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목회 일선 물러난 한명수 목사 / “전통 존중하나 독선적 신앙태도 거부”
1985년 “교단정화” 이후 줄곧 총회정치 일선서 맹활약 교단현안 문제, 침묵하는 총대 고발정신없는 언론 일갈
1985년 70회 정화총회를 계기로 총회 정치의 일선에 나선 이후, 한명수 목사는 거의 20년 동안 총회를 받치는 한 축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 기간동안 한 목사는 기독신문 주필로 14년간 일하며 총회의 방향을 제시했고 총신대 재단이사 및 운영이사(20년), 총회 임원(4년)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특히 금권정치의 폐해를 벗어나기 위해 추진된 제비뽑기의 초대 총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유난히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목회자이다. 한 목사의 이런 40년 목회 역정과 총회 정치를 가로지르는 20년의 삶이 단지 개인의 역사만은 아닐 것이다. 그 관록으로 오늘의 총회를 되새겨 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정화총회를 했을 때, 솔직히 신선하고 깨끗하게 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도 돈을 가지고 총대들을 움직였다. 총회를 깨끗하게 하려는 정화총회였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하게 돈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총회 금권정치의 발단이 된 것 같아서 많이 자책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불가피성을 어떻게 타결해 나가느냐가 문제이다.”
이게 아니었다. 첫 번째 질문으로, 한명수 목사가 본격적으로 정치일선에 나섰던 정화총회에 대한 질문은 당연했다. 한 목사의 개혁의지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던진 기자의 배려였다. 그러나 그 배려를 무시한 채, 총회를 ‘정화’한다는 목표였지만 돈으로 총회를 움직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화한다고 하면서 왜 돈을 사용했을까? 한 목사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예나지금이나 총회가 ‘정치를 위한 조직체’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치를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고 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그러나 정치 조직의 가장 큰 폐해는 돈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고 수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정치 조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는 정치를 하되 조직을 만들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인사들은 ‘제비뽑기가 아니었으면 한 목사는 총회장을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총회와 교회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금력을 매개체로 기득권을 유지하며 법과 신앙 위에서 총회를 좌지우지하는 인사들. 이들을 타파하고 늘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총회가 보다 발전하는 것이라고 한 목사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20년 전과 비교해 현 총회는 어떤 점에서 발전을 이루었고, 어느 부분에서 여전히 정체되고 있을까.
“가장 발전된 것, 좋아진 것은 많이 민주화됐다는 것이다. 조직 행정 등 전반적인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변하지 않았다. 현재의 삼분구도는 언젠가 깨져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역주의를 공식화하고 공고히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제비뽑기 제도는 그때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차선의 방법이었고 세 지역이 돌아가며 총회장을 배출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제비뽑기는 현실에 대한 타협안이었다. 삼분구도 하에서 그 지역의 대표자가 총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지역주의와 금권선거를 타파하여 전국적인 인물이 후보로 출마하고 총대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임원이 선출돼야 할 것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지역을 넘어 보다 큰 사람 신령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비애감이 있다.”
내친김에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은급재단 문제까지 나아갔다. 은급재단은 한 목사가 총회장으로 재직할 때 처리하려 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은급재단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납부한 돈을 이용해 건물을 구입하고 거기에서 일정한 수익금을 나오게 한다면 괜찮다. 그러나 사업은 안된다. 사업에는 반드시 부정직한 일들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은급재단 문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였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나 한 목사는 이번 사태를 대하는 총회의 모습이 더 큰 문제라고 말을 이었다.
“이 일은 침묵하고 있는 총대 및 목회자들과 고발정신이 없는 언론 그리고 집단 지도체제의 나약함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 일은 법적으로 정확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자들은 모든 것을 확실히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마땅히 책임져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발정신이 없는 언론’ 가슴이 뜨끔한 일침이다. 주필로 오랫동안 일했던 경험도 있으니 기독신문사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기독신문은 언론이다. 그리고 교단지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교단지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우선은 언론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교단을 옹호하는 기능이라면 신문이 아니어도 된다. 기독신문은 한국 교회의 신문이다. 마땅히 써야 할 것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언론이 아니다.”
한 목사의 이런 확고한 언론관은 민자당을 중심으로 3당 야합이 이루어지고 김영삼 장로가 대통령에 출마해 홍보 광고를 부탁했던 사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한 목사는 언론의 또 다른 생명은 중립성이라며 여·야(김대중) 후보광고를 동시에 게재하지 않는 한 김 장로의 광고만 실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 교계 신문중 유일하게 홍보 광고를 싣지 않기도 했다.
총회와 목회에서 물러나는 지금, 일흔의 인생 동안 한 목사는 수많은 역경과 어려움을 이기고 이 자리에 서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정화총회, 제비뽑기로 당선된 부총회장, 위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난 일… 굵직하고 무게있는 여러 사건이 있지만, 한 목사는 의외로 삼선개헌 때 발표된 지지성명서 사건을 꼽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를 짓누르며 삼선개헌을 할 때,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일부 교단 지도자들이 지지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치욕적이라고까지 말한다.
한 목사를 잘 아는 사람은 그를 ‘열린 보수’라고 말한다. ‘열린’이라는 말과 ‘보수’라는 말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뜻이란다. 한 목사에 대한 이런 평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초대 총무 그리고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상임대표회장 한국찬송가공회 대표회장 공동회장 등 연합을 위한 그의 행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년간 총회에서 활동했던 그의 행적과 “나의 믿음의 뿌리는 구속의 주님께 있으며 교리적 뿌리는 성경에 있지 결코 교단이나 교파에 있지 않다”고 외치며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일했던 한명수 목사. 그에게 총회와 한국교회사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명수 목사의 고백을 들으면서, 그와같은 인물이 좀더 많이 나타난다면 분명 총회는 정체되지 않고 진보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나는 초대교회적 신앙전통과 신앙적 진리를 따르며 사수할 것이나 독선과 배타적 신앙을 거부하며 분열적 자아 및 집단 수구적 보수는 절대 용납하지도 않고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박민균 기자 등록일 20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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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선거제도 확대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