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중국적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국적의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속인주의(屬人主義)와 속지주의(屬地主義)이다. 속인주의는 부모의 혈통을 기준으로 국적을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이고, 속지주의는 태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것으로 미국이 그 대표적이다. 이렇듯 나라마다 적용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 국적자가 생긴다. 한국 사람이 이중 국적자가 되는 것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후천적 이중 국적자가 되는 경우와 한국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미국이나 외국에 살다가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취득하여 선천적 이중 국적자가 되는 경우다.
지금 사회적으로 저명인사들의 자녀나 연예인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오는 ‘이중국적’ 문제는 우리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도 간단치 않다. 이중국적을 반대하는 입장은 이중국적이라는 신분을 자기 이익에 따라 악용함으로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즉, 이중국적을 병역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기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 반면에 찬성하는 쪽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화라는 명분과 경제적인 실익과 해외 인재의 융통성있는 국가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두 견해가 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까?
첫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국가가 요구하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무를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지켜야 하며, 그 의무는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천명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공평해야할 의무가 미묘한 상황의 선택 앞에 설 때 우리는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모두에게 이중국적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놓고 선택의 자유를 준다면 군에 자진 입대할 자가 몇이나 될 것인가? 흔히 하는 말로 “군대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라는 자족적인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오면 누구도 장담을 못할 것이다.
둘째,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일부 사람들이 자기의 의사를 따라서 국적을 선택하고 자기가 선호하는 문화를 선택한다고 해서 “죽일놈”으로만 매도할 수는 없다. 참으로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애국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 기독교인은 보다 높은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으로서 한 개인의 인권이다. 국제 사회에서도 인권 개념은 달라지고 있다. 국적을 이탈할 권리가 한 개인의 인권의 일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세계는 국경의 의미가 더욱 희미해 질 것이고, 나라간의 빈번한 왕래로 국제결혼도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유학이나 해외지사, 해외공관의 체류로 인해 부모에 의해 선택의 여지없이 선천적 이중 국적자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기러기 아빠’들이 사회 이슈가 될 정도로 한국 사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마당에 획일적인 잣대로 이중국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셋째, 성경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민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중적 나그네의 삶이 성경의 역사이다. 아브라함이 그렇고, 이삭, 야곱, 요셉, 모세 등 모두가 나그네의 삶을 살았다. 신약에서는 바울이 그런 삶을 살았고, 복음이 확장된 기독교의 역사 한복판에는 온 세상을 향하여 흩어져 가는 사람들의 기록들이다. 이러한 흩어져 살아간 고단한 나그네의 삶들이 세계 선교의 장을 열지 않았는가? 사실 기독교인은 그 신분 자체가 이중국적자이다. 이 땅에 살면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이중국적을 긍정적 차원에서 효과적인 복음전도의 훌륭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도바울은 가는 곳마다 복음의 유익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스스로의 권리를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와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불변의 진리이다. 이중국적 그 자체를 악과 선으로 규정짓는 이분법을 떠나서 적어도 사회에서나 교계에서 지도자가 되어 섬기기 위해 가져야 할 자유의 원리이다. 우리사회가 이중국적의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경직된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복음을 위해서 성숙된 분위기가 이루어질 때까지 스스로 자기의 권리와 이익을 유보하는 단호한 용단과 모범이 요구된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낮추고 버리는데 앞장서는 존재이다.
만약 스스로의 이익과 권리를 내려놓을 줄 아는 자기희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교회를 따를지 않을뿐더러 우리는 이 세상에서 복음의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송태근 목사 기자 등록일 200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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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학적 정체성 확립에 총신이 앞장서야 
