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총신 운영이사장·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길자연 목사 - “인재 양성에 총력 기울여야”
신대원, 영성에 기초한 목회자 양성 기관으로 방향 전환 필요 제비뽑기 선거제도 교단위상 높여…지역선거 폐지해야 마땅
선거관리위원장이자, 총신운영이사장인 길자연 목사(동평양노회·왕성교회)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를 양성하는 길이라며, 총회가 이를 위해 관심을 갖고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목사는 이와함께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실시하면서 인물부재라는 말들이 오가는 것은 기본 양식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일꾼이라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제도를 탓하기 전에 인격을 갖춘 지도자가 없음을 안타까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길 목사는 또한 지금 이대로 가면 총회나 총신 모두 비전이 없다며 진리를 보수하면서 현실에 맞는 목회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여 전국 교회에 보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총회선거관리위원장, 총신대운영이사장, 총회신학원장 등으로 매우 바쁜 한 회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회기를 정리하면서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교단내 많은 인재들이 계시는데 제가 많은 자리를 ‘차지’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한기총은 선배님들이 디딤돌을 잘 놓아 제가 맡은 시점에서 결집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릴 요소입니다. 전임회장을 비롯 대교단 군소교단 할 것 없이 교단 총회장님과 총무님들이 서로 돕는 가운데 일을 하고 있어 일하기도 쉽고 분위기도 참 좋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솔직히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나서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별로 격렬한 양상도 보이지 않고 무난히 해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분간 혼란이 오더라도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총회임원 뿐만 아니라 상비부까지 확대되어 잘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총신대도 최근들어 총장선임을 놓고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신학사상 문제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조용합니다.
저는 총신대가 발전하기 위해선 신학대학원은 영성에 기초한 목회자 양성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많이 배출되는데 목회자로서 자질은 전혀 배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학교보다 빨리 영적훈련을 실시하는 학교로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교단이 원하는 목회자 중심의 신학교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총회임원 선거규정을 개정하여 제89회 총회에 상정키로 결의했습니다. 그 중 지역예선을 폐지하고 본선만 실시하자는 안건이 있는데 어떤 취지로 제안하셨는지요.
=지역선거는 당연히 폐지돼야 합니다. 본 선거와 중복될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가 심화되는 경향이 높습니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비뽑기 선거의 취지에 맞게 본선 한번으로 선거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총회임원 후보에 대한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다시말해 젊은 목회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별로 주지 않는다는 여론입니다. 나이나 총대경력 등을 낮추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비뽑기 선거제도의 한계가 여기서 증명됩니다. 무기명 비밀투표의 잘못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차선책으로 제비뽑기를 선택한 것 아닙니까. 금권 선거는 다소 희석되었는지 몰라도 인물난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장통합의 경우, 우리 교단의 여러 부정적인사례들을 보면서 현행 비밀투표 선거제도를 계속 고수한다는 여론이 들립니다. 이 문제는 제도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선거에 관한 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이나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물이 출마하여 전국 교회와 총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총회발전기금 조정을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현행대로 하기로 했는데 발전기금은 어느 선이 효율적이라고 보십니까. 발전기금의 용도도 분명한 목적을 갖고 사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회임원에 출마할 뜻이 있다면 발전기금의 많고 적음을 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지난해 총회를 위해 일하겠다고 해놓고 지역예선에서 낙선하니까 다시 발전기금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총회임원 입후보자로서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낙선을 하더라도 총회를 위해 쾌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질에 연연하다 보니까 총회를 위해 헌신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임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좀 상식있는 분들이 총회를 섬겼으면 합니다.
그리고 발전기금은 총회회관 건립기금으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방향을 설정해야 하지만 세례교인헌금으로는 총신대와 세계선교회 그리고 농어촌 교역자를 우선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세례교인헌금도 원래 취지는 인재양성과 선교에 목적을 두고 출발한 것 아닙니까. 총회임원 입후보자가 내는 총회발전기금도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현재 우리 교단의 선거제도의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기본양식을 갖춘 사람들이 총회임원에도 출마하고 선거관리 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격미달인 사람들이 총회를 섬겨서는 안됩니다.
▲총신대 관련 질문입니다. 총신대 총장 선임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대안을 갖고 계신지요.
=난항의 원인은 3분의 2 득표를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출중한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도를 탓하기 전에 우리 시대에 인물이 없음을 한탄해야 합니다. 총장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행정가이며 경영자이어야 합니다. 신학자는 말 그대로 학자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이 정치권에 줄서기를 합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래서 학자는 학문연구에 집중하고 양질의 목회후보생을 양성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총장은 학자가 아닌 행정가 출신에서 나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꼭 교수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총신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총신뿐 만 아니라 기독교를 비롯한 7단 종단대표가 총동원되어 이 법을 반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물론 총신도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 법이 개정되면 국민들도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입니다.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개정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포기하도록 최선을 다해 우리의 의지를 밝혀야 합니다.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면 교육의 공백상태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총신이 <비전 2015>를 수립하는 등 장단기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상황은 원만치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정확보와 교수 및 학생 수급 등 미래발전을 위한 계획을 말씀해 주시지요.
=<비전 2015>를 추진하지 않아도 교육부 기준에 맞추려면 장단기 발전 청사진이 나와야 합니다. 대학들이 재정과 학생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총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비전 2015>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장으로 선임돼야 합니다. 우맹의 지도자 한 사람을 만나면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합니다. 비록 불합리한 사안에서 <비전 2015>가 출발했다 하더라도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된 만큼 반드시 추진해야 합니다. 차기 총장이 누가 선출되든지 의지를 갖고 이 일을 실현해 가야 합니다.
▲끝으로 선거관리위원장과 운영이사장의 자리를 떠나면서 교단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주십시요.
=지역주의는 반드시 청산해야 합니다. 총회가 현재 총회임원을 비롯 각 기관장 선출을 3구도로 뽑고 있는데 오히려 지역주의를 고착화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단체든 지도자의 수준만큼 운영되는 법입니다. 우리는 지금 총회나 총신 모두 일꾼이 적습니다. 인재를 제대로 발굴치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총신은 이대로 가다간 살아남기가 힘들 것입니다. 국제경쟁력에서도 뒤지고 학생모집도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교단은 덩치 큰 것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인재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40∼50대 젊은 목회자들에게도 문호를 열어주고 이와함께 21세기에 맞는 목회 프로그램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전통만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진리는 보수하되 방법론을 현실에 맞게 소화해야 합니다. 거물이 고물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평신도 교육도 교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총회가 일관성 있는 지도방법을 제시하여 인재를 양성해야만 합니다. 자기 스스로 만족할 때 그때부터 퇴보가 시작된다는 점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석근 기자 등록일 2004-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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