가 물망에 있는지 다 아는 것 아니냐"며 "선거를 바로 진행해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소장파 노회원들은 결국 한발 물러나 후보도 없는 노회장 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 후보도 없는 투표결과는 약속이라도 한 듯 두 후보의 각축으로 나타났다. 이희룡 목사(머릿돌교회)와 박남석 목사(전주기전여고)가 표를 양분한 것. 이 목사는 노회 실세들에 의해 추천된 후보였고 박 목사는 젊은 목회자들의 주축으로 의견을 모은 인물이다.
이날 선거에서는 이희룡 목사가 16표의 간발의 차로 박남석 목사를 누르고 차기 노회장에 선출됐다. 이희룡 목사는 당선 후 "노회가 화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박남석 목사는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주노회는 그동안 노회 내에 두개의 라인이 형성되면서 임원선출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노회장은 물론 총대까지 내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른 경험이 거의 없다. "노회 참석한지 10년인데 선거는 처음이다", "선거를 해봤어야 방법을 알지"라는 노회원들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도, 후보도 없는 이상한 선거를 치룬 전주노회는 또 다시 실세의 장악으로 막을 내렸다.
▲ 통합 전북노회는 개혁파 목회자들의 임원진출에 성공했지만 선거과정을 생략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뉴스앤조이 변하삼
이에 반해 전북노회는 이전까지 선거를 통해 임원을 선출하던 방식을 버리고 추대 형식으로 임원을 뽑았다. 그동안 전북노회는 장로노회라 불릴 만큼 장로 1인 실세를 중심으로 노회가 일방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던 차에 수년전부터 노회 재정의 불법 집행 등 문제가 불거져 젊은 목회자를 중심으로 대책위가 발족할 만큼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년에 걸친 소장파 목회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실세 장로의 와병으로 장로 측 권력이 계속 위축되어 왔다.
그 결과가 이번 151회 정기노회에서 나타났다. 소위 개혁세력으로 알려진 목회자들이 노회장, 부노회장(목사, 장로) 후보를 일괄적으로 추천했고 이들은 추대형식으로 임원에 선출됐다. 이날 전북노회에서는 노회장에 이병우 목사(예은교회), 부노회장에 황세형 목사, 유창옥 장로가 임원으로 선출됐다. 이 세 후보는 이례적으로 선거 홍보지를 통해 공약사항을 발표하면서 노회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들은 전북노회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포부 아래 미자립 농촌교회 지원, 교회 성장 정책개발, 노회 재정 투명성 확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노회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전북노회도 정기노회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장로 측 노회원들이 노회를 불참해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노회를 보이콧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정족수를 채운 전북노회는 결국 임원선출을 마쳤고 인물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북노회도 노회 규칙에 명시된 선거과정을 생략해 사실상 원칙을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
전북노회와 전주노회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전북노회 한 목사는 지역노회의 현실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노회 실세들은 선거를 싫어한다". 현재 각 노회의 노회 규칙에는 임원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노회들은 입맛에 따라 선거절차를 이용해 왔다. 특정 실세들이 노회를 장악하면 선거가 무시되거나 형식에 그치는가 하면 세력이 분화되면 편법까지 동원한 과열 선거가 치러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노회의 이런 후진적인 선거행태는 이날 회의과정을 지켜본 일반 교인들의 반응으로 대변된다. 전주노회 정기노회를 3층에서 참관했던 평신도들은 어이없다는 헛웃음을 연발했다. 지역 노회의 정서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선거과정이 필수인지 여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노회가 선거자체를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운영하는 것은 큰 문제다.
최종편집 : 2008년 10월 22일 (수) 17:24:28
변하삼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전체기사의견(1)
* 로그인하신 후 2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성 글이나 같은 글을 반복해서 올리면 통보 없이 삭제 합니다. [상세보기]
박광재
(71.XXX.XXX.43) 2008-10-22 23:22:27
그래서 성경의 선거방식인 거룩한 제비뽑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남평양노회는 과거 동평양노회 시절에 소수의 기득권자들에 의하여 전횡되어 오던 부정 불법타락선거 까닭에 결국에는 3개 노회로 분립되었고 그 결과 우리 남평양노회는 설립과정에서 다시는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성경의 선거방법인 거룩한 제비뽑기를 노회임원선거규칙으로 제정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서로 양보하고 추대하는 아름다운 선거풍토가 정착되고 있습니다.
전체기사의견(1)
|
|
0
17852
1191
17 
"감리교 선거 후유증은 불신앙 때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